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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이 최근 유상증자로 1조원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재무적투자자(FI)들과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재무적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과제로 남은 기업공개(IPO)까지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14일 SK온에 따르면 이번 유증은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 주도로 진행됐다. 15일 신주 1803만1337주를 발행하며 이는 전체 발행주식 수의 3.7% 규모다. 발행가액은 5만5459원으로 1조원을 조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이번 신주까지 포함해 기업가치는 28조원으로 추산된다. 납입일은 15일이며 신주권 교부 예정일은 16일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증 신주를 기초자산으로 PRS 계약을 체결했다. PRS는 일종의 파생상품으로 투자자들이 주식을 처분하는 정산 과정에서 주식가치가 계약 당시보다 높으면 조달 기업이 차액을 가져가고 반대로 가치가 떨어질 경우 투자자에게 손실금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이는 조달 주체와 투자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단을 강구한 판단으로 보인다. 유증에는 한국투자증권,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이 FI로 참여했다. FI로서는 수수료 수익과 함께 원금 회수를 보장해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SK온과 SK이노베이션도 차입 부담을 우회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PRS 계약은 SK온이 내세운 2026년 상장을 염두에 두고 체결됐다. 향후 IPO를 추진해 증권시장에 상장하면 주식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상장 이후 FI들이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경우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양측은 주가 상승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유증이 프리IPO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만 IPO에 앞서 지분가치를 책정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성격을 보인다.
SK온은 1조원을 조달하면서 재무적 부담도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의 여파로 올 2분기까지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력도 떨어졌다. 또 자본적지출(CAPEX)이 올 상반기에만 5조원에 이르면서 순유출이 여전하다. SK그룹 차원의 지원이나 외부 조달에 의존했고 이에 따라 재무부담도 커졌다.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2021년 말 6조8579억원이었지만 올 상반기 말에는 24조2814억원으로 늘었다. 부채비율은 172.1%였다.
SK그룹은 SK온으로 대표되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리밸런싱(사업재편) 카드를 꺼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사업의 시너지를 확보하고 자회사의 재무적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SK E&S와의 합병을 발표했다. SK온도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실적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SK온은 조달자금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면서 하반기부터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SK온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으로 관련 업계가 일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기차 전환은 정해진 미래”라며 “수익성은 올 하반기부터 개선되고 자본적지출 또한 신규 배터리의 주요 증설이 마무리되는 올해를 기점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중장기적으로 SK온의 지분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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