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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수년간 도시정비사업으로 외형을 불린 건설사다. 2019년부터 수주액을 크게 늘렸고 2021년부터 연간 4조원대 신규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걸림돌은 원가율이 크게 올라 정비사업 수익성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해마다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위기 속에 선임됐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그가 해결사 몫을 해낼지 관심이 쏠린다.
전중선 별명은 ‘전략·재무통’…포스코 두뇌로 활약
전 사장은 1962년생이다. 1985년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2016년 포스코 경영전략실장에 올랐고 2021년 포스코 대표, 2022년 포스코홀딩스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포스코 재직 시절 ‘전략통’, ‘재무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포스코의 컨트롤타워는 가치경영실, 가치경영센터, 전략기획본부 등으로 이름을 바꿔왔다. 컨트롤타워 이름은 바뀌어 왔지만 언제나 수장은 전 사장이었다. 그룹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부서에서 전략을 세우고 현안을 풀어낸 포스코의 두뇌다.
2022년 3월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지주사 전환을 이끌었다. 지주사 출범 당시 철강 등 핵심사업 역량 강화를 주도하며 연결기준 매출액 85조원, 영업이익 5조원 달성에 기여했다. 같은 해 9월 태풍 힌남노로 발생한 포항제철소 냉천 범람 사태를 극복하는 데 힘을 실었다. 그룹 내 입지도 탄탄하다. 올해 초 포스코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장인화 후보와 최종 2인에 올랐다.
포스코이앤씨 경영에 참여한 건 2022년 3월 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면서다.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자 경영전략팀장을 역임한 그가 풍부한 식견으로 회사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게 선임 배경이었다. 올해 3월 25일 제4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전 사장은 그룹의 두뇌 역할을 맡아 현안을 풀어왔지만 건설업 경험이 부족한 게 약점이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은 각각 ‘해외통’ 오세철과 ‘주택통’ 윤영준을 사장으로 앉혀 순항 중이다. 전 사장의 무기는 지주사에서 쌓아온 전략적· 재무적 능력이다.
구원투수로 그룹 복귀한 전중선, ‘수익성 개선’ 과제
전 사장은 작년 퇴임이 결정됐으나 포스코이앤씨의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다시 일선으로 복귀했다. 회장 자리를 두고 올초 장인화 후보와 2파전을 벌였는데도 복귀할 수 있던 건 그가 능력을 갖춘 경영자임을 입증한다.
전 사장의 당면 과제는 수익성 회복이다. 도시정비사업은 현재 수익성이 떨어져 있지만 한때 내부 거래 감소로 위기에 처한 포스코이앤씨의 활로였다. 2013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는 5조4807억원에 이르렀으나 2018년 6268억원까지 감소했다. 한성희 사장 시절 먹거리 창출이 최대 과제였고 정비사업이 답이었다. 주택 브랜드 ‘더샵(THE SHARP)’을 재단장하고 취임 첫해 2조7456억원 수주액을 쌓았으며 이후 매해 4조원 이상 수주 성과를 냈다.
문제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가항력적 요인으로 발생한 원가율 상승이다. 2021년 89% 수준이던 원가율이 지난해 94%까지 치솟았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409억원에서 201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38%에서 1.98%로 하락했다. 부채비율과 현금흐름 등 각종 재무제표도 악화한 상태다. 높아진 공사원가 부담은 포스코이앤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공사원가 상승에도 저가 수주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 건설사는 공사비 부담에 주택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올해 10대 건설사 중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한 업체는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뿐으로 양사 수주액을 합해도 2조원이 되지 않는다. 반면 포스코이앤씨의 올해 정비사업 수주 총액은 3조4000억원에 달한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수주한 주요 사업장에 최상위 주거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적용하면서 공사비를 낮게 책정했다. 노량진1구역의 3.3㎡당 공사비는 730만원, 촉진2-1구역의 3.3㎡당 공사비는 891만원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시공하기에는 너무 싼 금액이다.
무리한 조건을 내건 이유는 올해 서울 압구정, 여의도 등 주거 상급지 재개발 수주전에서 오티에르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사장은 올 3월 현대건설과 맞붙은 여의도 한양 수주전에서 “서울 여의도 한양 수주가 곧 오티에르의 성공과 직결되는 만큼 전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 사장의 어깨가 무겁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발표한 부동산 개발사업 전망에서 최근 수년간 계약·착공된 사업장의 수주단가는 현재 투입 원가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건설산업의 수익성 저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어려운 길을 걷는 전 사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전 사장 취임 직후 서울 ‘강남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입찰을 포기하자 "전 사장이 저가 수주 전략을 버렸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후 여의도 한양, 노량진1구역에서는 저가 입찰이 이어졌다. 올해 처음 건설사 수장에 오른 전 사장이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나영찬 기자 na@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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