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단기차입 늘린 현대제철, 금융비용 누적 '주주환원' 딜레마

Numbers_ 2024. 6. 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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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차입 늘린 현대제철, 금융비용 누적 '주주환원' 딜레마

차입금 축소 기조를 이어온 현대제철이 올해 1분기 단기차입금을 늘리며 설비투자(CAPEX)를 단행했다. 당장 현대제철의 부채비율을 비롯한 재무건전성이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연간 4000억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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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 제공=현대제철


차입금 축소 기조를 이어온 현대제철이 올해 1분기 단기차입금을 늘리며 설비투자(CAPEX)를 단행했다. 당장 현대제철의 부채비율을 비롯한 재무건전성이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연간 4000억원대의 이자비용이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 시황 회복이 더딘 가운데 주가도 연일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어 연내 발표하기로 한 중장기 주주환원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현대제철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연결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제외)은 10조439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9조6834억원보다 3.7% 증가했다. 1분기 단기차입금이 1조7092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1조2886억원보다 4206억원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021년부터 차입금 축소정책을 시행했다. 최근 5년간 현대제철의 차입금 추이를 보면 2019년 12조1578억원, 2020년 12조7968억원으로 늘었다가 2021년 12조2052억원, 2022년 11조5292억원, 2023년 9조6834억원으로 감소 추이를 나타냈다.

그간 대외 기업설명회(IR)에서도 현대제철은 꾸준히 차입금 축소 등 재무건전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보수적으로 재무를 관리해왔다. 그러다가 올 1분기 단기차입금을 늘리며 다시 총차입금이 증가하게 됐다.

현대제철의 부채비율과 유동성을 보면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은 아니다. 올 1분기 부채비율은 80.7%로 지난해 말과 비슷하다. 국내 1위 철강사인 포스코의 부채비율 55.6%보다 25%p가량 높지만 재무상태가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다. 유동비율도 149.6%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지도 않는다.

다만 높은 이자비용이 문제다. 현대제철은 그간 꾸준히 연간 3000억원대의 이자비용을 지출해왔다. 2023년에는 이자비용이 41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1% 증가했다. 올 1분기 이자비용은 1120억원으로 당분간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의 당기순이익이 2021년 1조5051억원, 2022년 1조382억원, 2023년 4430억원임을 고려하면 이자비용이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단기상환 부담 압박도 커졌다. 현대제철이 1년 내 갚아야 하는 돈은 단기차입금 1조7092억원, 유동성사채 1조292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1조5754억원 등 총 4조3138억원이다. 반면 현대제철의 1분기 보유자금은 현금성자산 1조1186억원, 단기금융상품 9799억원 등 2조965억원이다. 단기간에 갚을 돈이 보유현금보다 많은 셈이다. 

1분기에 확보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유형자산 투자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의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1분기 유형자산 취득에 6023억원을 썼다. 전년동기 대비 234.2% 증가한 규모다. 현대제철은 국내에서 코크스건식소화(CDQ) 신설, 코크스로 탈황탈질설비, 전기로 고로 복합프로세스 등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올 3분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현대제철의 또 다른 딜레마는 주주환원책이다. 현대제철의 주주환원책이 거론되는 배경으로는 저평가된 주가가 꼽힌다. 전날(11일) 종가 기준 현대제철 주가는 2만8600원으로 52주 최저가(2만8500원)에 근접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2배로 시장의 기대감이 낮다. 배당성향은 △2021년 9.0% △2022년 12.93% △ 2023년 28.52% 등이다. 3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16.8%다. 지난해 배당법인의 배당성향 평균이 코스피시장 34.31%, 코스닥시장 29.6%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다.

현대제철은 아직 중장기 배당정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김광평 현대제철 재경본부장(CFO)은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투자와 균형 잡힌 배당정책을 통해 주주환원을 검토할 것”이라며 “올해 중단기 배당정책 발표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올 1분기 매출 5조9478억원, 영업이익 55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6.9%, 83.3% 감소한 액수다. 업계는 현대제철이 수익성을 확보하고 현금창출력을 키우려면 봉형강 판가 상승과 수요 회복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단기차입 상환 압박과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 업황은 변수다. 올 1~4월 국내 전기로 조강생산량은 전년동기보다 10.5% 감소했고 철근 출하량은 18.6% 줄었다.

하이투자증권은 “하반기 실적 개선폭은 당초 전망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판재 부문은 원재료 가격 하락 및 현대차·기아향 차강판의 안정적 마진 등으로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이겠으나 봉형강 부문은 최근 인허가, 착공 면적을 감안해도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