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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마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18일 심문이 열리는 가처분 소송과 이사회 수싸움을 대비한 준비를 병행할 전망이다. 공개매수에 응한 지분이 5.34%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 보다 최대한 많은 우군을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게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사회 소집이 어려워 임시 주주총회가 가로막힐 경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3% 이상 지분을 소유한 MBK파트너스는 주주제안 권한이 있다.
임시 주총 가로막히면 정기 주총 시도 가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간담회에서 "이사회에 우리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이사 추가 선임안 제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강성두 영풍 사장도 "기울어진 이사회 비율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윤범 회장 △박기덕 TD사업부 총괄 △정태웅 제련사업부문 총괄 등 사내이사 3인, △장형진 영풍 고문 △최내현 켐코 대표 △김우주 현대차 본부장 등 기타비상무이사 3인 △성용락 이사△김도현 이사△김보영 이사△이민호 이사△권순범 이사 △서대원 이사△황덕남 이사 등 사외이사 7인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MBK파트너스 우군은 장 고문 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사회 구성원을 교체하고 싶다면 임시 주주총회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 이사진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사 과반이 이사회에 출석할지 의문이다.
우선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사회 출석을 요청하되 법원을 찾아가는 방법도 검토할 개연성이 높다. 법원의 허가 하에 임시 주총을 여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 결정까지 최장 2개월 소요될 수 있고 주주 통보 기간 2주까지 더하면 연내 임시 주총을 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에 상법에 명시된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새 이사를 추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기덕 사장을 비롯해 최내현 대표, 김보영·권순범·서대원 이사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별다른 사유 없이 자연스럽게 이사회 구성원을 교체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상법상 의결권 있는 지분 3% 이상을 보유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가 출자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이번 공개매수 통해 고려아연 지분 5.3%를 취득했다. 경영협력에 따라 영풍과 의결권을 공유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MBK파트너스는 약 34%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는다. 이사회에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했다.
주주제안의 마감 기한은 전년도 정기 주총일을 기준으로 6주 전이다. 올해 고려아연 정기 주총일은 3월 19일로 주주제안은 2월초 이사회에 제시해야 한다.
MBK파트너스가 그리는 이사회 윤곽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계획대로 주주총회를 열어 표 대결을 통해 이사회 장악에 나설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추대할 이사회 윤곽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을 영풍과 MBK가 추대하는 인물로 채울 방침이다. 이에 따라 최소 6인 이상의 사외이사 후보가 포함된 12명의 이사 후보를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해야 하는 셈이다. 이들이 모두 선임된다면 이사회 구도가 12(최윤범 측)대 13(장형진 영풍 고문+신규 12인)으로 변경돼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진다.
MBK와 영풍이 맺은 약정에 따르면 영풍 측 추천 인사보다 MBK 측 추천 인사가 1명 더 많아야 한다. 이에 따라 MBK 측이 약 3~4명 이상의 인사를 추대하고 영풍 측이 3명의 인사를 이사회에 추천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추진한 실질적인 법인은 MBK가 펀드를 통해 출자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 이사진은 MBK의 김광일 부회장을 비롯해 윤종하 부회장, 김정환 부사장, 천준호 전무 등이 포진됐다. 이로 인해 이들이 고려아연 이사회 멤버로 추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김광일 부회장은 삼일PwC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거쳐 2005년 MBK파트너스에 합류한 초기 멤버로,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주도한 키맨(핵심멤버)이다. 현재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오스템임플란트 등 MBK파트너스의 굵직한 포트폴리오 기업에 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윤종하 부회장은 칼라일그룹에서 근무했던 인물로 MBK파트너스 창업 멤버로서 개국공신으로 꼽힌다. 윤 부회장은 현재 MBK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동진섬유, 네파(NEPA), 모던하우스(MH&Co)의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정환 부사장은 지난 베인앤드컴퍼니 서울 오피스에서 경영 전략 컨설턴트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07년 MBK에 합류했다. 김 부사장은 오렌지라이프(구 ING 생명)와 홈플러스, 골프존카운티, KT렌탈 등 MBK 파트너스의 국내 주요 투자활동에 핵심 운용력으로 참여해 거래를 성사시켰다. 현재 골프존카운티, 홈플러스, 코리아센터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천준호 상무는 론스타 펀드의 자회사인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삼일PwC 등에서 경력을 쌓은 핵심 운용역이다. 천 전무는 현재 MBK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기업 중 하나인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생산 기업 넥스플렉스에서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현시점에서는 자사주 공개매수 중단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중”이라며 “이사회에서 추대할 인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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