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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황금손' 주우정 사장, 현대엔지니어링 밸류업 이끌까

Numbers_ 2024. 11. 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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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황금손' 주우정 사장, 현대엔지니어링 밸류업 이끌까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대표이사로 낙점된 주우정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대표적인 재무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기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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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사진 제공=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대표이사로 낙점된 주우정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대표적인 재무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기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창사 이후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 핵심 인물이다.

현대차그룹이 주 사장을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로 내정한 것도 재무적 성과 개선에 초점을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임원 인사 자료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실적부진 타개'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조직 전반의 체질개선'을 선임 배경으로 꼽았다.

업계에서는 주 사장의 선임을 현대엔지니어링의 미완 과제인 기업공개(IPO)를 위한 밑그림 그리기로 보고 있다. 다만 증시 불황이 이어지는 만큼 단기간 내 IPO를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주 사장은 우선 수익성 개선에 역점을 두고 현대엔지니어링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성과 개선 '미다스의 손'


주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 83학번이다. 1990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한 뒤 기아자동차(현 기아) 슬로바키아법인(KMS) 경영관리실장, 기아유럽판매법인(KME) 재무실장 등을 거쳐 2010년 기아 재무관리실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4년 말 현대제철로 이동해 재무관리실장, 원가관리실장, 경영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2019년에는 기아자동차로 돌아와 CFO 역할을 맡으며 창사 이후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했다.

주 사장은 재무적 성과 창출에 탁월하다. 업계에서는 주로 기아 CFO 시절 최대 매출 성과를 이끌어낸 점을 주목하나, 현대제철 재무담당 임원이었을 때도 꾸준히 매출 증가를 달성한 경험이 있다.

주 사장은 2014년 말 현대제철에 부임해 2018년 말까지 재무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이 시기 현대제철 매출은 꾸준히 우상향했다. 주 사장이 현대제철 재무임원을 맡았던 2015년 매출은 16조1325억원이었으나 2018년에는 20조7804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시기 외환차손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줄었으나 매출 증가 대비 판매관리비 등 관리가 잘 이뤄지면서 재무적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현대제철의 2015~2018년  재무실적 추이


현대제철 시절의 재무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2019년 기아자동차로 복귀했다. CFO 역할을 맡아 2019년 58조원대였던 매출을 2023년에는 100조원대로 끌어올렸다. 그는 매출을 2배 가까이 늘렸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4.1%에서 11.6%로 높이는 데 일조했다.

순이익 턴어라운드 과제


주 사장은 현대엔지니어링에서도 매출 증가를 바탕으로 재무 성과를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주 사장 선임 배경으로 실적부진 타개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꼽은 만큼 재무적 성과를 내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다.

주 사장이 기아 CFO 재임 시절 콘퍼런스콜 등에서 꾸준히 강조해온 내용은 '수익성 개선'이다. 신차 출시, 가격 인상 등으로 믹스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꾸준히 제시했고 이를 이행하며 기아의 주가 상승을 이끌어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창사 이후 최고 매출인 13조633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이 11조94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9조1654억원을 앞질러 매출 기록 경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비용 등으로 3분기 기준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은 757억원으로 지난해의 1554억원에서 절반가량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또한 2021년 5%에서 지난해 2%로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 3년간 재무실적을 보면 순이익 증대를 위한 국내 주택 수주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3년 중 영업이익이 가장 높았던 2021년에는 국내 주택공사 매출이 2조8332억원으로 전체 매출 7조3551억원의 38.52%를 차지했다. 지난해 최고 매출 실적 달성이 가능했던 것도 국내 주택공사 매출이 4조원을 넘긴 덕분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익성 높은 공사를 선별 수주하는 방식으로 매출 증가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에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등 도시정비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주 사장은 기아 시절 슬로바키아법인, 유럽판매법인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시장 공략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주 사장의 한 측근은 "(주 사장이) 학창 시절부터 맡은 일을 꼼꼼히 잘하는 성실한 타입이었다"며 "현대엔지니어링이 그룹 총수 입장에서는 중요한 회사이기 때문에 잘 관리할 수 있는 타입의 리더를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완의 과제 IPO 재추진 가능성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현대엔지니어링이 IPO를 추진할 당시 증권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가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매각해 상속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수요예측 결과 원하는 밸류를 받지 못해 IPO를 철회했으나 시장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재차 IPO 도전장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이번 인사가 재무전문가 선임을 통한 IPO 재개를 노리는 포석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다만 건설업 자체의 저평가와 함께 증시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어 이른 시일 내 상장 재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 IPO를 철회한 SK에코플랜트도 마찬가지 이유로 IPO 재개 가능성에 대해 아직 선을 긋고 있다.

정 사장은 IPO라는 장기적 목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재무적 성과 만들기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당시 10조원 밸류를 목표로 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기업가치가 2조5000억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현 수준의 기업가치라면 정 회장의 지분가치는 3000억원가량이 될 수 있다. 10조원 밸류를 목표로 했을 당시 정 회장의 지분가치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던 것에 비하면 4분의1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IPO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감소한 측면이 있다"며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