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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CTO 체제' 현대차 연구개발비 24% 증가 'SDV 집중'

Numbers_ 2023. 12. 15. 15:39

현대자동차가 올해 6월 연구개발본부 명칭을 없애고 김용화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장) 중심의 조직으로 개편한 후 연구개발비용을 지난해 대비 24% 이상 더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전동화와 SDV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사진=조재환 기자,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올해 6월부터 연구개발본부 조직 명칭을 없앤 후 CTO(최고기술책임자) 중심의 조직개편을 단행하자 지난해 대비 연구개발비를 더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화 현대차 CTO 사장이 직접 차량 소프트웨어 담당까지 겸직하게 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강화 차원에서 일어난 변화다.

현대차가 직접 올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1월부터 9월까지 약 2조 6962억원의 연구개발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2조 1601억원) 대비 24% 증가한 수치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중요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SDV)’ 사업과 전동화 관련 센터 본부 직속 체계 시스템 구축 등이 연구개발비용 증가에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FoD, 주행보조 성능 강화 개발 집중


현대차가 밝힌 올해 연구개발 성과 중 하나가 바로 FoD(Feature on Demand) 서비스다. 차량의 일부 기능을 별도의 하드웨어 추가 없이 넣을 수 있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테슬라가 선도적으로 이끌었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와 비슷한 개념이다. 현대차는 이 기술 자체가 차량 구매 이후 고객의 선택권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올해 고속도로 주행보조 2 성능도 개선했다. 기존에는 차선 변경 가능 최저 속도가 시속 60km에 불과했지만 최근 시속 30km로 완화했다. 또 곡선 주행 시 차로 중앙 유지 성능을 강화한 차로유지보조 2 기능도 선보였다. 이 기능들은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역할도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자율주행 3단계’ 수준으로 알려진 HDP(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 강화를 위한 별도의 성과를 올해 내세우지 못했다. 김 CTO는 이 부분에서 가장 크게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올 11월 경기도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차 CTO 주관 자율주행 경진대회 현장에서 <블로터>와 만나 “HDP 도입 시기를 묻는 고객들이 많다고 이야기 들었다”며 “운전자와 탑승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HDP 시스템이 성숙해지기까지 노력하고 있고 이를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동화 강화, 센터 2곳 본부 직속으로

 

현대차 CTO 조직도 전동화설계센터와 전동화시험센터를 TVD본부 직속으로 둔 점이 눈길을 끈다. (사진=현대차, 클릭하면 사진을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 CTO는 올해 6월 조직개편 당시 전동화 관련 센터 두 곳을 TVD(Total Vehicle Development) 본부 직속으로 편제했다. SUV 개발이나 제네시스 개발 관련 센터 등은 별도로 담당 산하에 뒀지만, 전동화설계센터와 전동화시험센터 등은 본부 직속으로 구성했다.

이 결정은 현대차가 6월 CEO 인베스터 데이 때 밝힌 전동화 관련 중장기 투자 전략과 연관된다. 당시 현대차는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0년 간 약 109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이중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인 약 36조원을 전동화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점도 언급했다. 현대차는 전동화 관련 투자로 오는 2026년 총 94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2030년 200만대 전기차를 팔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기준으로 전동화 관련 직속 센터들이 내세운 연구 성과는 아직까지 미비한 상태다. 전동화설계센터의 경우 전기차 구동모터용 박판 셀프본딩 코어와 인버터 시스템 관련 연구 성과를 냈지만 전동화시험센터의 성과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아직 CTO 중심의 조직 체계가 약 6개월 정도 유지됐기 때문에 해당 센터의 성과는 내년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CTO 중심 조직 체계를 갖춘 현대차의 올해 재무상태는 긍정적인 편이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현금성 자산은 약 6조 154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현금성 자산 총액(약 4조 8975억원)을 넘어섰다. 유동자산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기준으로 약 22조 4977억원인데 아직 발표가 나지 않은 4분기 기준을 합하면 지난해 기록(23조 8193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월 열린 현대차 자율주행 챌린지에서 수상자를 축하해주고 있는 김용화 현대차 CTO(사진 가운데)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올해 3분기 3조 82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146.3% 증가한 기록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금액이다. 부품 수급 상황이 개선돼 가동률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41조 27억원을 나타냈다. 내년 초 발표되는 2023년 연간 실적에 따라 내년 현대차의 연구개발비용 집행이 올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1965년생인 김 CTO는 서울대 기계설계 학사 졸업 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기계공학 박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포드자동차에서 파워트레인 컨트롤 시스템 기술 스페셜리스트 등의 업무를 경험하고 2015년부터 현대차에 합류해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 차량제어개발센터장, 파워트레인제어개발실장 등을 거쳤다. 김 CTO는 올해 4월 부사장 시절 때 박정국 전 사장으로부터 연구개발본부장직을 물려 받은 후 약 2개월만에 사장으로 승진 해 CTO 중심의 조직을 이끌게 됐다.

김 CTO는 현대차 사내와 대학 유망주들을 발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대학교 대상 ‘자율주행 챌린지’ 행사 간판 내 주최 명단에 자신의 직급인 CTO를 내걸었고, 홍익대와 힘을 합쳐 우수 인재 찾기에 나섰다. 또 이달 12일 연구개발 직군 대상의 ‘CTO 기술 경진 대회’를 사내에서 개최하는 등 직원 사기 진작에도 적극 나섰다.

김 CTO는 올 10월 경기도 화성시 롤링힐스호텔에서 열린 협력사 R&D 테크데이 인사말에서 “전동화, SDV 등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동반성장의 가치를 기술개발에 접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재환 기자 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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