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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탐구] ESG 공시는 왜 중요한가?...법무법인 원 이영주 변호사

Numbers_ 2024. 12. 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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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탐구] ESG 공시는 왜 중요한가?...법무법인 원 이영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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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변호사 /사진 제공=법무법인 원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자본시장의 시스템이자, 투자자를 보호하는 시스템"

법무법인 원의 이영주 변호사(변호사시험 1회)는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ESG'는 환경 분야가 아닌 자본시장에서 만든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 인권 리스크 등으로 기업이 5년, 10년 뒤에도 생존할 수 있을지 재무제표만으로 알기 힘든 세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ESG는 이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가 된다는 의미였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ESG는 '기업을 평가하는 비재무적 지표 중 재정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표'다.

대학 졸업 후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 변호사는 KT, 네이버 등에서 근무하다 변호사가 됐다. 지난 2012년 원에 입사 후 인수합병(M&A), 기업지배구조, 경영권 분쟁 등 기업자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원 ESG센터에서 기업자문을 하고 경기도 기후대응·산업전환 특별위원회 위원, 경기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ESG 분야로 영역을 확대했다.

이 변호사는 E·S·G 중에서도 기후 공시에 주목한다. 지난해 이 변호사는 기후 공시 의무를 규정하지 않은 자본시장법이 국민의 환경권과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에 법률 대리인으로 나섰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과 기후 공시 법제화를 담은 '자본시장법 일부개정 법률안' 발의에도 참여했다.

이 변호사를 만나 ESG 공시의 필요성은 무엇인지,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들어봤다.

 

"ESG 이슈, 기업 매출·이미지에 영향...공시해 투자자 판단 도와야"

 

이영주 변호사 /사진 제공=법무법인 원

-ESG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환경에 관심이 있었다. 원에 입사하고 내부 공익위원회에서 생태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활동했다. 전 법무부 장관으로 원 소속인 강금실 변호사가 운영하는 지구법 공부 모임에서 기업가, 법조인, 학자들과 포럼을 열고 생태·환경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2021년 원에서 ESG 센터를 출범하면서 기업 자문, 교육 등의 활동을 하게 됐다.

사실 기업 자문을 하면서 기업의 환경 관련 활동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지는 않는다. 대부분 기업의 투자, 운영에 대한 법률 이슈를 자문하기 때문에 업무 과정에서 상충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데 ESG 업무 영역에서는 기업의 환경에 대한 책임이 강조된다. 특히 ESG는 기후 변화에 모든 사회 주체가 대응해야 하고 기업 역시 다르게 활동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보니 사적인 관심과 업무가 통합돼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점점 기업들이 ESG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업자문 변호사로서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내용의 ESG 자문을 하고 있나.

△ESG 컨설팅이 있다. 회사의 전반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을 ESG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지배구조 및 인권 규정 등이 내규로 잘 정립돼 있는지 또는 취약한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살핀다. 회사의 사업 영역이나 특성에 맞춰 자문한다. 또 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이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 ESG 관련 사항을 점검한다. ESG 등급 평가, 공시 관련 자문도 하고 있다.

-ESG 관점에서 기업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보면 기업은 자유롭게 영리 활동을 하고, 환경 등은 공공부문이 책임지면서 규제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기업에 환경에 대한 책임을 요구한다면 자본시장에서는 "경제 체제의 한 분야를 맡고 있을 뿐인데 공공 부문의 역할까지 담당하라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ESG는 기후 문제를 전통적 방식에 따라 이분화하지 않고 기업도 자사의 사업 모델 즉 영리 활동이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고,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활동하도록 요구한다. 기업이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 자본주의 시스템 내부로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ESG 공시란 무엇인가.

△공시의 핵심은 재무제표다. 지난 100년간 공시 시스템은 잘 작동해왔는데, ESG가 중요한 사회가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예를 들어 기업이 성차별, 인권 문제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매출이 급격히 떨어져도 이를 회계상 처리할 방법이 없다.

이와 달리 ESG 공시는 기업이 ESG 이슈를 제대로 분석하고 있는지, 대응 계획이 있는지, 기후 위기로 인한 장·단기적인 위험을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공개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기업이 미래에도 현재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알 수 있는 성적표를 재무제표 뒤에 더 붙이는 셈이다.

