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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톡] 딥테크가 살길?

Numbers 2023. 11. 22. 13:53

벤처 생태계 이슈를 전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


벤처투자업계가 ‘딥테크(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 분야의 고도화된 기술)’에 빠졌습니다. 많은 투자사들이 딥테크 펀드를 결성하고 있고요. 딥테크 영역에 투자를 하지 않던 투자사들도 딥테크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딥테크 투자 포트폴리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자신감을 강조하기도 하는데요.

중소벤처기업부의 올 1~3분기 국내 벤처투자 및 기금(펀드) 결성 동향을 보면 전기·기계·장비, 정보통신기술(ICT)제조 등 딥테크 분야 투자 비중이 전년동기대비 30.2%, 34.1% 각각 증가했습니다. 다른 분야는 모두 감소했습니다.

딥테크 투자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정부 지원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올 초 정부는 ‘범부처 스케일업 연구개발(R&D) 투자 전략’을 발표하며 5년 간 15조원을 투자해 딥테크 유니콘을 10곳 만든다고 했습니다. 딥테크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딥테크 팁스’ 프로그램도 올해 처음 도입했는데요. 기존 팁스보다 지원금이 3배나 많습니다. 올 8월 금융위원회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개선하면서 딥테크도 특례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엑시트를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벤처캐피탈(VC) A대표는 “현실적으로 일반적인 스타트업은 투자를 해서 상장할 때까지 창업 이후 10년 정도 걸리고 특히 제조업은 더 길다”면서 “그런데 최근 기술 기업들은 이 주기가 짧고 전적으로 기술특례상장 때문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지원이고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 등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데 따라 딥테크 분야 투자에 나서는 것도 있는데요. 딥테크 분야도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유연성이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원천 기술을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요.

딥테크 전문 투자사 B대표는 “기존 플랫폼 비즈니스는 시장이 정해지고 그 시장에 굉장히 많은 마케팅 비용과 자금을 쏟아부어 진입에 성공하면 커지는 시장이었다”면서 “하지만 문제는 비즈니스모델 지향적인 사업 구조라 1차 타깃 시장 진입을 실패하면 다른 쪽으로 피봇팅(사업전환)할 원재료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원천 기술은 1차 타깃 시장에서 실패해도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면서 “지속성이 보장되니 (현 상황에서)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플라즈맵’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플라즈맵은 플라즈마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다 주 타깃 시장을 의료용 멸균기 쪽으로 잡았습니다. 플라즈마는 고에너지 상태의 이온화된 기체로 형광등, 공기청정기, 네온사인 등에 사용되고 있는데요. 태양광, 반도체, 의료기기 등의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딥테크 분야는 대기업에서 인수합병(VC 입장에서 투자금 회수) 하기에도 좋다고 하는데요. 기술을 개발하는 건 벤처기업이 잘할 수 있는 일이고 기술을 발전시켜 상용화해 돈을 벌고 이익을 내는 건 대기업이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에서 다양한 기술을 다 일일이 개발하기 쉽지 않고요.

VC C대표는 “자본의 효율적인 이용 측면에서도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역할은 나눠져 있는 게 맞다”면서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기술은 모험자본 즉 VC가 역할을 해주고 그 기술이 쓰임새 있게 됐을 때 대기업들이 인수하거나 라이선스아웃(특허나 기술 등의 권리를 타사에 판매)을 받는 식으로 역할분담을 하는 게 경제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B대표는 “레거시 산업군에 있는 대기업은 신기술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고 원천 기술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분위기라 딥테크 분야에 관심이 많기도 하다”고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벤처투자 생태계를 놓고 봤을 때 딥테크 분야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린 이유는 또 있는데요. 그간 투자금이 몰린 플랫폼 기업은 옥석가리기 시간에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각 분야 웬만한 강자들이 어느 정도 성장을 했기에 이제 이익을 내는 플랫폼만 살아남고 새로운 플랫폼이 투자를 받아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기엔 쉽지 않을 거라는 데요. 네이버와 쿠팡이 포털과 이커머스 영역에서 각각 살아남은 것처럼요.

C대표는 “인기나 평판에 의지해 특별한 기술 없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하는 비즈니스는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더불어 현대 사회의 복잡성이 커지면서 믿을 수 있는 건 기술이라는 신념도 많이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플랫폼 기업은 내년이 중요한 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수익을 내는 플랫폼 기업들이 IPO(기업공개)를 하고 수익을 내며 성장하고 내후년 쯤 VC 입장에서 투자금 회수에 적당한 타이밍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언했습니다.

B대표는 “스마트폰이 나오고 모바일 베이스에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 영역은 지금 다 나와 있는 상태다”면서 “혁신이라는 건 스타트업의 가장 큰 무기인데 그 독창성이 소프트웨어나 비즈니스모델에 한정하기엔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원천 기술은 또 어디서 ‘빅샷’이 나올지 누구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각각의 (딥테크 세부)영역에서 투자와 선점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황금빛 기자 gold@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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