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M&A

SM그룹-국일제지 M&A...신주 발행가 '100원'에 쏠린 눈

Numbers 2023. 11. 22. 14:28

SM그룹(좌), 국일제지(우) (사진=각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산업용지 제조업체 국일제지가 SM그룹의 삼라마이다스에 피인수된다. 삼라마이다스는 총 10억500만주 규모의 국일제지 신주를 대거 취득해 지분 90%를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가 대비 90%가량 낮은 가격에 신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배력을 손쉽게 확보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희생양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라마이다스, 국일제지 신주 '액면가'에 인수한다

 

서울회생법원은 국일제지의 채권 회수 방안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오는 12월 5일 개최되는 관계인집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회생계획안이 법원의 최종 인가를 받기 위해선 채권자의 3분의 2(67%),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삼라마이다스를 대상으로 신주 10억500만주를 발행해 인수합병(M&A)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회생계획안의 골자다. 삼라마이다스가 지불하는 인수대금은 총 1005억원이다. 전체 인수대금 가운데 M&A 주간사 용역수수료, 관리인 특별보수 13억원을 제외한 992억원을 회생담보권·채권 변제재원으로 투입한다.


지분 양수도와 유상증자를 병행하는 통상적인 방식의 M&A와 달리 이번 딜에선 구주를 거래하지 않고 오직 신주만 발행한다. 다만 새롭게 발행될 주식 물량이 현 발행주식총수 1억2761만여주의 10배에 달한다는 건 부담요소다. 기존 주주가치가 극도로 희석될 수 있다. 사실상 기존 주주들을 희생시키는 방식의 회생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삼라마이다스가 인수하는 국일제주 신주의 주당 발행가액은 100원이다. 액면가와 동일하다. 올해 3월 거래정지 직전 주가가 8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8분의 1 수준의 헐값에 신주를 대거 사들이는 구조다. 이를 통해 삼라마이다스가 확보하는 국일제지 지분율은 90%에 이른다.

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90%가량 하락한다. 무상소각 예정인 최우식 전 대표의 주식을 제외하면 △JP모건 시큐리티즈(J.P Morgan Securities PLC) 2.51%→0.28% △바클리 캐피탈(Barclays Capital Securities Limited) 1.13%→0.13% △UBS AG 0.59%→0.07% 등으로 지분율이 변동된다. 기존 주주들로선 사실상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와 같은 타격을 입는 셈이다.

 



한 소액주주는 “신주 발행가액이 100원으로 정해질 경우 10분의 1로 감자하는 조치와 동일하다”며 “SM그룹이 주당 100원에 지분 90%를 가져가기 때문에 거래재개가 되더라도 주가는 100원 부근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일제지의 재무상태도 이번 딜 구조의 의구심을 키우는 요소다. 일반적으로 법정관리를 받게 되는 기업들은 재무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싼 값에 매각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누적된 결손금으로 자본잠식 상황에 놓였거나 차입금을 감당하지 못해 회생 신청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일제지는 올해 3분기 기준 자본금 128억원에 자본총계 473억원으로 자본잠식과 거리가 멀다. 2021년부터 적자가 지속돼 결손금이 146억원까지 쌓였지만, 자본잉여금 304억원으로 충분히 감당이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금성자산 136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유동화 가능한 재고자산 규모도 239억원에 달한다. 여타 회생기업보다 재무상태가 안정적인 것이다.


SM그룹의 인수 전략은 액면가 유상증자?…과거 M&A '눈길'


SM그룹은 과거 다른 기업들을 인수할 때도 유사한 전략을 펼쳤다.

SM그룹 계열사 신화디앤디는 지난 6월 150억원을 들여 회생기업인 엘아이에스를 인수했다. 신화디앤디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3녀 우명아씨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인 곳이다. 당시 신화디앤디는 엘아이에스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에이치비저축은행의 지분을 양수하지 않고, 3000만주의 신주만 인수했다. 이때도 신주 발행가액은 액면가와 동일한 500원이었다.

현재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삼환기업 또한 지난 2018년 SM생명과학이 신주 630만주를 액면가(주당 5000원)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인수됐다. 또 성우종합건설, 범양건영 등 SM그룹이 건설사 인수에 한창일 때 그룹에 편입된 곳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M&A가 이뤄졌다.

이렇다 보니 이번 국일제지 M&A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도 그리 곱지만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적으로 어렵거나 사세가 기운 기업을 사서 정상화시키는 건 분명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이 윈윈하는 일"이라면서도 "다만 그 과정에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이들을 보호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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