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자율경영' 한계 드러낸 카카오…김범수 앞에 놓인 또 다른 도전

Numbers 2023. 12. 1. 09:00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카카오)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그룹사 '자율경영'의 한계를 드러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자율경영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각 그룹사의 경영 권한을 존중했다. 자율경영 기조는 한때 카카오만의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경영진 '사법 리스크',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문제가 겹치며 카카오 경영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율에 따른 책임과 감시, 평가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29일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김 센터장과의 대화에 관한 글을 게재하며 "금요일부터 좋은 골프장에는 죄다 카카오팀이 있다는 괴담 수준의 루머도 많은 상황이라 강력한 쇄신이 요구됐다"고 말했다. 카카오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구시대적인 경영 방식을 지적하는 맥락이다.

김 총괄은 앞서 경영진과 측근에 편중된 보상, 대형 프로젝트 비리를 폭로했다. 그는 특정 경영진이 과도한 연봉을 받고 20억원이 넘는 골프장 법인 회원권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800억원 규모 사업 결정을 담당 임원이 체계적인 결재, 협의 없이 진행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카카오가 약 4200억원 규모 데이터센터, 약 3000억원 규모 복합문화시설 서울아레나 공사를 진행하며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카카오는 회사 내부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전면 감사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컨트롤타워 확대해도 경영진 '사법 리스크'에 위기 증폭


카카오 내부에서 경영 실태 폭로가 나오며 경영 쇄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9월 그룹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를 확대 개편했다. 각각 그룹사가 각자도생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그룹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조직이다. CA협의체는 기존 선임된 배재현 투자총괄대에 더해 김정호 경영지원총괄,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권대열 정책센터장 4인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나 배 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지며 CA협의체 운영에도 문제가 생겼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3일 배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카카오는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때 2400여억원을 투입해 의도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범수 센터장도 검찰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15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지난 22일 김 센터장의 사무실이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카카오아지트를 압수수색했다.


다시 나온 김범수, 책임 경영 원칙 있어야 문제 돌파 가능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 센터장은 최근 전면에 나서며 경영 쇄신 시험대에 섰다. 김 센터장은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공동체 경영회의를 주재하며 경영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주요 그룹사 대표 20여명이 참여한다. 이번주 5차 회의까지 진행되는 동안 카카오모빌리티 시장 독과점 논란, 외부 독립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 운영, 그룹사 전반의 인사, 재무, 법무 체계 등이 논의됐다.

카카오 안팎에서는 김 센터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향해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8월 단체행동에서 무책임 경영, 회전문 인사, 계열사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 불안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기업 규모에 맞는 경영 책임 원칙과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김범수 창업자 스스로 이제는 벤처기업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경영자 역할을 강조할 시점"이라며 "계열사간 경쟁과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기구, 골목 상권을 무리하게 침해하지 않는 사업 가이드라인 설정,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제거하는 내부 원칙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율경영의 큰 원칙은 계열사별로 경영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성과 평가 기준과 감독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카카오가 경영 쇄신 일환으로 내놓은 그룹사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의 순기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컨트롤타워가 조정기능을 넘어, 계열사에 인사권을 행사하고 사업을 배분하는 등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은 기자 eu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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