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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수평' 강조했던 카카오 새 수장 정신아, '중앙집중' 리더십 어떻게 만들까

Numbers 2023. 12. 1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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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아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 내정자.(사진=유튜브 'EO 이오' 채널 영상 캡처)


카카오의 새 단독대표로 내정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유망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eBay APAC HQ), 네이버, 카카오벤처스를 거쳤으며 카카오 그룹사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에서는 사업 총괄을 맡았다.

카카오의 이번 수장 교체 결정은 김범수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임직원 대상 간담회에서 그룹사 경영 체계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말한 뒤 이틀 만에 나왔다. 김범수 위원장은 지난 11일 임직원 대상 간담회 '브라이언 톡'에서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그동안 고수해온 자율경영에서 벗어나 140여개 계열사를 중앙에서 강력하게 이끌겠다는 뜻이다. 정 내정자는 중앙집중 리더십 체계의 초석을 다지는 과제를 안았다. 카카오는 중앙집중 리더십으로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IT기업으로서 성장 방향성을 찾는 기로에 섰다.

 

'도전·수평·윤리 강조' 했는데…카카오만의 중앙집중 경영은?

 

정 내정자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아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각 계열사 경영을 존중하는 자율경영으로 성장했지만,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맡고 있다. 2021년 카카오뱅크 일부 임원이 코스피 상장 뒤 3거래일 만에 주식을 대거 매도해 책임성 논란이 나왔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임원들은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때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일부 계열사는 시장 독과점, 골목상권 침해 지적이 따른다. 카카오는 위기가 겹쳐 자율경영 한계가 드러나자 강력한 중앙집중 리더십으로 경영 체계를 바꿀 계획이다.

정 내정자는 CA협의체에서 사업총괄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경험,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다수 스타트업 성공을 이끈 경험을 발판으로 중앙집중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중앙집중 경영 시스템이 자리잡는 과정에서 자율경영을 바탕으로 생긴 수평적인 조직문화, 도전 정신이 사라지지 않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할 과제를 안았다. 

정 내정자는 2019년 카카오벤처스 대표로서 진행한 한 콘텐츠 스타트업과의 인터뷰에서 도전과 수평 문화, 윤리의식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만의 투자 실패 기준으로 "(투자받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대기업 등 더 좋은 자리를 제안받아 그만둘 때와 도덕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고 죄책감이 없을 때"라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2018년 3월 카카오벤처스 대표에 오른 직후 조직 문화를 쇄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그는 자신이 후배에게 물려주기 싫은 것으로 '경직된 상하 문화'와 '갑을 문화'를 짚었다. 이에 임직원들과 조직 문화 쇄신을 위한 기업 사명문을 같이 만들어 실천했다. 일례로 회의 중 직원이 상사의 말에 수긍하면 "언오한데?(Unauthentic의 준말. 진정성이 없다는 뜻)"라는 구성원 간 은어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카카오 측은 정 내정자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새로운 카카오의 경영 체계를 만드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두나무, 당근마켓 키운 VC 경험으로 카카오 성장동력 찾는다


14년 전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실리콘밸리의 자율경영을 표방해 성장했다. 자율경영은 한때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아 카카오가 국내 대표 IT기업으로 성장하는 동력이었다. 카카오는 현재 자산규모로 재계 15위인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카카오는 인공지능(AI),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성장 동력을 찾아 글로벌 IT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달라는 회사 안팎의 요구를 받고 있다.

정 내정자는 카카오벤처스와 네이버에서 IT 전문성을 갖추고 사업 기획과 투자를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의 신성장 동력 발굴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벤처스에는 2014년 파트너(임원)로 합류해 두나무, 당근마켓, 왓챠, 루니, 자란다, 생활연구소 등 IT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했다. 네이버에서는 2010년부터 수석부장으로 스토어팜, 네이버페이 기획에 참여했다. 정 내정자는 2019년 카카오벤처스 대표로서 "국내 VC가 넘어야 할 산은 위험 투자를 별로 안 하는 점,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제대로 신경쓰지 않다보니 잘 되는 것만 챙기는 점, 후속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이라며 "뭘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신사업 '뉴이니셔티브' 계열사로 카카오브레인(AI), 카카오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카카오헬스케어(디지털헬스케어), 카카오벤처스(기술 투자), 카카오인베스트먼트(벤처 투자)를 제시했다. 뉴이니셔티브 계열사들은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1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경영 쇄신과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대대적인 사업 개편, 구조조정 등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브라이언 톡'에서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겠다"며 "현재 시점의 시장 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내정자는 오는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다. 

(자료=카카오)


윤상은 기자 eu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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