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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강력 드라이브를 건 동양·ABL생명 인수건에 급물살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과 인수 대상 회사들 간 질긴 인연이 회자되고 있다.
동양·ABL생명 모회사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우리금융 관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년 전에도 우리금융은 이들에게서 두 개 자산운용사를 한꺼번에 사들였고 10위권 내 자산운용사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8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과거 다자그룹이 단행한 동양자산운용(현재 우리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현재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의 일괄 매각은 최근 동양·ABL생명 패키지 매각 시도와 같은 패턴을 보인다.
다자그룹은 두 회사를 하나로 묶어 우리금융에 넘긴 전례가 있다. 우리금융과 다자그룹의 인수합병(M&A) 거래 내역을 살피면 이번 M&A 전개 양상도 예측할 수 있는 이유다.
더욱이 올 초 우리자산운용이 단행한 우리글로벌자산운용 흡수합병은 향후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 후 양사를 한 회사로 합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사건의 재구성…대주주 다자그룹 경영난 '트리거'
우리금융과 다자그룹 인연의 시발점은 피인수회사 대주주 다자그룹의 경영난이다. 최근 동양‧ABL생명 매각도 다자그룹 부실 경영에서 불거졌다.
안방보험(이후 다자그룹에 흡수)은 2017년 6월, 당시 M&A 큰 손이라 불리던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 구속 이후 재정위기에 처한다. 중국 개혁개방을 설계한 덩샤오핑의 손녀 사위였던 우샤오후이 회장은 미국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매입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러드 쿠슈너 일가와 거래를 하면서 금융권 스타 반열에 올랐다. 우샤오후이 회장은 중국 금융당국의 부패 척결 선언 이전까지 승승장구했지만 이후 사기와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중국 정부는 다자그룹을 만들어 안방보험 위탁경영을 맡겼다. 사세는 급격하게 기울었고 다자그룹은 해외자산에 대한 매각 의사를 밝혔다. 이때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이 M&A 시장에 등장했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 M&A 거래가 성사되면 이후 실무적인 부분은 삽시간에 이뤄진다. 2019년 초 다자그룹은 우리금융에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을 매각하기로 했다.
업계는 동양과 ABL이 각각 1000억원, 300억원 총 1300억원에 매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가를 웃도는 1700억원 수준에서 거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동양‧ABL자산운용 빨려 들어가듯 우리금융 품에‧‧‧단 1년 만
동양자산운용이 먼저 편입 수순을 밟았다. 2019년 3월 6일 우리금융은 임시주주총회 결의에서 '우리자산운용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양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73% 지분(292만주)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우리금융은 지분 인수 목적으로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를 공시했다. 우리은행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했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자산운용사 인수가 절실했다.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은 전년도부터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 등을 시작으로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계에서 한국계 회사로 전환되자 임원 전원이 물갈이됐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총 5인의 임원이 '일신상의 이유로'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사임했다. 2018년 9월 16일 임기를 시작한 팡짼 대표는 임기 만료(2019년 9월 15일) 전인 2019년 8월 1일 직을 그만뒀다.
우리자산운용 초대 대표이사에 최영권 대표가 올랐다. 하이자산운용 대표이사였던 그는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일관된 방향성을 잡는 키맨으로 새롭게 출범한 회사의 안정적인 기반을 닦기 위한 인사였다.
작년 3월 최 대표 사임 이후로 실무적 감각을 겸비한 공격적인 투자 선수를 대표이사로 추대했다. 남기천 대표가 그 주인공으로 우리자산운용 경영키를 잡았다.
남 대표는 우리종합금융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4월부터 최승재 대표가 경영권을 잡았다. 남 전 대표와 최 대표는 미래에셋그룹 글로벌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의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대체 투자에 강점을 갖고 있던 우리글로벌자산운용 흡수를 예고한 대목이다.
한편 우리자산운용 영업 기반이 닦이던 2019년 12월, ABL글로벌자산운용 최대주주가 안방보험에서 우리금융으로 변경됐다.
우리금융은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지분 전부(400만주)를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공시했다. ABL글로벌자산운용은 주총 결의를 통해 우리글로벌자산운용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은 우리자산운용 편입 시기에 일부 요직을 교체했다. 4인의 임원 중 김동호 대표와 김병구 감사가 8월 선임됐고 우리금융 지붕 아래로 완전히 편입된 12월 안일호‧조병준 사내이사가 선임됐다.
올해부터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우리자산운용은 지난 1월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흡수합병해 그 권리 의무 일체를 승계하고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은 해산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우리자산운용은 '합병보고총회에 갈음하는 공고'에서 "상법 및 관련 법령 소정의 합병절차를 완료했고 상법 제 526조 제3항에 의거해 이사회 결의와 본 공고로써 합병보고를 대체하기로 결의했다"고 했다.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의 합병등기 날짜는 지난 1월 29일이다. 양사가 우리금융에 완전히 흡수된 지 5년 만의 일이었다.
투자 부문 시너지…공은 임종룡 회장으로
업계 관심은 임 회장 결단에 쏠리고 있다. "리딩 금융 도약"을 공표하며 보험과 증권부문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임 회장표 빅피처가 완성될 지 시선이 집중된다.
일단 우리자산운용은 합병으로 대체 투자 부문 육성을 기대하고 있다. 전통 자산을 주로 다루던 상황에서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 주력했던 대체 투자 부문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여의도 미래에셋빌딩 인수권에 대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대체 투자 채널이 생기면서 가능했다.
우리자산운용 측은 "대체 투자를 그동안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 맡고 있었는데 그 중 부동산과 같은 실물 투자 부분이 약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합병 이후 대체 투자 부문을 강화하는 교두보가 마련됐고 미래에셋빌딩 이슈가 그 시작이라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멀티에셋 출신인 최승재 대표 선임 이후 실물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 쪽으로도 대체 투자 분야 상품군을 넓혀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품은 우리자산운용 순항은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 무게를 두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동일한 상황에서 심지어 좋은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주요 미션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7일 '협의 중'이라는 공시 외 별도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 측은 "지난 공시 이후 정해진 건 없고 (피인수회사들을) 들여다보면서 한 달간 스케줄 대로 진행이 될 것"이라며 "패키지로 인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막상 들여다봤는데 견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 안 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주연 기자 prota@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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