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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이 '하이브리드'채권으로도 불리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처음으로 나선 가운데 주관사와 인수단 선정 없이 직접 공모에 나섰다. 추석연휴 직후 미국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채권시장 변동성은 커진 상태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는 하이브리드채권인 만큼 메리츠증권은 조 단위 수요가 쏠리는 시장 분위기를 보고 수수료 비용 최소화와 동시에 자본확충에 나서는 등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1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이달 25일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직접 청약을 실시한다. 만기구조는 30년이지만 발행 7년 후 콜옵션(조기상환권)이 붙었으며, 발행 5년 후 관련 법령 등에 의해 해당 채권이 자본으로 분류되지 않거나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되도 조기상환이 가능한 구조다. 5.8% 확정금리로 같은 달 26일 발행되며, 이자 지급은 매 3개월마다 이뤄진다.
신종자본증권은 일반적으로 만기 30년에다 추가로 연장할 수 있어 원리금 상환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콜옵션을 행사해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만기가 10년 이상으로 긴 후순위채와 함께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는 탓에 자본성증권의 일종으로 꼽힌다.
메리츠증권도 이번 하이브리드채 발행을 통해 증권사들의 대표적인 재무안정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 제고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단기물 상환을 통해 차입구조 안정화에 나선다. NCR은 증권사가 보유한 전체 위험가중자산 대비 영업용순자본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손실 완충력 지표다. 신종자본증권은 잔존 만기와 상관없이 발행액 전부를 영업용순자본에 포함할 수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별도기준 NCR은 지난해 말 1588.9%에서 올해 상반기 말 1136.4%로 452.5%p 급감한 상태다. 규제비율은 100%로, 500%선 이상으로 관리하고 있으면 적정 수준으로 본다. 이익이나 자기자본이 늘면 NCR 수치는 개선된다. 메리츠증권의 NCR은 규제비율 및 권고치 모두 웃돌고 있지만, 올해 들어 6개월 만에 급감한 만큼 이번 하이브리드채 발행을 통해 건전성 제고에 나서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메리츠증권이 지난 7~8월 동안 발행했던 150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 만기가 내달 1일부터 11월1일까지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전단채를 만기가 긴 채권으로 상환하면 차입구조도 안정화되는 측면이 있다. 메리츠증권은 "이번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완료하면 자본확충 및 단기차입금 일부 장기차입금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하이브리드채 발행에 나선 메리츠증권이 인수단이나 주관사 없이 직접 공모에 나선 배경으로는 최근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면서 채권시장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9월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한국은행 역시 연내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면서다.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 고금리 막차를 타려는 수요 때문에 채권시장도 활기를 띤다. 여기에다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시장에 수급이 쏠리는 모습이다. 채권을 발행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높을수록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 가능하다.
주관사와 인수단을 끼고 채권을 발행하면 미매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메리츠증권은 현재 시장 상황이 미매각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보다는 금리와 가격, 관련 모집에 대한 자율성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지난 5일 실시한 3000억원 규모 증권채 수요예측에서 2조29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키움증권도 1500억원 모집에 1조1500억원의 수요가 쏠리는 등 채권시장 내에서도 증권채 인기가 높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지난 9일 신용등급평가를 진행했던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메리츠증권은 꾸준한 이익누적,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발행 등의 방법으로 자본확충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자본적정성은 양호한 수준"이라면서도 "우수한 이익창출능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고려했을 때 자본적정성 지표를 양호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양적 부담과 높은 기업대출 비중, 위험인수 성향 등을 고려하면 좀더 보수적인 자본비율 관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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