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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 가운데 주관사와 인수단 선정 없이 직접 공모에 나섰다. 미국이 다음달 기준금리 '빅 컷(0.5%p)'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조만간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다. 금리인하기에는 채권시장에서도 고금리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후순위채는 자본성증권으로 재무건전성에도 도움을 줘 하나증권은 시장 분위기를 보고 수수료 비용을 최소화해 자본확충에 나서는 등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1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6년물 발행을 위해 내달 5일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직접 청약을 실시한다. 통상적으로 10년물 이상 후순위채에 따라붙는 발행 5년 후 콜옵션(조기상환권)의 경우 이번 하나증권 후순위채에는 없다. 이자 지급은 매 3개월마다 이뤄지며, 만기 일시 상환 구조로 이뤄졌다.
자본성증권 중 하나인 후순위채는 만기가 보통 10년 이상으로 길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조달 비용이 일반 회사채보다 높지만 만기 일정을 장기화하면서 재무구조상 좀더 안정되는 측면이 있다. 다만 만기가 10년 이상이면 보통 발행 5년 후 콜옵션이 붙기 때문에 실제 만기일까지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5년 후 실제 상환에 나선다. 이를 고려해 하나증권은 5년 후 상환이 아닌 6년 만기 일시 상환으로 가져간다.
하나증권은 이번에 1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완료하면 올해 상반기말 연결 기준으로 순자본비율(NCR)이 1271.81%에서 1383.57%로 111.76%p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500%선 이상으로 관리하고 있으면 적정 수준으로 본다. 이익이나 자기자본이 늘면 NCR 수치는 개선된다.
하나증권이 인수단 없이 직접 공모에 나선 배경으로는 최근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면서 채권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을 보면 9월 금리인하가 높아지면서다. 특히 9월 금리 결정 때 빅 컷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 고금리 막차를 타려는 수요 때문에 채권시장도 활기를 띤다.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높을수록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 가능하다.
주관사와 인수단을 끼고 채권을 발행하면 미매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하나증권은 현재 시장 상황이 미매각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보다는 금리와 가격, 관련 모집에 대한 자율성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증권이 확정 제시한 이율 4.9%도 국공채에다가 하나증권 후순위채와 같은 신용등급인 'AA-'급의 5년물과 7년물 민평 금리 스프레드를 가산한 수준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6월 발행한 3700억원, 1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표면금리는 모두 5.1%였다. 금리인하가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금리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나증권은 우선 1500억원 규모에 대한 후순위채 청약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장 상황이나 제반 여건에 따라 4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겨뒀다. 앞서 하나증권은 지난 2월 이사회를 열고 연간 사채발행계획 안건을 의결하면서 선순위채는 5000억원 한도 이내, 후순위채는 4000억원 한도 내에서 발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2월 이사회 결의 이후 처음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이에 대해 하나증권 관계자는 "인수단 없이 직접 공모를 진행하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발행 방식의 차이가 있는 정도일 뿐"이라며 "직접적으로 후순위채 청약을 받으면 금리와 수요에 더 기민하게 대응함으로써 안정적인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괄공모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하나증권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 모두 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내달에만 1250억원 규모 기업어음(CP) 만기가 예정됐으며, 10월에도 250억원짜리 CP 만기가 도래한다. 모두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에 걸쳐 발행된 물량들이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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