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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4대금융지주 밸류업 약속, 지속가능성이 관건

Numbers_ 2024. 8. 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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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4대금융지주 밸류업 약속, 지속가능성이 관건

주주환원 실현 가능성이 가치평가 차별화금융지주 자본력에 ‘엔트로피 법칙’ 작동중장기 성장전략추진 자본이 있어야 가능존 메이나드 게인즈(John Maynard Keynes)는 주식시장을 미인 대회에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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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실현 가능성이 가치평가 차별화
금융지주 자본력에 ‘엔트로피 법칙’ 작동
중장기 성장전략추진 자본이 있어야 가능


존 메이나드 게인즈(John Maynard Keynes)는 주식시장을 미인 대회에 비유했다. 다른 사람 생각이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일 것이다. 상반기 4대 금융지주 실적은 대체로 시장이 예상한대로 순서가 매겨진 것 같다. 실적발표 IR(투자자설명회)을 계기로 금융지주들은 대부분 비슷한 조건의 장기 주주환원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

첫째, 규제환경 변화와 리스크 증가에 대비해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지속가능한 자기자본이익율(ROE)을 10% 이상으로 올린다고 했다. 셋째, 현재 30~40% 수준인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CET1 13%, ROE 10% 이상을 유지하려면 자본 단위당 이익을 늘려야 한다. 총주주환원율 증대도 돈을 잘 벌어야 가능한 일이다. 시장은 금융지주들이 제시한 주주환원 목표의 실행과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가치평가를 차별화하고 있다.

ROE는 은행 밸류에이션(Valuation)에서 가장 중요한 재무지표이다. ROE는 총자산순이익률(ROA)과 레버리지(Leverage, 위험가중자산/자기자본) 비율로 분해되는 산수식에 불과하다. ROA는 마진율과 비용효율성을 높여야 향상된다. 레버리지비율은 리스크관리 역량과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올릴 수 있다. 마진율은 주력인 순이자마진(NIM)을 올리고 그룹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비이자수익을 늘려야 향상된다. 비용효율성은 CIR(Cost Income Ratio)을 낮춰야 개선된다. 희망퇴직 등으로 판관비를 통제하고 대출심사 연체관리 등 충당금전입액을 줄이는 힘든 과정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높은 ROE 유지를 통해 배당 자사주소각 등 주주환원율 상승이 기대돼야 투자자가 모인다. 경영자가 더 좋은 사업기회를 찾지 못해 쌓아놓은 자본의 효율성이 떨어지면 주주환원 요구가 커진다. 금융지주가 자본을 쌓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조금 방심하면 투자자 환원 압력과 무리한 전략추진으로 쉽게 허물어진다. ‘자본’은 ‘강력한 힘과 의지’가 개입되지 않으면 낭비되거나 약화되기 쉽다.

물리이론에 ‘열역학 제2법칙'이 있다. 일명 ‘엔트로피 법칙’이다. ‘시간이 갈수록 무질서도(엔트로피)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현상'이다. 에너지를 쏟고 노력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무질서도가 증가한다. 청소를 안 하면 더러워지고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이 시간이 갈수록 사물을 구성하는 원자의 에너지 집중도가 떨어지고 쇠락의 길을 간다는 것이다.

작동되는 내밀한 이론적 원리를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로 계속 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안다. 영원할 것처럼 보이는 물질세계의 질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특별한 에너지가 관여되지 않으면 무질서 상태로 점차 변해간다. 세상 이치를 엿볼 수 있어 자주 회자되는 역학이론이다.

엔트로피 법칙으로 기업을 바라보면 엔트로피가 가장 낮은 영역이 ‘자본’이다. 자본은 기업을 시작하고 움직이는 고도로 응축된 에너지원이다. 자본은 축적하고 의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기업경영의 무질서도가 높아진다. 상반기 금융지주 CET1비율은 KB 13.59%, 신한 13.05%, 하나 12.79%, 우리 12.04% 순이다. CET1 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자본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당국은 규제가이드라인으로 12%~13% 이상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지주 자본의 질서 정도를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가 레버리지비율이다. 높아지면 무질서도가 올라간다. 그룹 총자산수익율(ROA)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자기자본이익율(ROE)를 올리려면 레버리지비율을 높여야 한다. 우리금융이 지난 6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4000억원의 영향을 감안하면 4대 금융지주 모두 전년 대비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졌다. 특히 하나금융은 은행 중심으로 대출자산이 9% 이상 성장해 레버리지비율이 가장 높다. 상반기 금융지주 IR자료 기준으로 ‘약식 시산’한 레버리지비율은 KB 12.4%, 신한 12.6%, 우리 14.5%, 하나 15.0% 순이다.

상대적으로 레버리지비율이 낮은 금융지주의 주가상승률이 대체로 높았다. 은행경영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응축된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8월초 현재 주가상승율은 KB 55.2%, 신한 45.1%, 하나 44.9%, 우리 17.8% 순이다.

올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최대 수혜 섹터로 시장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4대 금융지주 모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신한은 2019년 2020년 두차례 걸쳐 1조9000억원의 유상증자로 늘어났던 5660만주를 덜어내기 위해 2027년까지 자사주 5000만주를 매입 소각하기로 했다. 시가 기준 2조8000억원 규모로 발행주식의 9.8% 수준이다. 또 ROE 10%, CET1비율 13%, 총주주환원율 50%를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며 시장과 소통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12.8%로 낮아진 CET1비율을 올해 말까지 13%까지 올리고 자사주매입 소각도 3000억원 이상 추진중이다. CET1비율 13~13.5% 구간에서는 전년대비 증가한 자본비율 50%, 13.5% 초과시 초과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제시했다.

우리금융 역시 CET1비율 12.5~13% 구간은 총주주환원율 40%, 13% 초과시 50% 환원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했다. 우선 2025년 CET1 비율 12.5%를 조기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투자자들은 현재 추진중인 그룹성장전략 등을 감안하면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로 평가한다. 지난달 30일 우리금융 과점주주인 IMM PE는 보유지분(3.85%) 중 2.3%를 2640억원에 블록딜로 넘겼다. 자금 재조달이 아닌 회수(Exit)로 보여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KB금융은 아직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신한이 제시하는 중장기 목표 이상을 시장은 기대하는 것 같다. 올해는 분기 균등배당 1조 2000억원과 상반기 이미 실행한 3200억원 자사주 매입을 포함해 총주주환원율 40% 달성이 예상된다. 금융지주들이 제시한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시장 신뢰확보가 중요하다.

돈을 빌려 사업을 잘해 수익을 많이 남겼으면 투자자에게 일정부분 환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도 PBR 0.5배 수준인 금융지주의 시장가치는 지나치게 낮다. 다수의 해외 은행들은 70% 넘는 주주환원율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향후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금리하락으로 주력 수익원인 NIM(순이자마진) 하락도 예상돼 우려가 크다.

더욱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그룹의 포트폴리오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도 추진중이다. 선두권 금융그룹 역시 또 다른 성장 모멘텀을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엔트로피 법칙’이 가급적 천천히 작동하도록 ‘자본’을 잘 지켜야 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