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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약정금 반환 소송' 중이다.
양측은 지난 2011년 하이마트(현 롯데하이마트)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끝에 법정 공방을 시작했다. 선 전 회장은 앞서 유진기업에 하이마트가 매각될 당시 하이마트 경영을 맡는 등의 조건으로 400억원을 받는 약정을 맺었다며, 해당 금액을 돌려달라고 유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유 회장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선 전 회장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유 회장이 선 전 회장에게 지급할 약정금 범위를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소송은 올해까지 이어지게 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본 걸까. 사건의 전말과 소송의 내용을 알아봤다.
선 전 회장·유 회장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
지난 2007년 12월 유진기업은 사모펀드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어피너티)가 설립한 회사(Korea CE Holdings)와 하이마트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유진기업이 하이마트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유진하이마트홀딩스를 통해 하이마트 주식 100%를 1조 9500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이듬해 2월 선 전 회장(당시 하이마트 대표)은 유 회장과 약정을 맺었다. 약정엔 '선 전 회장이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증자에 참여하고 하이마트 대표이사로 재직하기로 했다', 그에 따른 대가로 '유 회장이 선 전 회장에게 400억원을 지급한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약정엔 선 전 회장이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을 매입할 권리, 그 권리 행사로 인해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일부를 유 회장이 부담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2011년 6월 하이마트가 상장되자, 선 전 회장 측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41조의3)에 따라 하이마트 주식 인수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했다. 해당 조항은 비상장주식을 매수한 가격과 상장 이후 시세와의 차이를 실질적인 증여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유진그룹 측이 유 회장을 하이마트의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하려고 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선 전 회장은 그룹 결정에 반발하며 하이마트 임직원들에게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하이마트에서 손을 떼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하이마트 일부 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일선 점포의 임시 휴업을 결의하는 등 유진그룹 측의 경영 참여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결국 유진기업과 선 전 회장은 하이마트를 동반 매각하기로 합의하고, 지난 2012년 7월 롯데쇼핑에 하이마트 주식을 넘겼다.
선 전 회장 "약속한 약정금 달라"...유 회장 상대 소송
지난 2017년 선 전 회장은 과거 약정을 내세워 유 회장을 상대로 "약정금 및 증여세 약 460억원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재판부가 판단하기에 약정의 당사자는 선 전 회장과 유 회장이었다. 약정이 기재된 문서에 양 당사자 이름이 선 전 회장과 유 회장 이름으로 분명히 기재돼 있고, 각 서명과 간인(間印·서류의 종잇장 사이에 걸쳐서 찍은 도장)까지 돼 있는 점 등이 그 근거였다.
약정의 성격에 대해선, 선 전 회장이 유 회장의 하이마트 운영 및 향후 주주로서의 지배권 행사 등에 포괄적으로 협조하기로 하고 이와 같은 경제적 이익을 받기로 정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했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선 전 회장이 유 회장 측으로부터 하이마트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갖는다는 건, 선 전 회장이 유진그룹 측에 자금을 제공한다는 측면 외에도 조만간 있을 하이마트 상장에 따른 주식 시세 차익 실현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선 전 회장을 하이마트 대표이사로 재직하도록 한 것 역시 선 전 회장의 임직원들에 대한 영향력을 유 회장 측이 적극 활용한다는 의미도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선 전 회장 입장에선 하이마트 경영에 관해 그 전까지와 동일한 권한을 행사할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도 된다"고 했다.
즉 단순히 선 전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는 등의 대가로 유 회장이 선 전 회장에게 거액을 지급하고 주식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까지 대납하기로 약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유진그룹 측으로서도 하이마트의 안정적 경영과 숙원 사업이었던 가전유통업에 진출하려면, 임직원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선 전 회장의 협조가 필요했다.
재판부 "유 회장의 금전 지급 의무, 포괄적으로 소멸했다고 봐야"
그런데 선 전 회장은 400억원 등을 유 회장에게 지급받는 대가로 유 회장 측에 해야 할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지난 2011년 하이마트 기업공개에 따라 대주주의 경영 참여 필요성이 더욱 높아진 점 △이에 선 전 회장·유 회장을 하이마트 공동대표이사로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선 전 회장이 협조하지 않으면서 유진그룹 측과 대립각을 세운 점 △선 전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 피로감을 느낀 유 회장 측이 결국 가전유통업 진출을 포기하고 하이마트를 다시 매물로 내놓게 된 점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약정상 유 회장의 채무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주장하는 선 전 회장의 '세후 400억원' 지급 청구나 주식 인수에 따른 제세공과금 중 유 회장이 부담할 부분에 대한 금전 지급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설령 약정이 해지됐다고까지 볼 수 없더라도, 하이마트 동반 매각 합의서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유 회장의 금전 지급 의무는 해당 합의에 따라 포괄적으로 소멸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합의서에는 '본 합의서는 본건 매각과 관련한 당사자들 간의 모든 합의 및 양해를 의미하며 본 계약에서 정한 사항과 관련해 본 합의서 체결일자 및 그 이전까지 있었던 당사자들 간의 모든 기타 협상 및 논의를 대체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하이마트 제1·2대 주주로서 60대 40의 비율로 주식을 나눠 갖고 있던 양측이 그간의 모든 분쟁을 종료하고 하이마트를 제값에 매각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하이마트 주식 보유와 경영권 행사와 관련한 모든 분쟁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유독 이 사건 약정만은 그 분쟁 종식의 대상에서 빼놓고 논의한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2019년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이동욱 부장판사)는 선 전 회장 패소로 판결했다. 선 전 회장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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