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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유기적 성장전략 택해 성과 미미
KB금융은 현대증권 M&A로 대형사 탈바꿈
증권사 과점주주와 이해조정 등 시장 ‘관심’
성숙된 시장에서 프리미엄 지불을 불사하며 M&A를 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비즈니스보다 금융업에서 자본력은 핵심 경쟁력이다. 금융업의 모든 규제기준이 자본의 크기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자본만 크다고 단기간에 좋은 회사가 되지는 않는다.
2016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하나금융의 은행 의존 비중은 98.3%였다. 지나친 은행 편중 사업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하나금융이 선택한 전략은 증권업 확대였다. 증권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하나금융은 하나증권의 자본규모를 확충하는 방법으로 M&A 보다 단계적 증자를 통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전략을 택했다. 하나금융이 매년 벌어들인 돈의 상당한 부분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에 걸쳐 증권부문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됐다.
어느 금융업 못지 않게 증권업 역시 자본의 크기가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업무영역이 달라지고 시장 투자자들이 내세우는 거래 참여자격에 자본비율은 항상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된다. 2017년 2조원을 하회하던 하나증권 총자본이 5년간 2조7000억원 증가해 2024년 3월말 현재 5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그동안 4차례에 걸쳐 하나금융이 하나증권 자본을 늘려준 결과다. 하나금융은 하나증권을 ‘초대형IB’로 키우기 위해 2018년 1조2000억원, 2020년 5000억원, 2021년 5000억원, 2022년 5000억원 등 거의 매년 증자를 단행했다. 하나금융이 증권 비즈니스 자본확충에 투자한 돈의 규모는 주력계열사 하나은행이 2018년~2022년 5년간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총액 11조 2600억원의 24%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크기다. 덕분에 하나증권은 초대형IB 사업에 필요한 자본규모 4조원을 충족시켜 금융당국에 관련 비즈니스 인가신청을 준비중이다. 현재 초대형IB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미래 한투 KB 삼성 NH 등 5대 메이저 증권사다.
경쟁그룹 대비 높은 은행 비중을 낮추기 위한 하나금융의 노력이 반영돼 비은행부문 비중이 높아졌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크고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하나증권의 그룹 당기순이익 기여비중은 2020년 15.6%, 2021년 14.4%에서 2022년 3.5%로 축소되더니 급기야 2023년은 마이너스 7.3%로 오히려 비은행기여도를 끌어내리기까지 했다. 2024년 1분기 하나증권은 899억원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으로 그룹 이익기여도가 8.69%로 회복됐지만 그동안 쏟아 부은 자본투자를 감안하면 크게 부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 3187억원의 대규모 손실 초래 주요인으로 지목된 국내외 대체투자 부실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하나증권은 2024년 경영목표를 ‘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턴어라운드’로 정하고 IB사업부문 강화와 내부 조직 프로세스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나금융이 단계적 증자를 통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으로 증권 비즈니스 확충을 추진하던 비슷한 시기에 KB금융도 동일한 이유로 증권사 M&A를 추진했다. 2016년 중소형 증권사를 보유중이던 KB금융은 2조6550억원을 투자해 현대증권을 PBR 0.7배로 인수, KB증권을 출범시켰다. KB금융은 KB증권 인수 후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합병을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 개선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대형증권사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신설 증권사의 안정적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KB금융은 2017년 이후 누적으로 1조1200억원을 배당 받아 투자금의 42%를 이미 회수했다. 하나금융이 2018년부터 5년동안 2
조7000억원을 투자해 누적으로 4300억원을 배당받고, 여전히 변동성이 큰 불안정한 경영상태가 지속되는 것과 비교된다.
기업이 성장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을 하거나 아니면 적당한 매물을 찾아서 좋은 가격으로 M&A 거래를 하는 것이다. 어느 전략이 더 좋은 지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특히 인수기업의 비즈니스 특성, 인수시점의 시장 경쟁상황, PMI(Post Merger Integration, 인수 후 기업통합) 성공여부 등 변수가 너무도 많다. 그럼에도 금융사의 성장을 나타내는 자본의 집중(Centralization of Capital)은 M&A 거래를 통해 이루진 경우가 더 많다. M&A의 성공은 준비된 자의 몫이다. 주주가 모아 준 소중한 자본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경영진과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M&A 준비가 잘 된 인수기업은 자본을 소중히 여긴다. M&A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성장을 추구하는 회사의 경영진이 시장과 경쟁자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상시적인 경영 활동이어야 한다.
지난 5월 우리금융은 자회사 ‘우리종금’과 한국증권금융 자회사(지분 51.7%) ‘한국포스증권’ 합병을 통해 신설되는 회사 지분 97%를 획득해 증권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2013년 설립한 이후 매년 적자 지속으로 자본이 줄어들고 있는 초소형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증권사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정도의 의미를 두는 M&A 거래였다. 신설사의 자본총계는 우리종금의 자본이 대부분인 1조1000억원으로 시장지위 20위권 수준이며 그룹차원의 자산규모 변동도 거의 없는 거래였다. 다만 과거 메리츠종금증권 선례에 비추어 종합금융업무 ‘겸영’이 허용되면 자기자본 4조원 미달에도 불구하고 ‘초대형IB’에 준하는 업무 취급이 가능한 점은 긍정적이다. 초대형IB 업무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 2배 이내로 만기 1년 이내 단기어음 발행 등이 가능하고 그만큼 비즈니스 기회도 확대된다.
2024년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은 보험뿐 아니라 증권업 포트폴리오 확대도 적극 추진중이다. 우리금융은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올해 3분기 중 새로운 증권사를 출범시켜 비은행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설 증권사가 우리금융 포트폴리오 비중뿐 아니라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려면 자본규모를 2조~3조원 이상 더 키워야 한다. 우리금융은 향후 10년 계획으로 증권업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IB업무 등을 확충해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하나금융 전략에 가까운 선택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이 증권사 자본을 늘리는 전략으로 하나금융과 KB금융의 사례 중 어느 전략을 참고할 지는 우리금융 경영진과 이사회의 몫이다.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과정의 유산인 ‘과점주주 지배구조’ 하에서 한국투자증권 등 과점 주주사간 엇갈리는 이해관계 조정 등 우리금융 경영진의 전략적 선택지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 지 시장의 관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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