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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최대 고민은 석유화학사업의 부진 장기화다. 과거 고속성장을 보인 배터리사업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할 수 있었던 배경도 캐시카우인 본업의 자신감이 받쳐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수주공세가 거세지면서 당초 예상과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신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시간이 필요한 가운데 재무적 압박이 숨통을 조이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실적 악화에 따른 위기를 맞이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업 확장에 따라 쓸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자금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간판인 석유화학사업의 부진이 뼈아프다. 지난해부터 건설과 가전 등 전방산업의 수요 둔화에 더해 원료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매분기 매출 볼륨이 감소했다.
석유화학사업의 부진은 공장 가동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과 2021년만 해도 각각 92%, 91.9%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2년 81.4%로 내려앉았고 이듬해인 2023년 75.9%로 재차 낮아졌다. 그나마 올해 1분기 80.5%로 반등에 성공했다. 인도의 건설 및 인프라 투자에 따른 수요 확대와 유후설비 재가동 등의 호재 영향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석유화사업의 매출액은 매분기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4579억원이었지만, 4분기에는 7% 줄어든 426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액은 17조2088억원으로 전년보다 18.6%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석유화학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41.5%에서 지난해 31.2%로 내렸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4455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7% 줄었다.
전체 실적도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1조609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67%, 48.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5.6%에서 2.3%로 떨어졌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의 분리와 석유화학의 경쟁력 약화에 대응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특히 양극재를 앞세운 첨단소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미국 테네시주에서 내년 양산을 목표로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테네시 공장에는 2027년까지 설비투자(CAPEX)에 4조원을 투입될 계획이다.
CAPEX 현황을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내년까지 10조원 안팎의 지출이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LG화학의 집행 내역은 2022년 3조5310억원, 2023년 3조41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4270억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연구개발(R&D) 비용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에는 901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1조440억원을 투입하며 1조원을 넘겼다. 올해 1분기에도 2710억원을 썼다.
문제는 캐시카우인 석유화학사업의 부진으로 영업활동 현금 창출력이 떨어지면서 순유출 규모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호적 조달 환경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올 3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조달 과정에서 당초 5000억원 조달에 나섰는데 3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덕분에 1조원으로 증액해 발행할 수 있었다.
다만 이는 점진적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82.1%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다만 2022년 말 68%에서 14.1%p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체 차입금은 2022년 말 16조원에서 1년만에 21조9000억원으로 26.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 비율은 42.6%에서 57.2%로 14.6%p 상승했다. 순차입금 비율도 19.9%에서 35.6%로 상승했다.
LG화학은 이처럼 석유화학과 함께 신규 먹거리인 이차전지 사업도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영향으로 어려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리서치 자료에서 석유화학 부분의 부진으로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기차 수요 둔화 추세에서 대규모 투자는 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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