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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에너지 부문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흡수합병한다. 다음달 2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승인하면 11월 총자산 100조원 규모의 에너지 기업이 출범한다. 우려가 컸던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합병에 앞서 소멸시키기로 결정했다. KKR과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RCPS의 재계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RCPS ‘소멸’ 낙관…KKR과 ‘파트너십’ 작용했나
18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합병을 위해 KKR과 기존 RCPS 투자 계약에 관해 조건 등을 수정해 다시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SK는 합병결정에 관한 사항을 공시하면서 기존 SK E&S가 발행한 RCPS를 합병이 완료되기 전까지 유상감자, 상환, 기타 여러 방안을 통해 발행주식에서 소멸시킬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KKR과 설득과 논의를 잘 했고 조건을 바꿔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시에 나온 소멸은 계약의 소멸로 봐야 하는 셈인데 KKR도 SK를 장기적 파트너로서 SK E&S와 계약 하나만 보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SK E&S가 발행한 RCPS는 막대한 규모의 금액과 스텝업 조항 등 각종 조건으로 합병에 최대 난제로 지목됐다. 당초 계약대로라면 2026년 조기상환을 행사하더라도 지불해야 하는 자금만 4조원이 넘기 때문이다. 이에 SK는 합병을 위해 KKR과 RCPS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SK는 이날 간담회에서 KKR과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KKR과 오랜 투자 파트너십을 구축한 덕분에 RCPS를 놓고 긍정적 논의를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SK는 합병 조건으로 기발행한 RCPS의 소멸을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KKR의 투자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RCPS의 각종 조건을 논의해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는 구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시에 언급한 유상감자와 상환 등 방안을 활용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SK는 RCPS가 소멸되지 않으면 합병의 선행조건 불충족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히며 KKR과 협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건기 SK E&S CFO(최고재무책임자)도 이날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발행 취지대로 KKR과 (투자를) 유지하는 쪽으로 협의 중"이라며 “11월까지 KKR과 협의할 것이며 논의 과정은 있지만 특별한 변수는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합병비율 ‘1대1.2’…CIC 체제 유지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합병비율을 1대 1.1917417의 동등한 수준으로 정했다. 당초 시장에서 예측했던 1대 2의 비율과 비교하면 SK이노베이션에 좀더 유리한 수치다. 합병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 신주를 발행해 SK E&S의 주주인 SK㈜에 4976만주를 교부한다.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합병 후 55.9%로 높아진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별도기준 자산총액은 각각 21조3628억원, 10조765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SK는 양사의 수익력, 미래성장 분야를 감안하면 적정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주식시장에서 형성한 시가를 토대로 기준시가를 도출했다. 비상장사인 SK E&S는 자산가치(8만2475원)와 수익가치(16만8262원)를 각각 1과 1.5의 비율로 가중산술평균해 13만3947원으로 정했다.
이번 합병은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다. 다만 구체적으로 사내 독립기업(CIC) 체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 E&S의 기존 사업과 운영 체제, 의사결정 구조에 큰 변화 없이 각자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는 체제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합병 이후에도 각자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구상으로 풀이된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는 "법적으로는 지금 흡수합병처럼 됐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동반자로서 서로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합병 이후에도 SK E&S의 거버넌스 구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합병 시너지를 위해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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