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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 논란의 '예화랑'…임주현 부회장 책임론

Numbers_ 2024. 11. 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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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어디로] 논란의 '예화랑'…임주현 부회장 책임론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임주현 부회장의 비정상적인 임대차 계약이 도마 위에 올랐다.26일 한미약품그룹 형제(임종윤·임종훈)가 올 초 임 부회장이 우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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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예화랑 /사진=네이버지도 거리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임주현 부회장의 비정상적인 임대차 계약이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 한미약품그룹 형제(임종윤·임종훈)가 올 초 임 부회장이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에게 지시해 서울 강남구 예화랑 건물에 대해 보증금 48억원에 월세 4억원, 임대차 기간 20년의 비정상적인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결의 없는 '고액 계약'…온라인팜 자금 1000억 유출

 

예화랑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보면 건물 공동소유자는 김방은 예화랑 대표와 김용식 예화랑 감사다. 형제 측은 "예화랑은 현 정권 문화계 로비의 거점이라는 의혹을 받는 곳"이라며 "김 대표는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이끄는 미래회 출신으로 임 부회장도 한때 미래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어 연결고리가 있다"고 말했다.

형제 측은 완공도 되지 않은 건물을 임차하기 위해 48억원을 선입금한 점과 임대료를 시세 대비 30% 이상 비싸게 책정한 점을 문제 삼았다. 20년 계약도 업계의 관행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팜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9억원에 불과하다. 만약 한미사이언스 측의 주장대로 온라인팜이 임 부회장의 지시로 예화랑 건물을 장기 계약했으면 총 10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된다. 또 매년 48억원이 임대료로 나가면서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형제는 "향후 1000억원 규모의 현금이 지출될 수 있는 큰 의사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팜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모녀(송영숙·임주현)는 김 대표를 통해 문화계에 영향력을 확대할 의도로 계열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계약을 강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개인권력 강화와 사익 추구를 위해 회사 자금을 무분별하게 유용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 "온라인팜 원하는 조건 반영…적법한 계약"

 

이에 대해 한미약품은 "한미약품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역사관을 짓기 위해 다양한 장소를 오랜 기간 물색해왔다"며 "예화랑은 한미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매우 적합한 공간이자 우수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됐다"고 반박했다. 특히 한미약품그룹이 임대차 계약을 할 때 한 성형외과와 비딩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형제 측이 문제 삼은 48억원의 선입금과 관련해서는 "온라인팜이 계약체결자로 선정됐을 때 가로수길 건물 계약의 특성상 온라인팜이 원하는 외관과 디자인, 콘셉트 등을 전적으로 반영해주는 조건이 전제됐다"고 전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선입금 조건으로 △원하는 콘셉트와 디자인으로 건축 △주변 시세보다 적은 월세 △월세 10년간 동결 △언제든 전대 가능 △63억원 규모의 근저당 설정 △입주시기 못 맞출 경우 96억원 반환 등이 계약에 담겼다.

한미약품은 "OCI그룹과의 통합작업이 무산된 후 새로운 경영진(형제)이 추진하는 사업 구상에 따라 원래 목적과 다른 사업 목적을 추진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환된 것 같다"며 "우 대표 역시 새 경영진이 홍보 브랜딩관이 아니라 단기수익이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하라는 뜻에 따라 예화랑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예화랑 임대차 계약과 관련해 회사 법무팀과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리스크를 점검했기 때문에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임대차 계약 '모녀·라데팡스'가 주도…임직원도 몰랐다

 

한미약품 측의 반박에도 형제는 적법하지 않은 계약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형제 측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큰 거래조건은 이미 결정되고 세부만 조정됐다"며 "법무법인에서 위험한 계약이라고 권고한 수정 제안도 모두 무시하고 계약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특히 "우 대표가 1000억원이 투입되는 계약을 먼저 하고 모녀의 재가를 받은 것은 라데팡스파트너스와 결탁한 송영숙 회장 체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너 회사에서 우 대표는 실행자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형제 측은 "제2한미타워에 한미박물관과 플래그십스토어를 마련하는 것이 시너지에 더 좋을텐데 침체된 가로수길 뒷골목으로 옮긴다니 황당하다"며 "경영난이라면서 가현문화재단을 제2한미타워 로열층에 입주시키고 1000억원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또 임 부회장이 한미사이언스나 한미약품이 아니라 비상장사인 온라인팜을 통해 계약을 맺은 점도 지적했다. 형제 측은 "상장사는 이사회나 감사회에 바로 걸리고 공시 문제가 있으니 한미약품을 임차인으로 추진하다 계약 직전에 비상장사인 온라인팜에 계약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형제 측은 "회사 발전을 위한 큰 전략적 거래라면서 임직원들 몰래 외부세력인 김남규 라데팡스 대표와 처음부터 주도하고 거래가 완료될 때까지 대부분의 임직원은 물론 온라인팜 직원들도 모르는 계약을 할 이유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