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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이후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계획을 모두 세웠는데 이제 기업 규모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는 상황이다.”
‘상장 승인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이노그리드의 토로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이곳은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2월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규정상 한국거래소는 심사 신청 후 45영업일 이내에 결과를 통지해야 하지만 이노그리드는 1년이 넘게 걸렸다. 이 기간에 증권신고서를 무려 7번이나 정정했다. 그만큼 상장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공모 청약을 5일 앞두고 지난달 19일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비심사 효력을 불인정한다고 의결했다. 거래소가 심사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코스닥시장 개장 이후 첫 사례다. 전 최대주주인 박 모 씨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사항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이노그리드 측은 현재 진행되는 소송이 없고, 박씨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해외도피 중이기 때문에 분쟁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법률자문을 맡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도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노그리드는 현재 상장예비심사 효력 불인정에 대해 재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간 신규 상장을 신청할 수 없다.
‘경영권 분쟁’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거래소와 기업의 입장이 엇갈린다. 그러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을 떠나 촉망받던 기업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안타까움을 일으킨다.
인공지능(AI)이 부상하며 클라우드 서비스 역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클라우드 산업 생태계는 기형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2022년 코스닥시장에 들어온 솔트웨어를 비롯해 메가존클라우드 등 상장을 앞둔 클라우드 기업들의 주요 사업 모델은 아마존웹서비스(AWS) 혹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등 외국계 클라우드의 관리서비스제공사업자(MSP)다. 해외 기업의 기술을 한국에 들여와 판매 및 관리를 대행하는 곳으로 마진율이 일반적으로 5~7%에 불과해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이노그리드는 클라우드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납품하며 컨설팅과 운영관리까지 담당한다. 원천기술을 가졌기 때문에 MSP보다 수익성 면에서 더 낫다는 설명이다. 향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고객사를 늘려가며 오는 2026년에는 영업이익률 31.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상장취소로 이 같은 이노그리드의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1분기 기준 이노그리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기술특례 상장으로 IPO를 진행해 자금을 조달해야만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었다. IPO 이후 사업확대를 위해 직원도 200명까지 늘렸지만 이제 비용절감을 위해 머릿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기술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MSP 기업들은 이미 상장했거나 상장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한 이노그리드는 앞으로 1년간 상장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이 치열한 클라우드 산업의 특성상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도태되기에 1년은 충분한 시간이다.
거래소는 다음 달 시장위원회를 열고 최종 재심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재심사를 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단순히 한 기업의 상장만이 아니라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생태계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거래소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김가영 기자 kimgo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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