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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건설그룹은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자산총액이 9조원대에서 20조원대로 증가하면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대기업집단에 오르면서 상호출자제한 등 행위제한요건 해소가 필요해지면서 중흥건설그룹은 지난해 중흥토건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는 중흥토건 내 자회사 지분을 요건에 맞게 확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정창선 회장, 지주사 중흥토건 지분 '0%'
현재 중흥건설그룹의 총수(동일인)는 정창선 회장으로 지정돼 있다. 정 회장은 중흥그룹의 창업주이자 그룹의 회장이지만 현재 지주사로 분류되는 중흥토건 지분은 단 한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중흥토건은 정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중흥토건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대우건설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총수는 정원주 부회장이라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절차 상으로는 중흥토건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 대우건설에서도 회장직을 유지하곤 있지만 미등기임원이기 때문에 중흥건설을 통한 우회적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중흥건설그룹은 정 부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중흥토건을 활용해 시공 사업을 펼치면서 외형을 키워왔다. 중흥토건은 2010년대 초반까지 내부거래 비중이 90% 이상이었으나 2020년대 들어 50% 미만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췄다. 설립 초기부터 집중적으로 중흥토건을 육성한 덕분에 대우건설 인수에서도 중흥토건을 앞세울 수 있었다.
현재 중흥건설그룹의 내부지분율은 55.95%로 대기업집단 78개사 평균 61.1%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내부지분율은 전체 계열사 발행주식의 자본금 대비 동일인의 출자 금액 비율을 뜻한다. 정 회장의 동일인 지분율은 1.22%이다. 정 회장은 76.7% 지분을 보유한 중흥건설 외에 중흥주택과 중흥건설산업 등을 거느리고 있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중흥토건을 정점으로 그룹을 나눌 경우 내부지분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동일인이 최상단회사의 지분을 대부분 보유하고 타 계열사 주식을 가지지 않은 경우 내부지분율이 낮게 나타난다. 정 부회장이 중흥토건 계열사 중에서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중흥에스클래스(12.2%)가 유일하다. 정 부회장을 총수로 놓고 내부지분율을 계산하면 54%대로 소폭 감소하게 된다.
'캐시카우' 대우건설, 지분 확보 승계 핵심
내부지분율이 낮은 기업은 대체로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지만 중흥건설그룹은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나 있다. 그룹 내 상장사가 대우건설 한 곳뿐이라 외부 지분이 침투해 올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중흥건설그룹은 상장사를 보유한 기업집단 가운데 대신증권, 네이버ㆍ중앙에 이어 세 번째로 상장사 비율이 적은 기업집단이다. 부영, 호반건설 등 타 건설그룹사들과 마찬가지로 비상장체제를 유지해 왔다. 2001년 상장한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의도치 않게 상장 계열사를 보유하게 됐다.
대우건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흥토건이 정 부회장 소유라는 점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지만 승계를 위해선 또 다른 캐시카우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한다. 정원주 부회장이 1968년생으로 아직 58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너 3세 승계는 멀었지만 차근차근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상황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의 두 자녀 정정길, 정서윤 씨는 각각 다원개발, 새솔건설의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정길 씨는 두 회사 지분을 20%씩 가지고 있고 정서윤 씨는 5%씩을 보유 중이다. 이들은 조부인 정 회장에게 2012년 각각 5억원, 1억원 규모 자금을 증여받아 법인 설립 자본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원개발과 새솔건설의 자산 규모는 207억원, 3434억원으로 아직까진 승계 용도로 활용하기엔 규모가 작다. 이들 회사에서 배당을 늘려 두 자녀가 대우건설 지분을 장내매수 등을 통해 취득하며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꼽힌다.
다원개발과 새솔건설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말 기준 190억원, 1841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법상 이익잉여금은 배당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이익잉여금이 계속해서 쌓이는 경우 훗날 대규모 배당이 가능해진다. 두 회사는 다만 아직 배당을 실시하지는 않았다.
정 부회장의 장남 정정길 씨는 현재 대우건설에서 해외사업단 담당임원(상무)로 재직 중이다. 1998년생인 정 씨는 올해 26세로 대우건설의 유일한 20대 임원이다. 노팅엄 대학교 졸업 이후 2021년 중흥건설 대리로 입사했다.
대우건설 인수 이후에는 부장으로 입사해 1년 10개월 만에 임원에 올랐다. 중흥건설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 인수단에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건설의 미국개발사업TFT, 필리핀개발사업TFT 등에 참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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