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 사이 주가가 반토막 난 전(前) 쌍방울 계열사 미래산업의 새로운 최대주주에게 호재가 찾아 왔다. 미래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인수한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이 덩달아 내려갔기 때문이다. 저렴한 값에 보통주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열린 만큼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산업의 8·9회차 CB, 최대주주 '넥스턴바이오' 꽃놀이패?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산업이 올 9월과 10월 발행한 8·9회차 CB의 전환가액이 각각 3085원, 2829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최초 전환가액 대비 약 20%가량 내려갔다.
이들 CB는 모두 새로운 최대주주인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들고 있다. 앞서 7월 넥스턴바이오는 기존 최대주주였던 광림으로부터 미래산업 지분 10.59%를 245억원에 양수했다. 이후 9월과 10월에 걸쳐 8회차 CB(100억원), 9회차 CB(260억원)을 사들였다.
미래산업이 넥스턴바이오를 대상으로 CB를 연이어 발행했을 당시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지난 8월 1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던 주가는 9월 4000원, 10월 3000원대로 떨어졌다. 현재는 2000원대 중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래산업의 주가하락은 넥스턴바이오에겐 최고의 차익 실현 조건을 열어줬다. 또한 전환가능주식수가 늘어나 경영권 지분을 늘리는 데도 훨씬 편리한 상황이 조성됐다.
해당 CB의 전환가액 최저 조정한도도 넥스턴바이오에게 유리하게 설정돼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CB를 발행할 땐 투자자의 투자원금 보호 차원에서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한다. 주가가 내려가면 이와 함께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형태다. 일반적으로 최저 한도는 최초 발행가액의 70% 수준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미래산업은 CB 최저 조정한도를 ‘액면가(500원)’로 설정했다. 넥스턴바이오 입장에서 이미 미래산업을 손에 넣은 뒤였기 때문에 최대한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발행 조건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건에 따라 넥스턴바이오는 미래산업의 주가가 500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주가가 반등할 경우 투자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잇단 손바뀜…석연찮았던 그들의 M&A
일부에서는 미래산업의 주가 하락을 석연치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미래산업은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 수사가 한창일 때 그 유탄을 피해갔다.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대북송금,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쌍방울은 거래정지 처분을 받았다. 또 미래산업의 기존 최대주주이자 쌍방울그룹 지주사 격이었던 광림은 상장폐지를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쌍방울 계열사들의 주가는 90%가량 급락하는 쓴맛을 맛봐야 했다.
반면 미래산업은 원래 쌍방울그룹 내에서 순환출자 구조를 구축하던 핵심 계열사였으나 매각으로 인해 주가하락을 피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아이오케이컴퍼니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쌍방울의 순환출자고리에서 벗어났으며 올해 7월 넥스턴바이오의 인수로 오히려 주가상승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인수 당시 넥스턴바이오는 미래산업의 사업영역을 올해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같은 사업목적 추가 계획이 담긴 주주총회공고 공시가 나간 다음 날(6월 23일) 미래산업의 주가는 20%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미래산업의 새 주인 넥스턴바이오를 실질 지배하는 실소유자다. 업계는 미래산업 인수합병(M&A)을 일반적인 거래로 보지 않는다. 자본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의 거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넥스턴바이오의 실소유자는 형제 관계로 알려진 온성준·온영두 씨다. 넥스턴바이오는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최대주주로서 지분 9.57%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은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에스엘에너지가 지분 9.1% 최대주주로 있다. 이들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기업은 비상장사 '에스엘홀딩스컴퍼니'다. 이 기업은 온영두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1인 기업이다.
온 씨 형제는 무자본 M&A로 악명이 높다. 특히 기업 인수에 CB를 곧잘 활용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온 씨 형제가 실질 지배하는 기업들은 몇차례 주가 상승이 이뤄지고 이후 CB 물량이 시장에 풀리며 주가 급락 과정을 거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본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한 뒤 곧바로 지분을 털고 나가는 건 실제 법률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CB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이 것만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지만 비슷한 패턴을 보인 기업이라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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