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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브레이커] 대기업 인수로 인한 중소·벤처기업 지위 상실 문제

Numbers_ 2024. 7. 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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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브레이커] 대기업 인수로 인한 중소·벤처기업 지위 상실 문제

고효정·채수평 변호사(법무법인 지평)가 인수합병(M&A) 딜브레이커(Deal Breaker) 사유가 될 수 있는 법률 이슈를 전합니다.중소·벤처기업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고 하면 벤처캐피탈(VC), 사모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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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정·채수평 변호사(법무법인 지평)가 인수합병(M&A) 딜브레이커(Deal Breaker) 사유가 될 수 있는 법률 이슈를 전합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중소·벤처기업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고 하면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외부 투자자가 아니라 대기업이 직접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다. 대기업은 대개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동종 또는 연관 업종에 속해 있는 중소·벤처기업의 M&A를 추진하게 된다.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이슈 중 하나가 인수대상기업(Target Company)의 중소·벤처기업 지위 상실이다. '중소·벤처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인수대상기업이 수익을 얻거나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M&A를 추진하기에 앞서 중소·벤처기업 지위에 관한 사항(유지 가능성이나 유지를 위한 전략, 지위 상실 후에 대처방안 등)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M&A 불발 가능성을 낮추고 거래 종결 전후 예상하지 못한 비용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대기업 인수 후 중소기업 요건 유지 조건

 

인수대상기업이 M&A 거래 종결 이후에도 중소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①[규모 요건] 자산총액이 5000억원 미만, 평균 매출액이 업종별로 정해진 금액 기준 이하여야 한다. 

 

또한 ②[소유와 경영의 실질적 독립성] 자산 총액(연결 기준 아님) 5000억원 이상인 법인이 지분의 30%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소유한 경우로서 최다 출자자가 아니어야 한다. 관계기업의 평균매출액 등을 합산했을 때(계산 방식은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참조) 업종별 규모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한가지 더, ③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면 중소기업에서 곧바로 제외된다.

 

①번 요건은 통상 M&A로 인해 곧바로 변동이 발생하지 않기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적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대상기업에게 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②번과 ③번 요건이다.

 

②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3년간 중소기업 지위를 유예받을 수 있지만(2024. 8. 21. 부터 시행되는 중소기업기본법부터는 5년으로 연장), ③번 요건은 따로 유예기간이 없다. 벤처기업은 그 요건상 '중소기업'임을 전제로 하므로 기업이 중소기업 지위를 상실하면 벤처기업 지위도 상실한다.

 

이처럼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으로부터 인수되는 인수대상기업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편입(계열회사 편입)이 되면 별도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중소·벤처기업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위 ③번 요건 관련).

 

이 때문에 중소·벤처기업 지위를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유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의 편입

유예(계열회사 편입 유예)를 받는 방법이 많이 활용된다.

 

첫째, 회사의 연간매출액에 대한 연구개발비 비율이 3% 이상이거나, 둘째,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벤처기업이라면(상호출자나 채무보증이 없다는 전제하에) 별도 신청에 따라 기업집단의 범위에서 7년간 제외될 수 있다.

 

M&A 거래가 종결되더라도 위 기간 동안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대한 계열 편입이 유예된다.

 

결과적으로 인수대상기업은 계열 편입 유예를 받으면 적어도 3년 동안(개정되는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르면 8월 이후부터는 5년 동안)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대기업 인수에 따라 ②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3년의 유예만 적용).

 

물론 인수 후 위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계열 편입 유예가 취소되어 중소기업 지위를 바로 상실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 지위 상실 시 단점

 

중소기업 지위를 상실하면 그동안 중소·벤처기업으로서 누려왔던 여러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우선, 창업중소기업의 세액감면 등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정하는 조세특례를 받지 못한다.

 

참고로 기업규모가 확대돼 중소기업의 독립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그 이후 3년의 유예 기간 동안은 조세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게 되거나 자산 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법인이 지분의 30% 이상을 소유해 최다출자자가 된다면 유예 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

 

인수대상기업이 중소기업의 지위를 상실하면서 중소·벤처기업 지원 시책의 대상에서도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많은 정부 기관이나 금융기관에서 중소·벤처기업을 우대하기 위한 다양한 대출·융자 상품이나 각종 정책자금, 지원금, 보조금, 보증 제공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에 적용되는 이율이나 계약조건이 대기업과는 다른 경우도 많다. 중소·벤처기업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이러한 혜택이 모두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중소·벤처기업이 지급받고 있는 지원금, 보조금이나 보증 혜택 등의 조건을 M&A 전에 면밀히 살피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혜택의 중단에 관한 사항이 중소·벤처기업이 확보하고 있는 계약서류에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약관이나 상품 또는 프로그램 운영 주체의 실무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의 지위를 상실하면 부동산 임대차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은 혜택을 받아 특정한 장소에 입주하거나, 임대료 감면을 받기도 한다. 지위 상실 후에는 새로운 건물을 알아보고 본점을 이전하는 등 소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국·공유재산에 입주하였거나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지 사전에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중소·벤처기업 지위 상실 이슈 사전 파악 중요성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 인수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이거나 중소·벤처기업 지위 상실로 인한 영향이 면밀하게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M&A 거래의 주요 조건이 논의되는 경우가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지위 상실로 인한 영향이 법률실사 단계에서 논의되는 경우 중소·벤처기업의 지위 유지를 전제로 논의된 M&A의 주요 조건 자체를 다시 협상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가며 거래를 진행하던 와중에 급작스럽게 무산되어 버리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의 입장에서도 전략적 투자 계획을 실현할 수 없어서 난감한 부분이 생긴다.

중소·벤처기업이 인수대상기업인 경우에는 거래 초기 단계서부터 중소기업 지위 상실 여부와 그에 따른 효과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