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바로가기
KCC그룹은 KCC를 주축으로 하는 범현대가 계열의 기업집단이다. 고(故) 정상영 창업주는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이 분열되는 것을 목격해 일찍이 후계 구도를 명확히 했다. 현재 정 창업주의 세 아들인 몽진·몽익·몽열 회장이 각각 KCC, KCC글라스, KCC건설을 이끌고 있다. 삼 형제가 각자 회장을 맡아 독립경영에 나선 시점은 2020년이지만 아직도 완전한 계열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나의 기업집단에 3명의 회장이 존재하는 구조적 문제를 풀어내려면 형제간 얽혀있는 지분 관계를 정리해 계열분리를 이뤄야 한다. 하지만 독립경영 체제로 들어선 이후로도 형제들의 지분에 큰 변동이 없으며 지분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소유지분도 또한 2022년부터 올해까지 변화가 없다.
회장 3명 독립경영 영향 ‘기타 친족 지분율 1위’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KCC그룹은 재계 서열 37위다. KCC그룹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집단으로 35.1%이며 평균(10.4%)의 3배를 상회한다. 이는 총수 있는 78개 집단 중 3위에 해당하며 1~2위는 한국앤컴퍼니그룹(44.4%)과 소노인터내셔널(35.6%)이다.
KCC그룹의 동일인(총수)은 정몽진 회장이지만 두 동생도 회장 직함을 갖고 독립경영을 펼치고 있어 지배구조 획일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KCC그룹의 총수 단독 지분율은 5.5%로 평균(8.2%)에 못미치지만, 기타 친족(배우자, 혈족 2~4촌, 인척 1~3촌 등) 지분율은 29.3%에 이른다. 기타 친족 지분율이 집계되는 69개 집단 중 1위에 해당하며 평균(4.9%)을 크게 웃돌고 2위인 농심(21.9%)과 비교해도 7.4%p 차이가 난다.
이는 3명의 회장이 각자 물려받은 회사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한 개인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기준 세 형제의 지분을 살펴보면 △정몽진 KCC 회장 KCC 19.58%, KCC글라스 8.56%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KCC 4.65%, KCC글라스 26.06% △정몽열 KCC건설 회장 KCC 6.31%, KCC글라스 2.76%, KCC건설 29.99% 등이다. KCC그룹은 높은 기타 친족 지분율로 인해 계열회사 지분율(25.6%)이 낮은 집단 1위이기도 하다.
계열분리로 지배구조를 정리할 수 있으나 형제간 얽혀있는 지분 관계가 걸림돌이다. 그룹 구조의 핵심 축인 KCC의 지배력을 지켜야 하는 점도 계열분리를 어렵게 한다. KCC는 KCC글라스 지분 3.6%를 쥐고 있고 KCC건설의 경우 지분 36%를 가진 최대주주다. 이 같은 지분구조로 KCC는 그룹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으며 삼 형제의 지분을 모두 모아야 안정적 지분율인 30%를 지킬 수 있다. KCC그룹의 계열분리는 경영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KCC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이뤄져야 한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계열분리 난제...멀어진 3세 승계 구도
그룹 내 3명의 회장이 있지만 공정위가 지정한 KCC그룹의 총수는 정몽진 회장이며 그의 두 자녀가 총수 2세다. 계열분리가 최우선이라 승계 구도가 형성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총수 2세가 출자한 63개 집단의 총수 2세 평균 지분율은 5.4%인 반면 KCC그룹은 0.35%에 불과하다. 정 회장이 1960년생으로 만 64세의 나이라 승계를 준비하기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장녀 재림 씨는 1990년생으로 그룹의 3세들 중 가장 나이가 많으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사립 여대인 웰즐리대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2019년 KCC 입사 직후 핵심부서인 기획전략실 이사로 근무했으며 현재 경영전략부문장(상무)을 맡고 있다. 둘째 명선 씨는 1994년생으로 아직 입사하지 않았다.
두 남매는 KCC주식과 KCC글라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KCC주식의 경우 명선 씨는 2006년 7640주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주식을 모아왔고 재림 씨는 2008년 6151주를 사들인 것이 최초다. 이후 2020년 말 기준 각각 5만5468주(0.62%)에서 현재까지 동률을 이루고 있다. 이전에는 명선 씨의 지분이 높았지만 정몽익 회장이 재림 씨에게 2만9661주(약 42억원)를 증여하면서 현재의 지분 구조를 이루게 됐다. KCC글라스 주식은 재림 씨가 2만4249주(0.15%), 명선 씨가 5만2121주(0.33%)씩 갖고 있다.
적극적으로 지분율을 높이던 두 자녀가 매집을 멈춘 시점은 2020년으로 정몽진 회장의 두 동생이 각각 회장으로 승진해 본격적인 독립경영을 추진한 때다. 승계보다 계열분리가 우선 추진돼야 해 매집을 멈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명선 씨가 아직 입사하지 않은 것도 승계 구도 형성이 미뤄지는 이유다. 재림 씨는 KCC가 세계 3위 실리콘 기업인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을 인수할 때 활약하며 경영 감각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명선 씨도 입사한 이후 경영수업을 받으며 누나와 경쟁할 가능성이 점쳐지며 그가 입사한 수년 뒤부터 승계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나영찬 기자 na@bloter.net
'Governance > 지배구조 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호반, 김상열 회장 내부지분율 감소 '계열분리' 시계 빨라지나 (0) | 2024.10.22 |
---|---|
[공익재단 톺아보기]② ‘오너 3세’가 설립 주도…승계구도 변수될까 | GS (0) | 2024.10.22 |
[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중흥그룹, 본체 중흥토건 정원주 부회장 '실질적 총수' (0) | 2024.10.17 |
[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지주사 전환' 동국제강, 오너 지분 줄고 계열사 늘었다 (0) | 2024.10.17 |
[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이해욱 DL그룹 회장, ‘옥상옥 구조’ 지배력 강화 (0) | 2024.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