-ESG 공시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도입에 소극적일 경우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되고 해외 진출이 막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미 전 세계적인 방향은 'ESG 공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거래하는 주요국들은 관련 규제를 만들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해 3월 기후 공시를 확립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기후 관련한 지배구조가 어떤지, 현재 어떤 위험이 있는지 등을 모두 밝혀야 한다. 그 전부터도 미국은 사업보고서에 기후 위기로 인한 물리적, 재정적인 위험과 위험 가능성 등을 기재하는 항목(risk factors)을 기재하도록 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 상장된 쿠팡, 한국전력 등도 사업보고서에서 기후 위기를 언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EU에 철강, 알루미늄 등의 품목을 수출할 때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 배출량에 따라 탄소세를 매기는 제도로 물류, 해운 등의 분야가 직접적인 적용을 받는다. 이처럼 우리의 시장이자 고객인 많은 국가가 ESG를 요구하고 관련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ESG 공시 도입은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이다.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20~30년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는 ESG 공시 도입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ESG 공시는 적어도 1~2년의 데이터가 쌓여 있어야 가능하다. 당국의 명확한 메시지가 없으니 기업들은 '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국제적 흐름을 선도하면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있다.

-ESG 공시 도입으로 자본시장이 겪게 될 다른 변화가 있다면.

△주주들이 기업의 ESG 대응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해외에서는 기업이 환경과 관련된 공시 내용을 어겼다는 이유로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 일례로 호주의 한 은행이 보고서에 친환경 전략을 썼는데 환경 파괴 효과가 큰 광산 투자를 결정했다가 허위 사실을 담았다며 소송을 당한 일이 있었다. 특히 주주 행동주의가 강해지면서 환경단체들이 주주로서 행동하기도 한다.

 

ESG,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기후테크 투자 관심 많아져  

 

지난해 이영주 변호사(오른쪽 두 번째)는 김성환,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과 '자본시장법 일부개정 법률안' 발의에 참여했다. /사진=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블로그


-기후 공시 의무화를 주장한 헌법소원에 참여한 계기와 취지는 무엇이었나.

△원이 설립한 공익법인인 사단법인 선에서 활동하면서 참여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캠페인을 통해 청구인단을 모았다. 헌법소원의 취지는 자본시장법에서 기후 공시 규정을 명확하게 두지 않아 국민의 환경권,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헌법소원의 요건 중 하나인 직접성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직접성은 법률이 내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는 것인데 자본시장법의 목적은 투자자 보호이지 국민의 기본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후 소송과 달리 자본시장법을 파고 들어가자는 의견이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허들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법리적인 부분에 가장 공을 들였다. 기후 위기가 우리 세대, 미래 세대의 당면한 문제라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고 자료 조사, 논리 구성에 신경 썼다. 심리를 받아봤으면 좋았을 텐데 각하 결정이 나와 아쉬웠다. 그래도 시도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기후 공시가 법정 공시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시는 간단히 말하면 스스로 공개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방식이다. 자본시장에서 항목을 지정하고 지침만 제공하면 기업이 스스로 공시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다. 중요 사항을 명확히 공시하도록 하고 부정확하거나 허위 공시를 한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법정 공시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ESG는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ESG는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중장기적으로 떠나야 할 사업 모델을 정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일부 기업은 오히려 ESG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다. 자문 기업 중에는 EU의 탄소 규제와 관련해 한국과 EU를 오가며 사업을 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상품 개발을 구상하는 곳이 있다.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탄소 중립 달성 컬설팅을 하는 기업도 있다. 이른바 '기후테크' 기업들이다.

-기후테크 기업이 불러올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현재 한국의 탄소 중립 목표는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후테크 육성이 불가피하다.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체질을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로만 가능하고, 이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 기후테크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을 도입해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감축시키고, 커피 찌꺼기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내장재를 만들며 새로운 건축 자재를 개발해 건물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기후테크의 힘이다.

최근 투자 회사나 지자체들이 대체육, 스마트 필름 등 다양한 분야의 기후테크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반가운 흐름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기술 실증이 쉽지 않은 기후테크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성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ESG가 후퇴할 것이란 의견이 있다. ESG 관련해 2025년 전망은 어떻다고 보나.

△'약간의 후퇴는 있더라도 완전한 후퇴는 아닐 것'이 중론이다. 이미 미국 주 단위에서 진척된 ESG 정책들이 있고 EU도 ESG 흐름을 끌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흔히 "ESG는 후퇴해도 탄소 문제는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온실가스를 제한하고 이를 관리하는 지구 시스템이 역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전반적인 흐름,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탄소 중립 경제를 우리나라에 도입하고 제대로 자리 잡게 하려면 앞으로 많은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탄소 중립 경제로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법률이나 정책적인 부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최대한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한다.

변호사가 된 이후 M&A, 기업자문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했고 특히 국제거래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기업 활동을 자문한 경험이 있다. 변호사도 ESG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국제 무대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대한민국 기업의 성공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