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어바웃 G] 아세아시멘트가 품은 경주월드, 오너일가 배당창고 '행동주의'에 제동

Numbers_ 2024. 9. 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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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G] 아세아시멘트가 품은 경주월드, 오너일가 배당창고 '행동주의'에 제동

아세아그룹이 오너일가가 보유하던 가족회사인 '삼봉개발(현재 경주월드)'을 자회사로 품으며 오랜 기간 지적돼 왔던 주주 권익 침해 논란을 해소했다. 삼봉개발은 아세아시멘트가 보유한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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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범 아세아시멘트 회장 /사진=경주월드


아세아그룹이 오너일가가 보유하던 가족회사인 '삼봉개발(현재 경주월드)'을 자회사로 품으며 오랜 기간 지적돼 왔던 주주 권익 침해 논란을 해소했다. 삼봉개발은 아세아시멘트가 보유한 자산인 놀이공원 경주월드를 위탁 운영하던 회사로 2002년 설립때부터 오너일가의 가족회사로 존재해왔다.

2022년 6월 VIP자산운용은 아세아그룹의 지주사인 아세아 주식을 일반투자목적으로 보유한다고 공시하며 삼봉개발을 거론했다. 당시 VIP자산운용은 "삼봉개발은 최근 3년 배당 성향이 86%로 아세아의 배당 성향과 비교해 13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삼봉개발은 이병무 아세아 명예회장의 세 아들과 조카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였다. 당시 장남 이훈범 아세아 회장이 35%, 차남 이인범 아세아 부회장이 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삼남 이훈송 씨와 조카 이현범 우신벤처투자 전무의 지분율은 각각 23%, 15%였다.

VIP자산운용이 지적한 것처럼 삼봉개발은 꾸준히 고배당정책을 유지하면 오너일가의 현금 창구 역할을 해왔다.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배당으로 가져간 금액만 따져봐도 134억원에 이른다. 공시로 추적하기 어려운 기간(2002~2009년)까지 합한다면 실제 배당으로 주주들이 가져간 현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주주가 배당을 통해 삼봉개발에서 확보한 현금은 아세아그룹 승계에 활용됐다. 이 회장은 2017년 이 명예회장으로부터 아세아 주식을 증여받았다.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 20만 주가량을 취득할 당시 발생한 증여세는 삼봉개발 배당금 등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납입이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은 현재 아세아 지분 14.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당시 취득한 현금 일부는 계열사 아세아시멘트 주식 매수에도 활용됐다. 이 회장은 2011년 아세아시멘트 주식을 장내매수하면서 75억원가량의 현금을 투입했다.

이렇게 알짜 가족회사였던 삼봉개발을 아세아시멘트에 넘긴 건 VIP자산운용의 행동주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VIP자산운용은 아세아와 아세아시멘트에 주주와 오너의 이해관계가 일치될 수 있도록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했다.

배당 성향을 높이면 오너일가도 회사의 이익을 간접적으로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며 아세아 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와 오너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달라는 VIP자산운용의 조용한 행동주의에 아세아 측이 화답하며 오너일가의 알짜 현금창고였던 삼봉개발을 아세아시멘트에 넘긴 것이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지배구조를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구조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경주월드 운영사인 삼봉개발과 관련된 논의도 나눴다"며 "당시 비슷한 사업 형태를 띤 한일홀딩스를 예로 들며 배당 확대 등을 요구했는데 현재 시가총액이나 기업 밸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개선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VIP자산운용의 행동주의 이후 아세아 주가는 70% 이상 상승했다. 아세아는 열네 차례 자사주를 매입했고 자사주 소각도 세 차례 진행하면서 지배구조적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여왔다.

삼봉개발을 그룹 계열사인 아세아시멘트에 넘기며 오너일가도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 아세아시멘트는 190억원에 경주월드를 취득했다. 매각 당시 자본금이 8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너일가에게 돌아간 수익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세아그룹 지배구조도


다만 주가 상승 이후 이 회장의 아세아그룹 지배력 확대는 과제로 남았다. 이 회장은 동생 이인범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아세아의 최대주주로 전체 계열사를 간접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의 개인 지분율이 14.23%로 낮은 편이기 때문에 추후 장내매수 등을 통해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주가 상승으로 인해 이 회장의 지분율 확대에 투입되는 자금이 더욱 늘어나게 됐다는 점이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 노력 덕에 투자자와 오너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됐다는 점에서 적법하게 배당 성향을 높여 많은 배당금을 가져가더라도 비판받을 여지가 사라지게 됐다.

경주월드는 아세아시멘트 자회사 편입 이후 176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 경주월드 당기순이익 27억원의 6.5배를 배당 재원으로 할당한 셈이다. 전년 대비 배당 금액은 무려 28배 증가한 액수다. 전과 달리 아세아시멘트로 배당금이 넘어가게 됐다는 점이 달라졌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