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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자산운용의 사모 인프라펀드인 KB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일반청약에서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앞서 진행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흥행하지 못하자 공모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20% 축소했음에도 일반청약에서 공모주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IPO 철회 사례가 속출하는 등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KB발해인프라의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피어그룹(동종기업 비교군)에 포함된 상장 리츠들이 독이 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피하지 못한 IPO 한파, 예상보다 컸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진행됐던 KB발해인프라 일반청약이 이날로 마감돼 통합 경쟁률은 0.26대 1을 기록했다. 대표주관사였던 KB증권에 접수된 청약건수는 4908건으로 경쟁률은 0.31대 1로 나타났다. 공동주관사였던 대신증권과 키움증권에는 각각 563건, 582건이 접수돼 각각 0.4대 1, 0.05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공모주 일반청약 미달은 지난해 3월 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한화리츠)가 0.53대 1을 기록한 이후 KB발해인프라가 처음이다. KB발해인프라는 이달 8일부터 3영업일 동안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진행했던 수요예측에서도 3.9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면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에 따라 KB발해인프라 운용사인 KB자산운용은 주관사단과 협의해 공모물량을 20% 축소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KB발해인프라는 상장을 통해 2000억원 규모 자금조달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1600억원으로 그 규모를 축소했다. 시가총액은 1조원대로 예상돼 하반기 IPO 대어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새내기주들의 상장 후 주가 폭락이 지속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 열기가 확 꺾인 것이다. 지난달 24일 씨메스 상장을 기점으로 8개 종목이 연속해서 상장일 공모가 보다 낮은 가격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된 탓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IPO를 준비하는 곳들은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보다 낮은 가격으로 결정하거나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곳이 잇따라 나왔다.
이번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에 대해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IPO를 포함해 현재 기업금융(IB) 쪽 시장 상황과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서 공모청약에 참여한 모든 투자자들은 일단 증거금을 낸 만큼의 물량(청약 물량의 절반)은 무조건 받고, 추가 납입 시에는 청약한 물량 전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 외 실권 물량들은 인수·주관 계약에 따라 KB증권과 대신증권, 키움증권이 각각 60%, 25%, 15% 비율로 떠안을 예정이다.
피어그룹에 상장 리츠 포함 독이었나…공모가 산정 과정은
KB발해인프라는 공모가 산정에 있어 피어그룹의 무부채베타를 준용해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적용했다.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이 미래에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비상장사 기업가치 평가에 자주 쓰인다. 무부채베타는 부채가 '0(제로)'일 때 해당 업종 시장의 위험률(베타)을 계산한 것이다.
KB발해인프라는 현재 투자하고 있는 자산들과 향후 투자 예정인 자산들을 활용해 배당 및 이자수익 예상치를 이 현금흐름할인법에 적용했다. 기간은 올해 9월부터 2050년 9월까지 26년 동안이며, 이 기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에서 비용을 뺀 값을 추정했다.
현재 KB발해인프라는 △대구~부산 고속도로 △수석~호평 도로 △용마터널 △산성터널 △수원외곽순환(북부)도로 등 연간 약 1억800만대의 차량이 이용하는 우량 유료도로 자산에 투자해 운용수익을 배당하고 있다. 여기에다 오는 2027년 신성터널 건설출자자들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잔여지분 35% 매입하는 것도 포함시켜 계산했다. 이를 통해 KB발해인프라는 향후 26년 동안 투자한 투자법인으로부터 거둬들인 총 수익 중 1조7114억원의 현금을 주주들에게 나눠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교 기업은 국내에 상장된 맥쿼리인프라와 신한알파리츠, 롯데리츠, 이리츠코크렙,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인프라펀드는 맥쿼리인프라가 유일무이하다. 객관성을 위해 대체투자와 관련된 상장 대형 리츠를 피어그룹으로 삼았다. 여기에다 KB발해인프라와 맥쿼리인프라처럼 도로 통행량 등 수요위험에 노출돼 있는 자산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 상장 해외 인프라펀드도 포함시켰다. 아틀라스 아테리아(호주), 트랜스어반(호주), 브룩필드 인프라스트럭처LP(미국) 등으로 국내외 총 8개 기업을 선발했다.
이들 8곳의 평균 무부채베타와 자본구조(부채비율)를 활용해 KB발해인프라의 자기자본비용(할인율) 7%가 산출됐다. 8곳의 평균 무부채베타는 35.41%였다. 지난해 말 기준 맥쿼리인프라의 부채비율은 7.48%다. 인프라펀드의 경우 현행법상 차입 한도가 자본의 30% 이내인 반면 상장 리츠들은 200%에 달하기 때문에 자본구조 중 부채비율은 맥쿼리인프라만 준용했다. 이를 토대로 인프라 시장의 위험률을 산출해 할인율을 내놓은 것이다.
이를 토대로 책정된 공모가 8400원은 올해 이뤄졌던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때보다 약 2%밖에 할증된 수준에 불과하다. 이달 공모 흥행에 성공하며 코스피시장에 입성했던 더본코리아는 공모희망가 상단 기준 할인율은 8%였다.
인프라펀드와 리츠는 관련 법이 다르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커다란 카테고리 상 대체투자로 함께 묶여 인식된 점이 흥행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KB발해인프라와 같은 인프라펀드는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SOC)에 주로 투자하는 공모펀드인 반면 리츠는 부동산과 오피스빌딩 등에 투자한다. 최근 상장 리츠들은 자산 편입을 위해 잇따라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단기적인 주주가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장 리츠들의 경우 성장을 위해 유상증자는 필요한 상황이긴 하나, 그 과정에서 주주 가치가 고려되지 않으며 논란을 빚었다"며 "전반적으로 리츠들이 편입하려는 자산의 질은 개선됐지만 단기에 유상증자 규모가 최고로 집중되며 본연의 취지마저 퇴색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KB발해인프라는 이달 29일 코스피시장에 상장 예정이다. KB발해인프라가 코스피 입성을 완료하면 2006년 맥쿼리인프라에 이은 17년 만의 공모 인프라 펀드이자 국내 1호 상장 토종 인프라 펀드가 된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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