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유찰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KDB산업은행이 연내 매각을 마무리 지을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해운업 호황으로 HMM의 몸값이 올랐지만, 앞으로 둔화세가 이어져 지금과 같은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HMM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풍선효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18조5828억원, 영업이익은 9조9516억원을 기록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주가가 오르면서 채권단이 매각을 결정하던 3년전보다 몸값이 올랐다. 2021년 HMM이 매물로 나올 당시 지분가치는 1조5000억원이었다. 23일 장마감 기준 HMM의 매물 지분가치는 6조2000억원으로 최소 4배에서 최대 5배 넘게 불어났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가는 7조4000억원에서 최대 8조원을 넘어선다. 인수적격후보 기업들이 마련할 수 있는 현금규모와 차이가 크다. 매각 유찰설이 나온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경기침체의 이유로 향후 1~2년간 해운업 경기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 경우 HMM의 실적과 함께 기업가치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는 인플레이션 환경으로 소비·생산 등 실물경기가 침체됐다. 해운업은 경기민감도가 높은 컨테이너 선종을 중심으로 화물량이 줄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폐쇄됐던 주요 항만이 열리고 새로 만든 컨테이너선이 시장에 풀리면서 공급이 늘었다.
이는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다. HMM도 영향을 받았다. HMM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6조338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2.7% 줄었다. 지금이 HMM을 고가에 매각할 수 있는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가운데 지난 23일 본입찰에 하림지주와 동원산업이 참여하면서 매각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유찰과 매각 그 어느 것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의 매각 희망가와 하림·동원의 자금 동원력의 차이가 커서 유찰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였지만, 지금으로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HMM의 몸값이 가장 높은 시기이다. 산업은행이 ‘체급을 갖춘 기업’보다는 ‘높은 가격에 사줄 기업’을 우선순위로 둔다면 연내 매각이 가능할 수 있다.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견해를 밝혔다.
2021년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 대표적인 인수합병(M&A) 사례로 회자된다. 대우건설의 자산 규모는 10조원인데 반해,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6300억원, 유동자산은 3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시장은 대우건설 매각이 유찰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을 추진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중흥토건은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17위, 중흥건설은 40위였다. 반면 피인수 기업인 대우건설은 시평 5위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로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에 이은 업계 4위, 재계순위 20위권의 기업으로 단번에 도약했다.
하림지주와 동원산업의 인수의지가 높은 점도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하림과 동원은 인수희망가로 각각 6조4000억원과 6조3000억원을 적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5조원에서 희망가격을 높였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매각 예정 가격을 경영권 프리미엄없이 6조원 초반대로 정했다. 유찰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인수측 관계자는 “여러 방안으로 자금을 동원하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 무리하지 않고 완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각측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매각 의지가 상당하다. 어느정도 수준에서 가격이 맞는다면 연내 매각한다는 방침으로 추진하고 있다. 매각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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