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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전기차시대 확대되는 보험 역할

Numbers_ 2024. 8. 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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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전기차시대 확대되는 보험 역할

충전율 90% 초과 출입 제한으로 근본문제 해결 안돼배터리 이력관리 등 전기차 데이터 ‘사회공유자원’ 구축‘전용보험약관’ ‘대재해재난지원기금’ 등 준비 대응해야최근 잇따른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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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율 90% 초과 출입 제한으로 근본문제 해결 안돼
배터리 이력관리 등 전기차 데이터 ‘사회공유자원’ 구축
‘전용보험약관’ ‘대재해재난지원기금’ 등 준비 대응해야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사고로 사람들의 불안심리와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빈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다 발견한 전기차 충전기 주변의 넓은 자리가 별로 달갑지 않다. EU 등 선진국의 내연기관차 축소계획 연기와 대형사고가 겹치면서 수요위축을 부추겨 전기차산업 생태계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 전기차가 우리 사회 주력 모빌리티(Mobility)는 아니다. 국토부에 의하면 2024년 2월기준 등록된 전기차는 55만대 정도로 전체 등록 승용차 2140만대의 2.6%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친환경에 대한 전지구적 관심과 급속한 신기술 발전으로 전기차 시대로의 패러다임 이행은 막을 수 없다.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안에서 2050년까지 전기차 수소차 비중을 85%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전체 등록차량 2700만대의 17%를 전기차 수소차로 채우겠다는 중간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 준비수준은 많이 부족하다. 법·제도가 기술발전 등 사회경제 변화를 앞설 수는 없다. 소위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에 익숙해지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예비할 선견지명이 없다면 뒷북행정의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사회시스템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전기차 관련한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다수 의원이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폐기됐다. 지난 9일 서울시가 권고한 ‘충전율 90%초과 차량의 지하주차장 진입 금지’ 조치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사회경제 변화속도를 법과 제도가 뒤따르지 못하는 제도적 지체현상 폐해가 너무 크다.

전기차는 단순히 동력이 전기에너지로 바뀌는데 머물지 않는다. 배터리를 포함한 수많은 연관 기술과 산업의 변화를 수반하는 이동수단 혁신의 산물이다. 신기술과 사회경제적 변화를 상징하는 전기차시대를 규율하는 제도와 인프라를 새로운 관점으로 구축해야 한다. 전기차 보급확산은 보험사 입장에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위험요인이 추가되는 것이다. 배터리 손상과 폭발 사고, 비싼 수리비, 높은 사고율, 인프라 부족 등 기존 내연기관차에 없던 고려요인이 보험료 책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험연구원(2024년4월)에 의하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에 비해 사고 심도가 높고 수리기간도 길어 건당 손해액이 67% 이상 높지만 보험료 산출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전기차 보험료를 합리적으로 차등 적용할 수 있는 세부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생산이력이 짧아 아직 가격이 비싸고 보급량이 적어 차량 리스크 측정도 불안정하다. 차량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이 자동차 가격과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험료 산정에 운전자 특성보다 차량자체 리스크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험사들도 대물배상한도 증액이나 배터리 사고 ‘특약’ 등을 탑재한 전기차전용상품을 개발해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주행거리가 길어 손해율이 높다는 데이터만으로는 전기차 보험료 책정의 합리성을 보장할 수 없다. 차량 출고 후 배터리의 교환주기, 교환원인, 교환비용, 배터리 종류, 그리고 제조사 등 보험료 산정에 필요한 리스크 요인별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 전기차 생산자, 배터리 제조사, 차량정비업자, 보험사가 협력해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사회적인 ‘공유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위험률과 손해액 데이터로 기술적 특성, 배터리, 차량중량 등 리스크 요인이 완전히 다른 전기차 보험료를 산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전기차 전용 표준 자동차 보험약관’을 제정하고 별도의 위험율 데이터를 구축해 운용할 필요도 있다. 주행 중일 때 뿐 아니라 주차 중에도 대규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전기차 화재 원인은 밝히기도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사고원인에 따라 보상범위와 보상방법도 확연히 달라진다. 신속한 사고수습을 위해 보험사들이 먼저 보상을 하고 싶어도 책임소재 규명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꺼린다. ‘선보상 후구상’ 원칙의 제도화 등 사고보상 프로세스도 살펴봐야 한다.

청라 배터리 화재 사고처럼 전기차와 관련된 사고는 대규모 사회적 재난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비싼 수업료를 냈으면 교훈을 얻어 뒷북행정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사고예방 못지 않게 사고수습도 중요하다. 사고수습의 핵심은 원인을 신속하게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따져 합리적으로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다. 차주의 관리소홀과 배터리 제조 결함이 쟁점이 될 것이다. 어느 일방의 책임이거나 쌍방 과실로 일정비율 분담하는 결론이 날수도 있다. 사고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할 수도 있다. 원인이 규명되면 차주와 제조사가 가입한 보험사간 공방을 통해 배상수준이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대형사고로 피해규모가 보험가입 한도를 초과해 차주나 제조사의 자체 부담능력을 벗어나면 실질적 피해보상이 어렵다. 사고원인이 충전기 결함인 경우도 동일하다. 보장한도를 초과하거나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자체 보상능력이 없다면 역시 실질적 피해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 보급이 2020년 3만4714개에서 2024년 36만285개로 4년 만에 10배로 늘었다. 공동주택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설치 등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해 제도를 바꾼 영향이다. 전기차 충전시설 90% 이상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위치한다. 충전 중이거나 주차 중에 배터리 화재사고가 나면 대규모 사회적 재난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주유소 LPG충전소 수소충전소 등 다른 에너지시설물에 비해 안전관리와 손해배상 대비의 사각지대에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이미 전기차 충전시설 책임보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주민 생활피해와 건물 훼손은 자동차보험 배상대상이 아니다.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는 공동주택은 충전시설 설치회사의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공동주택의 ‘재난배상책임보험’과 중첩시켜 보장범위를 두텁게 할 필요도 있다.

대규모 피해로 사고원인 제공자가 피해액을 모두 감당할 수 없거나 보험보장 한도초과로 실질적 피해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 원인규명이 안되거나 지체되는 대규모 피해를 분산해 사회적 파장을 일부라도 줄일 수 있도록 전기차관련 사회적 배상시스템 구축도 모색해야 한다. 자동차손해배상 책임법(자배법)의 ‘보장사업’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뺑소니자동차나 무보험자동차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사회보장제도다. ‘자배법’의 보장사업 대상을 ‘대규모 전기차사고 피해자’로 확대해 손실의 일부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손보사의 자동차 대물책임보험료 일부를 각출하고 전기차 업체, 배터리 제조사와 유통사의 매출액 일정비율을 출연해 ‘전기차 대재해기금(가칭)’을 조성해 운용하는 것이다. 전기차관련 대규모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소비자 신뢰를 구축해 전기차산업 생태계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성숙한 전기차 시대 도래는 주요국의 이해조정과 국내 인프라 구축 부족으로 다소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지않아 길거리에서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나 수소차를 마주칠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이다. 정부 국회 등이 법·제도 정비도 서둘러야 하지만 보험사 스스로도 새롭게 생성되는 리스크 요인을 정확히 식별하고 합리적인 가격체계와 상품개발을 통해 전기차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