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의 후계자인 조성민 한솔홀딩스 부사장은 신성장 동력 확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한솔제지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데 집중하는 양상이다. 한솔제지는 국내 제지업계 1위 기업으로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다.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했는데 특히 특수지인 ‘감열지’는 글로벌 1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제지 산업은 디지털화 진행에 따른 수요 감소 고민을 근본적으로 안고 있다. 여기에 펄프와 고지 등 주재료의 가격과 환율 등 요인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특징도 있다. 올해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금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 이런 가운데 친환경을 내건 조 부사장의 신사업 발굴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솔제지는 올해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은 1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대비 8.2%, 71.8% 감소한 1조891억원, 23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는 3분기에도 이어졌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65.1%, 82.9% 감소했다.
지난해는 해상운임 하락, 환율 상승 등 우호적 경영환경 조성에 따라 실적이 반등했다. 팬데믹 완화로 수요가 증가했고 판매가격이 오른 덕분이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에 따른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 운전자금의 증가는 부채 부담을 야기했다. 이는 현금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결국 올해 고금리의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그간의 부정적 신호가 실적 부진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한솔제지는 2015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꾸준히 변화를 모색했다. 인적분할 당시 지주사인 한솔홀딩스에 자본을 몰아주고 반대로 제지사업 관련 부채는 한솔제지가 가져가면서 연말 부채비율이 311%를 기록했다. 결국 이듬해 주주배정후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해 684억원을 조달해 상환에 나서면서 부담을 해소했다.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한 이후로는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데 공을 들였다. 당시 매출 규모가 가장 컸던 인쇄용지의 사업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라 비중을 줄이고 특수지에 집중했다. 2016년 한솔아트원제지와 합병도 이 같은 배경에서 진행했다. 당시 감열지 사업을 세계 1위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조 부사장은 변화를 추진 중인 2019년에 지주사에서 한솔제지로 이동해 미래 먹거리 발굴 작업에 참여해 경험을 쌓았다. 이어 2020년에는 한철규 대표가 취임하면서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본격화했다. 당시 한솔제지는 천연 나노물질 ‘나노셀룰로오스’나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 등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며 다각화를 진행했다.
한솔제지는 신사업 육성 과정에서 인수합병(M&A)도 활용했다. 한 대표가 취임한 해 12월 인수한 수처리 업체 한솔이엠이가 대표적이다. 친환경 관리사업 진출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한솔이엠이는 2022년에 완전히 흡수합병을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독일과 덴마크 등에 포진한 해외 자회사는 매각하면서 효율성을 강화했다.
이 같은 친환경 소재 부문 확장 행보는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해 250억원을 투입해 식품포장용기 제조기업인 성우엔비테크를 인수했다. 한솔제지는 3월 삼성웰스토리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친환경 종이 패키지 개발 협약을 체결했는데 여기서 패키지 생산은 성우엔비테크가 맡기로 했다.
한편 지주사인 한솔그룹도 2020년부터 신사업 발굴 차원에서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사업개발팀 중심으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한솔 V프론티어스(FRONTIERS)'를 매년 추진했고 올해까지 21개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실제 투자까지 이어진 기업도 5곳에 닰한다. 최근 조 부사장도 인사를 통해 한솔홀딩스로 이동한 만큼 이 같은 프로그램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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