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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승기 잡은 MBK, 한국앤컴퍼니 때와 뭐가 달랐나

Numbers 2024. 10. 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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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승기 잡은 MBK, 한국앤컴퍼니 때와 뭐가 달랐나

MBK파트너스가 장형진 고문 등 영풍 오너 일가와 손잡고 추진한 공개매수가 5% 이상의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며 막을 내렸다. 기대 보다 수량은 많지 않으나 공개매수 레이스를 완주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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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에 (왼쪽부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가 참석했다./사진=유한새 기자

 
MBK파트너스가 장형진 고문 등 영풍 오너 일가와 손잡고 추진한 공개매수가 5% 이상의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며 막을 내렸다. 기대 보다 수량은 많지 않으나 공개매수 레이스를 완주했단 점에서 고무적이란 평가다. MBK파트너스는 실패한 한국앤컴퍼니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작심했다. 특히 △고려아연의 자사주 대응 △기관·외국인의 매수세 △최소 수량 삭제 등 한국앤컴퍼니 때와 확연히 달랐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묘책' 대응


지난해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주식 258만3718주를 장내에서 취득했다. 당시 평균 단가는 2만2056원으로 MBK파트너스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2만원) 보다 비싸게 주식을 취득했다. 조 회장은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한 당일에도 30만주를 추가 매입했으며 25일 공개매수 종료 직전까지 130만주를 더 사들였다. 

조 명예회장이 취득한 수량은 총 418만주로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최소 목표 수량의 약 22%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비슷한 시기 효성첨단소재, hy 등이 한국앤컴퍼니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매입은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이후 열흘 내에 이뤄졌다. 초반에 시장에 풀린 수량을 사들여 공개매수를 방해한 것인데 이는 향후 한국앤컴퍼니가 경영권을 지키는데 주효했다. 또한 빠르게 백기사를 포섭한 결과 시장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실패할 것으로 해석했다. 

대항 공개매수로 전략을 짠 고려아연은 단기간 조단위 자금을 준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자사주 매입을 택했다. 

그러나 자사주는 주주총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다. 한국앤컴퍼니가 의결권 있는 보통주를 모은 것과 대조적이다. 

자사주로 찬반 의견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막상 표 대결에 들어가면 최윤범 회장 측에 도움이 안 된다. 또한 자사주를 매개로 오너일가에 유리한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한 활용 스토리가 있다보니 시장에서도 자사주 매입을 곱게 보지 않는다.

이에 고려아연은 매입 즉시 소각하겠다고 약속하며 주주가치 제고 명분을 얻었다. 고려아연의 최대 매입 수량은 362만3075주다. 이를 모두 소각한다고 가정하면 고려아연의 주식 수는 종전 2090만8588주에서 1728만5513주로 줄어든다. 분모인 주식 수가 17% 감소한 만큼 기존 주주 최 회장과 MBK파트너스 모두 지분율이 상승한다. 자사주 공개매수가 장·단점이 확실한 카드인 셈이다.

 

기관·외국인 매수세 가담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지속됐다는 점이다. 외국인투자자는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가 개시된 9월13일부터 공개매수 종료일인 전날(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0만3851주(1596억원)를 순매수했다. 

공개매수 종료일인 전날에도 외국인들은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 5만2285주를 사들였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가 끝난 장 마감 직후 메릴린치는 매수 상위 창구에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투자자는 MBK가 공개매수를 발표한 지난달 13일 JP모건 창구에서 1만5121주를 순매수한 뒤 지금까지 주식을 사들였다.

최 회장 측이 자사주 매입을 통한 대항 공개매수를 결정하고 MBK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린 이달 4일에는 동일 창구에서 14만9040주를 매수했다. 이달 10일에는 △모건스탠리(6661주) △씨티그룹(4343주) △골드만삭스(1797주) △메릴린치(971주) △맥쿼리증권(137주) 등에서 순매수가 발생했다. 

기관투자자는 8만416주를 순매도했으나 매도 물량(142만주)과 매수 물량(134만주)의 차이가 10만주 내외에 불과해 큰 차이가 없는 편이었다. 기타법인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 동안 17만5545주, 13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추진할 당시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앤컴퍼니 때만 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앤컴퍼니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당시 외국인투자자는 공개매수가 개시일(12월5일)부터 종료일(12월2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62만746주(164억원)를 순매도했다.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기간 기관투자자는 총 203만3041주를 순매도했다. 매도·매수 물량은 각각 415만주, 212만주로 고려아연의 기관투자자들의 매도·매수 물량 대비 차이가 큰 편에 속했다. 기타 법인의 경우 고려아연과 마찬가지로 순매수세를 보였다. 공개매수기간 기타법인은 총 144만5963주, 29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조현범 회장 측 편에 서는 우군이 늘어나면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투자자들의 판단했던 탓이다. 당시 조 회장 측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은 지분을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4.41%로 끌어올렸다. 백기사로 나선 효성첨단소재도 지분율을 0.51%에서 0.78%로 늘렸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본인 지분(42.03%)와 우호 지분을 포함해 약 48%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손을 잡은 2대주주 조현식 고문(지분율 18.93%)과는 압도적인 격차였다.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우군을 자처한 남매 조희원 씨의 지분 10.61%를 더해도 지분을 3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는 12월4일 한국앤컴퍼니의 종가(1만6820원)에 43%의 할증을 더한 2만4000원을 내걸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최종적으로 공개매수에 응한 물량은 8.83% 수준으로 최소 목표치인 20.35%에 미달하며 MBK파트너스는 전량 매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는 최대주주와 우호세력이 결집을 공고히 해 지배구조가 흔들리지 않아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한 사례”라며 “반면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두 창업주 일가로 지분이 구성돼 다소 취약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을 타깃으로 해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만족할 만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개매수 '최소 수량' 조항제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MBK파트너스가 출자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에 청약한 주식 수는 110만5163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5.34%에 해당하는 수량이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5% 주요 주주로 안착했지만 매입 수량은 목표했던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당초 계획은 최소 144만259주(발행주식총수의 약 6.96%) 매입하지 못하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철회하려 했다. 그런데 10월 4일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면서 최소 수량 조건을 삭제했다. MBK파트너스는 '응모한 주식 수가 매수예정수량을 하회할 경우에는 이를 전량 매수할 예정'이라고 정정했다.   

한국앤컴퍼니 때처럼 '최소 매수 예정 수량에 미달하면 응모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면 이번 공개매수도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국앤컴퍼니 때처럼 실패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이번 공개매수에 사활을 걸었다"며 "키맨으로 김광일 부회장이 나선 것을 비롯해 모든 전략이 한국앤컴퍼니 때와 달랐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