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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이규호, 이웅열 명예회장과 ‘닮은 듯 다른 점’

Numbers_ 2023. 12. 6. 19:32

코오롱그룹의 지주사 코오롱의 회장직이 5년째 공석인 가운데 '오너 4세' 이규호 전 코오롱모빌리티 사장이 최근 정기 인사를 통해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직에 올라섰다. 투톱 체제로 개편된 코오롱에서 27살 많은 안병덕 코오롱 지원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그룹이 거느리는 6개 상장사를 놓고 봤을 때도 가장 어린 나이에 수장이 된 이 부회장은 부친 이웅열 명예회장과 닮은 듯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코오롱그룹이 한층 젊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 부회장은 1984년 미국에서 태어나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 학사를 취득했다. 미국 시민권자로 군 복무 의무가 없었지만 한국에 돌아와 스스로 군에 입대해 만기 제대했다. 군 복무 중에는 국제연합(UN) 평화유지군에 지원해 레바논에서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전역 후 2012년 코오롱그룹의 모태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 차장으로 입사한 이 부회장은 그룹의 경영수업 원칙에 따라 현장 경험부터 쌓기 시작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사원 숙소에서 지내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4년 코오롱글로벌(건설) 부장,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2017년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 등 그룹 내 주요 사업을 두루 거쳤다. 이 부회장은 201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와 2021년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부문 부사장을 거쳤고 지주사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직하며 승계기반을 다졌다.


이규호 부회장, 부친 이웅렬 명예회장과 닮은 듯 다른 길


이 부회장이 계열사(코오롱모빌리티)에서 지주사(코오롱)로,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코오롱그룹 4세 경영승계는 본격화됐다. 현재 코오롱그룹 회장직은 이 명예회장이 지난 2018년 퇴임한 이후 공석으므로 사실상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셈이다. 이 부회장과 이 명예회장의 경영 승계 과정은 유사한듯 상이하다.

먼저 둘은 그룹 경영 이끌기 시작한 시기가 비슷하다. 이 부회장은 1984년생으로 올해 39세다. 1956년생인 이 명예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것도 40세가 되던 해인 1996년이다. 경영권을 물려받은 방식 역시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아버지의 '용퇴'라는 점이 공통분모다. 이 명예회장의 부친인 이동찬 전 코오롱 명예회장과 이 부회장의 부친 이 명예회장은 모두 자진해서 경영 은퇴를 선언했다.

장자상속체제를 고수하는 코오롱그룹에서 이 명예회장과 이 부회장 모두 외아들로 어려서부터 후계자로 낙점됐다는 점 역시 같다. 코오롱그룹은 1970년대 이원만 창업주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이 창업주의 동생 이원천씨와 장남 이동찬 전 명예회장 간 경영권 승계 갈등을 빚은 이후 장자승계원칙을 엄격히 유지하고 있다. 일찍이 경영수업을 받은 부자와 달리 이 명예회장의 다섯 누이와 이 부회장의 두 누이는 모두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실질적 승계의 ‘완성’인 지분 확보와 관련해선 판이한 행보를 보인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분을 증여받았던 이 명예회장과 달리 이 부회장은 아직 코오롱 지분을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명예회장은 현재 코오롱의 지분 49.74%를 들고 있는 반면 이 부회장은 코오롱을 포함해 주요 상장 계열사 주주 목록에도 등재돼 있지 않은 상태다. 지분 승계가 앞으로 코오롱그룹의 주요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젊은 감각으로 경영 역량 시험대 나선다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이 부회장은 승계보단 우선 그룹 경영과 미래 전략 수립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명예회장이 2018년 퇴임 당시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 부회장의 이번 승진 인사는 경영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간 이 부회장은 특유의 트렌디하고 젊은 감각을 앞세워 수입차 유통과 패션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달성해 왔다. 이 부회장은 2020년 말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취임 이후 비대면 산업 트렌드에 발맞춰 아웃도어, 캠핑 등에 특화된 지프 브랜드 딜러십을 추가하며 외형확장을 이끌었다. 유통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온라인 비즈니스도 강화했다. 차량을 구매하기 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시승하고자 하는 차량을 예약하면 최대 5일까지 시승을 경험할 수 있는 ‘바로그차’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올해 초엔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을 인적분할 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성공적으로 출범했다. 산하에 자회사 총 6개를 두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각 브랜드 사에 적합한 마케팅과 세일즈 방안을 구축했으며 사업구조 효율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앞서 2019년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재직 당시 브랜드 리이미징을 주도한 것도 이 부회장의 역량이 발휘된 케이스다. 젊은 층에 소구될 수 있도록 상품과 매장 인테리어를 개편하고 아웃도어 중심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했다. 주력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에 레트로 브랜드를 도입한 ‘솟솟상회’ 런칭은 물론, 전시 기획사 ‘글린트’와 손잡고 한남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선보이며 고객층을 기존 5·60대에서 2·30대 젊은 층으로 대폭 넗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프리미엄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G/FORE(지포어)를 직접 런칭한 것도 이 부회장 주도하에 이뤄진 일이다.

코오롱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무기인 젊은 감각의 비즈니스적 접근이 코오롱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내부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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