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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영풍의 주당 75만원 매입 가격을 고려아연은 주당 83만원으로 맞받아쳤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총 3조1000억원에 달하는 빅 딜을 준비했다. 비교적 절차가 간단한 사모사채 발행을 택했단 점이 신의 한 수로 꼽힌다.
MBK파트너스 연합은 법원에 자사주 매입 중단을 청하며 공개매수와 법적 조치를 병행한다. 사실상 공개매수 기간이 단 하루 남은 만큼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가 맹점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적대적 M&A로부터 보호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해 자본시장의 혼란과 미래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전체 발행주식수의 15.5%에 해당하는 320만9009주를 주당 83만원에 매입할 계획이다. 또한 사모펀드 회사 베인캐피탈이 고려아연 막판 뒤집기에 동참한다. 베인케피탈은 4300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한다.
고려아연은 주식 취득을 위해 최대 2조6635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기업어음(CP) 발행으로 4000억원을 마련해둔 상태다. 여기에 1년 미만의 단기 사채 1조원을 추가 조달하고 부족분은 한도 대출을 활용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조단위 자금을 조달할 때는 만기 구조를 길게 가져가는 편이다. 단기간 상환 압박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중장기물을 공모 시장에서 조달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회사채 발행에 앞서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에서 더블 A(AA)에 해당하는 초우량 신용등급을 받았다. 신용평가까지 의뢰한 것은 공모 사채 발행을 염두에 뒀단 얘기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사모 시장을 이용해 단기물을 조달한다. 이는 조달 편의성을 감안한 조치다.
공모채 발행시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수요예측, 발행조건 확정, 효력 발생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못해도 열흘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사주 매입 기간(10월 4일~23일) 내 조달을 완료하기 위해 비교적 간단한 사모 사채로 선택이 기운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 측은 "사모 시장을 이용한 것은 절차가 덜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 연합은 주당 75만원에 자사주를 매수한다. 3일은 연휴이기 때문에 사실상 매입 기간은 4일 단 하루다. 현재 고려아연 주가는 71만3000원이다. MBK파트너스 연합이 제시한 가격 보다 5% 낮다.
최소 144만5036주(발행주식총수의 약 6.96%)만 매입해도 일단 성공이다. 다만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만큼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최대치(301만4881주)를 매입해야 한다. 특히 고려아연은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5.5%를 매입 후 소각할 계획이다. 최대한 많은 수량을 매입 후 태워 유통 주식수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주식 수를 줄여 MBK파트너스 측이 재차 공개매수에 나설 수 없도록 발을 묶어두기 위함이다. 단 하루 동안 최대한 많은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
MBK파트너스는 기존 투자자들이 일부 지분만 매각해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영풍은 2일 자사주 취득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승소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중단된다.
다만 앞서 영풍이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이 적대적 M&A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이 적법한 대응이라는 점을 확인해 준 셈"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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