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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해 실적을 끌어올린 SK하이닉스가 높아진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부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들어 보유 현금이 꾸준히 증가하는 동시에 차입금 역시 대폭 줄어드는 흐름이 눈에 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와 내년 설비투자가 지난해와 견줘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고, 신규 생산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도 예정된 만큼 선제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연결기준 총 차입금은 21조84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직전 분기와 비교해 13.4% 줄었다. 지난해 3분기 31조원을 웃돌았던 차입금 규모는 올 1분기 29조5060억원, 2분기에는 25조2280억원으로 분기마다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왔다. 분기마다 약 4조원씩 줄어든 셈이다.
3분기 기준 차입금 항목을 살펴보면 유동 차입금이 5조1408억원, 비유동 차입금은 16조7039억원으로 장기부채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만기가 짧은 단기차입금의 상환이 큰 폭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1조74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조1496억원에서 66.17% 줄었다. 장기차입금 역시 10조원을 넘겼던 지난해 3분기에 비해 절반 수준인 4조7994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사업 운영과 채무 상환을 위한 자금 일부를 조달하기 위한 사채가 11조90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확대됐다.
현금흐름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SK하이닉스의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말부터 마이너스(-)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금을 조달하거나 부채를 상환하고 배당금을 지급하는 재무활동을 통해 나간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3분기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조7408억원이다. 신규 차입으로 인한 현금 유입은 1조5639억원인 반면 상환에 3조9644억원이 쓰이면서 순감소 기조가 이어졌다.
SK하이닉스가 HBM을 바탕으로 기록한 호실적은 재무구조 개선 시기를 당기는 원동력이 됐다.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개인용컴퓨터(PC) 등 소비자용 제품 수요 둔화에 허덕이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AI 서버에 탑재되는 HBM을 바탕으로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3분기에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이어가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비슷한 매출원가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매출은 93.8% 증가했다. 회사는 영업이익은 7조290억원을 기록하며 40%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설비투자와 차입금 상환에도 SK하이닉스의 현금은 1조2000억원 가량 순증했다.
내년에는 HBM 시장 대응을 위한 첨단 공정 전환 투자와 중장기 생산능력 확보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3분기까지 SK하이닉스의 유형자산 취득 기준 누적 투자는 약 10조원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지난해와 견줘 크게 확대됐다. 다만 회사는 설비투자의 효율을 강조하며 무분별한 공급 확대보다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에 발맞춘 제한적인 투자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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