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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업체 윈저글로벌이 올해 초 파인트리자산운용을 새 주인으로 맞은 가운데 평년 대비 막대한 규모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쌓았다. 실질적인 배당 재원으로 쓰일 수 있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이 크게 늘어난 만큼 최대주주인 파인트리자산운용이 폭탄 배당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본격화할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윈저글로벌은 2024년도 회계연도(2023년7월1일~2024년6월30일) 기준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689억원 보유하고 있다고 최근 공시했다. 전년(458억원) 대비 67% 불어난 수준이다.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2019년 124억 △2020년 219억원 △2021년 321억원 △2022년 158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평년 대비로도 큰 규모에 해당한다.
반면, 2024년도 회계연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278억원으로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년 대비 2% 감소한 34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실적의 증감 대비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순이익 중 상여금, 배당 등 형태로 처리되지 않고 회사에 축적된 잉여금을 말한다. 윈저글로벌이 영업활동을 통해 쌓은 순이익에서 법인세 등을 납부하고 남은 금액으로 이를 새로운 투자 재원 또는 배당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배당 여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늘어난 것은 올해 초 윈저글로벌이 파인트리자산운용을 새 주인으로 맞은 것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윈저글로벌은 2022년 디아지오 그룹에서 분리된 후 지난해 말 파인트리자산운용에 매각됐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운영하는 PT W가 윈저글로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딜 클로징(거래종결) 우려도 일부 나왔으나 올해 초 인수금융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최종적으로 인수에 성공했다.
통상 펀드 운용사(GP)는 자산 매각, 배당 확대, 감자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의 윈저글로벌 인수 금액은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총 20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해야 본전을 챙기게 되는 셈이다. 파인트리는 전환사채(CB) 투자 형태로 500억원을 투입했고, 인수금융 방식으로 1120억원을 모았다. 또한 매도인인 디아지오로부터 약 50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크게 불어난 상황인 만큼 최대주주인 파인트리자산운용은 추후 고액 배당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고액 배당으로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소모하면 순자산가치(자본총계) 등이 줄어들어 부채비율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파인트리자산운용의 윈저글로벌 투자금 회수 행보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파인트리자산운용은 부동산과 부실채권(NPL)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는 하우스”라며 “부실자산 투자를 주로 해온 곳이기에 일반적인 사모펀드 운용사와 펀드 운용, 경영 방식 등의 결이 많이 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우려를 벌써 제기한다. 이미 지난 5월에도 윈저글로벌은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조기 퇴직 프로그램(ERP)을 운영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임장혁 윈저글로벌 노조위원장은 "회사는 노동조합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며 "파인트리 피인수 이후 고용안정이 아닌 윈저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측은 조직 재정비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하삼지 윈저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8월 기자간담회에서 "분사 후 조직을 재정비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합의점을 찾아 희망퇴직을 진행했다"며 "내부적으로 변화를 줘 민첩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윈저글로벌은 이와 관련해 “미처분이익잉여금 처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계연도에서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2개년도 누적액이 쌓인 것”이라며 “실질적으로는 당기에는 전년 대비 10% 정도의 이익 잉여금이 감소한 것이기에 최대주주 변경 이후 배당재원이 급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은 <블로터>에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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