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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수혜자로 증권사들이 꼽히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고려아연 양측 모두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이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이다.
공개매수는 경영권 분쟁 공격·방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사모펀드(PEF)의 공개매수도 늘고 있어 증권사들의 주관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비대면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구축한 증권사들이 주관을 독식하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5.34%를 추가 확보했다. 목표 매집 지분인 14.61%에 비해 미달했지만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총 38.47%의 지분을 확보, 경영권 분쟁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했다.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 고려아연 측은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을 선정했다. 아울러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양측 모두 공개매수에 나섰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주관사와 같은 NH투자증권을, 고려아연 측은 하나증권과 KB증권으로 정했다.
영풍·MBK 연합이 공개매수 창구로 NH투자증권을, 고려아연 측이 KB증권을 선정한 것을 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두 곳 모두 증권가에서 기업금융(IB) 명가로 꼽히는 곳이지만 지난해 KB증권이 공개매수 주관사로 선 적이 없기 때문에 의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번 주관사 선정에는 공개매수 청약 방식이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계좌를 보유 중인 고객은 공개매수 청약을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증권업계 최초로 해당 시스템을 구축했다.
NH투자증권은 선제적으로 비대면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올해 공개매수 주관사를 대거 맡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매수 진행 건은 총 17건이다. 이중 NH투자증권이 7건으로 증권사 중 주관사로 가장 많이 참여했고 대신증권(4건), 삼성증권(3건), 한국투자증권(3건)이 뒤를 이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올해 공개매수 17건 중 NH투자증권이 단독 주관한 것만 12건이다. 지난해 두 번째로 많았던 대신증권은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고려아연 공개매수까지 포함하면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두 건, 삼성증권과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한 건씩 주관을 맡았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주관사를 맡고 있는 KB증권은 NH투자증권보다 한발 늦은 올해 8월 해당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 구축 후 처음으로 맡은 곳이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 건이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주관사에 KB증권을 선정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현재 국내 증권사 중 비대면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총 4곳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4월, 삼성증권은 올해 6월에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MBK 연합이 목표 물량을 매집했다면 NH투자증권에 떨어지는 매수수수료는 33억원이었다. 이에 증권사들도 공개매수 주관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으면서 비대면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구축 중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개매수에 참여하려면 직접 지점에 방문해야 했지만 MTS·HTS를 통해 청약에 참여할 수 있어 투자자들 입장에서 접근성과 편의성 모두 개선됐다"며 "청약 참여 인원도 많아지면서 회사 입장에서도 지분 확보에 더욱 용이하다"고 말했다.
특히 올초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진행할 때 한국투자증권이 공개매수 주관사를 맡았는데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청약만 가능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다만 현재 비대면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구축한 곳 외에는 아직 시스템 구축을 고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공개매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건수로만 보면 여전히 많지는 않다"며 "시스템 구축에도 비용이 드는데 그 부분을 간과할 수 없어 아직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유한새 sa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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