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SK온, 3개월 만에 무슨 일?…영업이익 4800억 늘어난 이유

Numbers_ 2024. 11. 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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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3개월 만에 무슨 일?…영업이익 4800억 늘어난 이유

SK온이 올 3분기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 손익분기점(BEP) 달성에 성공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배터리 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영업이익을 5000억원 가까이 늘렸다. 2분기에 대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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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미국법인 전경. /사진 제공=SK온


SK온이 올 3분기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 손익분기점(BEP) 달성에 성공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배터리 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영업이익을 5000억원 가까이 늘렸다. 2분기에 대한 기저효과, 고객사 정산 활동 그리고 전사 차원의 수익성 개선 노력에 힘입은 성과로 풀이된다. 

 

3년 만의 성과, 영업이익률 '플러스'


SK온이 2021년 10월 출범 이후 3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SK온은 올 2분기 1조5535억원 매출에 4601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3분기 SK온의 실적은 사뭇 달라졌다. 매출은 1조4308억원인데, 영업이익이 240억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1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4841억원 개선됐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30%에서 2%로 껑충 뛰었다.

/자료=SK온 IR북


SK온의 3분기 성과는 경쟁사와 비교하면 한층 두드러진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2분기와 비교해 253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삼성SDI의 경우 1100억원 감소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수혜 규모가 오히려 줄어든 상황에서 이룬 흑자전환이기에 한층 의미가 남다르다. SK온의 보조금 수혜 금액은 전 분기 대비 510억원 줄어든 608억원이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CFO·부사장)은 보조금이라는 외부 요인 없이도 3분기 높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대외적 불확실성 지속, 수요 확대 지연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 노력 및 고객사 정산 활동 등에 힘입어 분기 영업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팔고도 손해보던 2분기…기저효과 주효


구체적으로는 전분기에 대한 기저효과로 2115억원을 개선했다. 2분기 SK온의 매출원가율(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109.8%에 달했다. 100원에 배터리를 팔면 109.8원이 원가로 지출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판매 및 관리비까지 더하면 SK온이 가져가는 이익은 더 떨어진다. 사실상 매출 마진 없이 밑지는 장사를 해 온 셈이다.

/자료=SK온 IR북


하지만 고단가 원재료(리튬·니켈 등) 가격이 최근 1년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3분기 원가 부담을 크게 줄였다. 과거 비싸게 사들인 원재료 물량을 털어내고, 이번 3분기부터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원재료 가격이 실적에 반영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SK온의 매출원가율이 80∼90%대 수준으로 내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분기 가동에 들어간 헝가리 신규공장 램프업(본격 가동 수준으로 생산량 증대) 기간 축소로 인한 기저효과도 컸다. 통상 공장 가동을 시작해 수율이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이 기간만큼 비용이 발생한다. SK온은 과거 북미 공장 상업 가동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헝가리 공장 램프업 시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SK온은 2분기 헝가리 공장 안정화를 위해 352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만큼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고객사 정산 활동을 포함한 기타 요인 2127억원도 실적에 반영됐다. 배터리 셀 제조업체와 고객사인 완성차업체들은 통상 계약을 체결할 때 '최소 구매량'에 대한 조항을 포함한다. 완성차업체의 실제 구매량이 계약 조항상 최소 구매물량 보다 현저히 적을 경우, 이를 보상금 형태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 된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배터리 구매량이 계약상 최소 물량에도 미치지 못하자 SK온은 완성차업체로부터 보상금을 지급받았고 이 일회성 비용이 영업이익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사적 차원의 운영 개선(Operation Improvement·OI) 활동도 주효했다. 이석희 대표이사(CE·사장)을 포함한 경영진들은 흑자 전환할 때까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임원과 팀장급 직원이 해외출장을 갈 때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도록 권고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덕에 599억원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생겼다.

 

미국 대선에 합병 효과까지…변수 많은 4분기 


SK온이 흑자 달성에 성공하며 향후 성장 기대감이 한층 커졌지만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3분기 높은 영업이익을 낸 배경에는 원재료 가격 변동, 고객사 정산 활동 등 내실경영 활동과 무관한 외부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도 남아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 보조금 삭감과 환경규제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IRA 투자가 공화당 지역에 집중돼있어 IRA 전면폐지는 어렵지만, SK온의 국내외 전반 사업 규모 축소·투자 위축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 CFO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탈중국 공급망 재편과 보호 무역주의 강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 내 투자 강화 기조를 지속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K온은 4분기 긍정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김 CFO는 "4분기에는 고객사의 북미 신규 완성차 공장의 가동 및 2025년 상반기 신차 출시 준비 등 영향으로 판매량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합병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과 사업 경쟁력 강화도 기대된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춘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합병을 통해 SK온은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한층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SK온 관계자는 "업황 회복이 더뎌지는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두가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