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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문 동륭실업 이사가 효성그룹에 계열분리를 요구했다. 과거 ‘형제의 난’으로 가족과 의절하면서 효성그룹의 지분을 대부분 정리했지만 동륭실업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는 지분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효성의 특수관계인으로 남은 상황에서 형제들과 남은 계열사의 지분까지 정리함으로서 사실상 그룹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처럼 유화적인 구상은 다른 한편으로 까다로운 요건을 내재하고 있다. 조 이사는 공익재단 구상에 공동상속인인 형제들의 동의를 요청했다. 그가 유산 상속에 제기한 의혹도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형제들이 만나 합의하는 절차를 밟을 지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 이사는 5일 서울 코엑스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계열분리에 필요한 지분 정리 등을 위해 형제들과 효성그룹에 협조를 요청했다. 계열분리는 대기업 집단의 속한 계열사가 분리해 별도의 기업이나 집단으로 독립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조 이사의 주장은 삼형제가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정리하자는 제안으로 풀이된다.
조 이사는 2013년 ㈜효성 부사장에서 사임하고 효성그룹을 떠나면서 보유하고 있던 대부분의 주식을 매각했다. 하지만 지분을 모두 처분하지 못했다.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효성토요타(20%)와 효성티앤에스(14.13%), 더클래스효성(3.48%) 등을 보유했다.
여기에 효성 삼형제가 각각 보유한 개인회사는 지분이 섞여 있다. 조 이사는 동륭실업의 최대주주로 지분 80%를 들고 있고 나머지 20%는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절반씩 들고 있다. 이는 조 회장의 개인회사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조 부회장의 ㈜신동진도 동일하다.
문제는 해당 기업들이 비상장사라는 점이다. 비교적 자유롭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상장사와 달리 비상장사 지분의 양수도 계약이나 배당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주주간의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룹을 뛰쳐나간 조 이사와 나머지 형제들이 거리를 두면서 이 같은 구조가 10년 넘게 이어졌다. 삼형제도 유무형의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조 이사는 3월 별세한 부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남긴 유언장 내용에 반발해 갈등을 예고했다. 조 명예회장은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뜻을 남겼다. 당시 조 이사의 법률 대리인단은 “유언장의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이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아직 유언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형제 간 우애를 당부하신 선친의 유언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안이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말해 이전보다 유화적인 입장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그간의 고착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이사는 자신이 여전히 효성의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는 점을 언급하며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계열 분리를 하고 독립경영을 하려면 마땅히 저에 대한 계열 분리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효성그룹의 인적분할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 이사는 관심을 모았던 상속 이슈와 관련해 공익재단을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단의 이름도 '아침 해의 빛'이란 뜻을 담은 '단빛재단'으로 정했다. 상속 재산은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형제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공동상속인이 공익재단 설립을 동의하고 협조하면 출연 기금에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이사의 전향적 제안에도 해소할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형제간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조 명예회장의 장례식 조문 당시 쌓였던 감정의 골이 여전히 깊다. 유산 상속 절차도 아직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는데다 공익재단 구상이 형제들과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할지도 미지수다.
삼형제가 복잡하게 얽힌 갈등을 풀기 위해 회동 수순을 밟을 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효성그룹은 간담회 이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이라며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형제들은 조 이사의 제안에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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