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구조조정 도미노

Numbers_ 2024. 10. 17. 17:42

▼기사원문 바로가기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구조조정 도미노

유통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세븐일레븐, 롯데면세점, 롯데온 등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들이 잇달아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www.numbers.co.kr

 

세븐일레븐이 1988년 법인 설립 이래 36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세븐일레븐 로고 / 사진 제공=세븐일레븐


유통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세븐일레븐, 롯데면세점, 롯데온 등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들이 잇달아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1988년 법인 설립 이래 36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5일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 사원 또는 현 직급 10년 이상 재직 사원이다. 대상자에게는 18개월 치 급여와 취업 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이 지급된다. 세븐일레븐은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실제 세븐일레븐은 GS25와 CU가 꾸준히 규모를 키우는 가운데 경쟁력을 잃어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2020년 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이후 2022년 48억원, 2023년 551억원 등 2년 연속 연간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4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편의점 점포 수는 ‘규모의 경제’ 영향으로 매출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다. 매장 수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CU(1만7762개)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GS25(1만7392개), 세븐일레븐(1만3130개) 순이다. 결국 세븐일레븐은 경쟁사들에 비해 매장 수에서도 밀려나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중장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인력 구조를 효율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누적 적자만 5000억원에 육박한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이 지난 6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8월에는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로 더딘 회복세를 띄고 있는 롯데면세점도 희망퇴직, 매장 면적 축소 등을 실시함에 따라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상태다. 

이커머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홈쇼핑 등 각종 유통 사업부를 맡고 있는 롯데그룹의 주축인 롯데쇼핑의 재무 상황도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따르면 지난해 롯데쇼핑의 연결재무재표 기준 유동부채는 10조9034억원으로 전년(10조6226억원) 대비 2808억원 늘었다. 아울러 유동부채(10조9034억원)는 유동자산(5억5638억원)을 2배 가까이 넘겼다. 유동자산은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유동부채는 1년 내에 갚아야 할 부채를 말한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유동비율은 51%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보통 100% 이상이면 재무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82.79% 수준이다. 롯데쇼핑은 사업보고서에서 “유동비율이 전년 대비 7.2%p 감소한 51%가 됐다”며 “이는 장기부채의 유동성 대체에 따른 유동성 장기부채의 증가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금성 자산도 감소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5897억원으로 전년(1조8008억원) 대비 2111억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쇼핑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2조4088억원으로 전년(1조2618억원) 대비 90.9% 뛰었다. 단기차입금도 현금성자산보다도 많은 상태다.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려면, 현금 등 유동성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자 나이스신용평가는 6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롯데쇼핑 등 주력 자회사들의 신용도가 하락해 롯데지주의 재무 부담이 크게 확대되는 경우,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내릴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런 상황 속 위기를 느낀 롯데지주는 지난 8월 1일자로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계열사 전반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사옥을 이전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롯데쇼핑도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점포 리뉴얼, 그로서리 전문 매장 전환 가속화, e커머스 사업 최적화, 자회사 턴어라운드 달성 등 사업 전략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11일 ‘CEO IR 데이’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밸류업 계획을 소개했다. 이날 롯데쇼핑은 중장기적으로 2030년 매출액 20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해외사업 매출은 3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주샛별 기자 jsb31660@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