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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이 선수금 성격으로 쌓은 '계약 부채'가 1조6500억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레일·방산 부문 수주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폴란드와 K2전차 2차분 계약 등 대형 사업 수주가 유력해 연내 계약 부채 2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올해 상반기 계약 부채는 1조652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1조6248억원)과 비교하면 300억원 이상 늘었다.
계약 부채는 선수금 성격을 갖는 회계 항목이다. 수요처가 대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급했지만 아직 제품은 납품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선 수주 후 납품' 구조를 갖는 수주산업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물품이 납품되면 계약부채는 실적(매출)으로 항목이 변경된다.
이에 계약 부채의 증가는 매출액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현대로템의 경우를 보면 지난 2022년 이후 계약 부채가 급등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계약한 물량이 인도되면서 부채 일부가 매출액으로 처리되며 실적 개선을 견인하는 양상이다.
연도별로 보면 폴란드에서 K2전차를 수주한 시점 이후부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K2전차 1차 계약이 확정된 2022년 계약부채는 1조2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1% 급증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10.1% 증가한 3조1633억원이다. 지난해 계약부채 및 매출액 증가율은 각각 33.6%, 13.4%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동기 대비 10.9% 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늘어난 계약 부채는 전반적인 재무 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다. 현대로템의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은 178%로 지난해 말 218% 대비 40%p 낮아졌다. 상반기 총 부채는 3조1753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 5945억원)보다 11.7% 줄었다. 반면 올해 상반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전년 동기(3961억원) 대비 24% 이상 증가한 492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보다 많은 계약 부채를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와의 K2전차 2차 계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달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예상 물량은 약 180여대다. 협상중인 구난전차(K2PL ARV), 교량전차(K2PL AVLB), 공병전차(K2PL CEV) 현지 생산이 이뤄질 경우 계약 규모는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지역 다변화도 진행중이다. 현대로템 디펜스부문 수주가 폴란드에 몰려 있는 만큼 매출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올해 상반기 페루와 맻은 K808 차륜형장갑차(백호) 수출(30대, 약 813억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폴란드향 K2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선에서 운용되는 M60A3(약 660대), AMX-30SA(약 250대) 등 2개 모델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대부분 운용 40년이 넘은 구형이며 AMX-30SA는 현역이 아닌 치장물자로 활용할 정도로 노후화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전차 전력을 현대화 할 경우 약 900대의 소요가 생긴다.
루마니아 수출 기대감도 크다. 루마니아군은 냉전 시기 생산한 'TR85' 전차를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구 소련이 만든 T-55전차를 루마니아가 개량해 1980~1990년 생산한 구형 모델이다. 교체 대상은 약 300여대다. 앞서 도입된 미국 에이브럼스 전차(M1A2) 54대를 제외한 250여대를 두고 현대로템 K2전차와 독일의 레오파드2가 경쟁하고 있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폴란드 수주는 연내 발표될 가능성이 높으며 계열 전차 등이 동시에 계약되며 수주 규모는 최소 5조원이 넘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현대로템 수주 잔고는 약 24조원 수준까지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덕호 기자 pad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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