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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 사업부가 매물로 나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매각 후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강조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와 함께 해외 식품 강화 또는 기존 화이트·레드 바이오 본격 육성이라는 가능성이 각기 제기되고 있어서다. 6조원에 달하는 몸값이 거론되는 그린바이오는 CJ제일제당의 뿌리이자 한 줄기를 담당해 온 사업부지만, 회사가 제2막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선 거름으로 쓰이게 됐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이르면 다음달 본입찰을 실시한다. 매각 대상은 바이오사업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그린바이오 부문이다. 매각가는 6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CJ제일제당의 바이오 부문은 크게 그린바이오·화이트바이오·레드바이오 세가지로 나뉜다. 그린바이오는 미생물 및 식물을 기반으로 기능성 소재나 종자, 첨가물 등을 만드는 분야다. 라이신, 알지닌, 트립토판 등 사료용 아미노산과 핵산, TnR(테이스트엔리치) 등의 식품조미소재가 여기에 속한다. 이외 신성장동력인 화이트바이오와 레드바이오는 각각 친환경 소재 및 제약·의약 분야를 다룬다.
글로벌 1위 그린바이오 사업
CJ제일제당은 1963년 ‘미풍’이란 브랜드로 MSG를 생산하며 그린바이오 사업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1977년 핵산 생산을 통해 식품조미소재 사업을 확대했고, 1988년 인도네시아에 생산 기지를 세우며 사료용 아미노산인 라이신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인니 법인은 CJ제일제당뿐 아니라 CJ그룹 전체로 넓혀봐도 최초의 해외법인이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선제적 투자와 고도의 미생물·균주·발효 역량을 앞세워 성장한 CJ제일제당은 현재 6개국 11개 생산법인과 10개국 11개 판매법인을 거느리는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라이신·트립토판·핵산·발린 등 주요 품목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그린바이오의 활약에 힘입어 CJ제일제당의 바이오 부문은 지난해 4조134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회사 전체 매출(대한통운 제외)의 23.1%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역시 3조1474억원으로 전체의 23.5%를 차지했다.
시나리오 1. 본업 식품 강화
CJ제일제당이 알짜 사업부인 그린바이오 매각에 나선 건 본업인 ‘식품’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룹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CJ 이재현 회장의 인사 기조와도 연결된다. CJ제일제당 신임리더에 김세원 식품베트남사업담당, 전태원 식품한국사업관리담당, 윤대진 구매담당 등 식품 관련 종사자를 배치된 점도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CJ제일제당의 기조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바이오사업 매각 대금이 식품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유사 식음료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 거론된다. 과거 CJ제일제당이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해 현지 기업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경험이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매각한 뒤 이듬해 미국 냉동식품 2위 업체인 슈완스컴퍼니를 2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슈완스 인수 후 주요 유통망을 확보하며 ‘비비고 만두’를 중심으로 K푸드 브랜드가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힘입어 미국 식품 매출은 2018년 약 3649억 원에서 지난해 4조 3807억원으로 급성장했다.
CJ제일제당이 ‘제2의 슈완스’를 찾아 M&A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K푸드 기업으로의 도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글로벌 매출은 2019년 약 3조1570억원에서 2022조 5조1811억원, 2023년 5조3862억원 규모로 성장해 사업 전망은 긍정적이다. 최근 회사가 신경 쓰고 있는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매출은 40%, 오세아니아 지역도 24% 늘어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번 매각은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이 후계자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CJ제일제당이 바이오 사업 매각 대금을 활용해 해외 식품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입지가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생인 이 실장은 CJ제일제당의 현재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있어 중요한 경영 시험대에 올라있다.
시나리오 2. 화이트·레드 본격 육성
그린바이오 매각 대금이 화이트바이오(생분해플라스틱)와 레드바이오(제약·의약)에 투입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진입 장벽이 낮아 가격경쟁이 치열하고, 수출국 상황에 따라 규제 등 불확실성이 큰 그린바이오와 달리 화이트·레드 부문은 CJ제일제당의 독점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그린바이오를 필두로 글로벌 시장에서 상승세를 구가할 무렵인 2021년 CJ제일제당은 화이트바이오와 레드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우선 레드바이오 부문에선 대규모 M&A가 돋보였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7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을 983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11월 네덜란드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인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를 2700억원에 사들였다. 이듬해 자회사로 출범한 CJ바이오사이언스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미생물 기술을 앞세워 신약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화이트바이오 부문의 aPHA 소재 기술 역시 전 세계에서 CJ제일제당이 유일하게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는 토양, 해양 등 대부분 환경에서 분해되는 비결정형 바이오 소재로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식품접촉물질로 승인받았다. 현재 이 기술은 CJ올리브영 웨이크메이크 브랜드의 ‘워터벨벳쿠션‘ 용기에 쓰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부문은 CJ제일제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라며 “이재현 회장이 과거 4대 성장엔진으로 강조한 ‘건강한 삶’ 및 ‘지속가능성’과도 긴밀히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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