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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 '철통 보안' 속 주가 폭등 배경은

Numbers_ 2024. 10. 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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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 '철통 보안' 속 주가 폭등 배경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결과를 철통 보안에 부쳤다. 서둘러 공개할 필요 없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베인캐피탈 쪽 응찰 물량과 달리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한 주식은 향후 소각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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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결과를 철통 보안에 부쳤다. 서둘러 공개할 필요 없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베인캐피탈 쪽 응찰 물량과 달리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한 주식은 향후 소각될 자기주식에 해당한다.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유불리를 따져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관측된다. 

공개매수가 일단락된 이후에도 고려아연 주가가 수직 상승했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데 따른 것이다. 


결제일 맞춰 결과 공시 전망


24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공개매수를 마감한 고려아연은 잠정 결과를 공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당일 공개매수 결과를 잠정 공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영풍이 공개매수 마감일인 14일 제출한 '기타경영사항'은 회사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판단할 때 자발적으로 보고하는 것이다. 영풍은 함께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 측의 매입 수량까지 공개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마감 직전까지 사전 고지 여부에 대해 결정하지 못했다.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정보 공개에 극도로 예민하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자본시장법에는 공개매수로 취득한 주식수와 지분율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지체없이 거래소와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시일에 대한 규제가 없다. 

공개매수 마감일 후 3영업일 째 되는 날이 주말이기 때문에 28일 결제일이다. 고려아연은 결제일 즈음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MBK파트너스 측의 공개매수 결과가 공개됐기 때문에 고려아연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며 "소각을 전제로 한 자사주 매입이기 때문에 취득 규모에 따라 불리할 수 있는 만큼 사전 전략을 모의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마감일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 가격을 밑돌았다. 시세만 봤을 때는 상당수의 주주가 응했을 가능성이 높다. MBK파트너스 측 마감일에도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 보다 낮았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 상황만 보면 적지 않은 규모의 주식 수가 청약에 참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MBK파트너스 측에 응하지 않은 기관들은 움직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13만주로 상한가 직행


공개매수가 끝났지만 고려아연 주가는 오히려 이전 보다 높게 형성됐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앞서 한국앤컴퍼니 사례와 상반됐다. 한국앤컴퍼니는 공개매수 후반부터 주가가 하락세를 보여 일찌감치 MBK파트너스의 실패가 점쳐졌다. 반면 고려아연은 24일 장 시작 20분 만에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섰다. 그 시간대 주요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수세가 들어왔다. 

유통 물량이 30% 미만이면 품절주로 보는데 고려아연은 대략 15%로 추산된다. 품절주는 적은 주식수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인다. 실제 상한가를 기록한 이날 거래량은 13만9338주로 집계됐다. 거래량이 5배 이상 많았던 21일(거래량 63만8694주) 고려아연 주가 상승률은 6%에 그쳤다. 

매수를 주도한 것은 기관투자가로 추정된다. 기관투자가는 22일, 23일 연속 순매수했다. 이날은 주식을 매입해도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없는데도 기관은 고려아연 '사자세'를 보였다. 고려아연 주가가 더 오른다고 판단한 셈이다. 공개매수에 응하기 보다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다. 24일 주가를 볼 때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보유했을 때 차익이 더 크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양 쪽 모두 회사를 완벽히 지배하는 상황이 아니다"며 "공개매수에 응할 수 없는 상황에도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은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