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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홀딩스, 지배력 강화 재단출연 '2대주주 VIP자산운용'에 제동

Numbers_ 2024. 11. 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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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홀딩스, 지배력 강화 재단출연 '2대주주 VIP자산운용'에 제동

HL홀딩스가 4.76%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신규 설립 재단에 출연키로 한 결정을 철회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3의 법인으로 넘겨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23%가 넘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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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HL홀딩스

 
HL홀딩스가 4.76%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신규 설립 재단에 출연키로 한 결정을 철회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3의 법인으로 넘겨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23%가 넘는 기관투자가의 견제가 이번 자사주 무상 출연 결정 철회의 배경으로 꼽힌다.


2대 주주 VIP운용, 자사주 무상출연 반대 '주주서한'


HL홀딩스는 26일 정정공시를 통해 자사주 처분 결정을 취소했다. 앞서 11일 사회적 책무 실행을 위해 재단법인에 자사주를 무상 출연하겠다고 밝힌지 보름 만이다. HL홀딩스는 재단 설립 방식을 재검토하고 처분 예정 자사주를 우선 보유하기로 했다.

HL홀딩스의 자사주 무상출연 철회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은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VIP자산운용으로 꼽힌다. VIP자산운용은 HL홀딩스에 자사주 무상출연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원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끌어올리려던 전략이 낮은 지분율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 이달 13일 29만5340주의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정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2.52%가 됐다.

VIP자산운용을 비롯해 베어링자산운용, 국민연금공단 등의 주요 기관투자가 지분율은 23.05%다. 주요 기관투자가와 지분 격차는 약 12.47%포인트로 주요한 경영 사안에 대해 이견차가 발생할 경우 HL홀딩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는 지분율이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자사주 무상출연 결정은 주주가치 제고 결정에 반하는 행동이다"라며 "철회한 자사주도 빠른 시일 내 소각해 시장의 불신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VIP자산운용은 10년 넘게 HL홀딩스에 투자해온 주요 주주다. 현재 일반투자 목적으로 회사의 지분을 10.72% 보유 중이다.

 

 
HL홀딩스는 출연 결정을 취소한 자사주는 당분간 보유한다는 방침이다. HL홀딩스 관계자는 "재단 설립은 계속 진행 하는 대신 출연을 취소하고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무상 출연을 취소한 자사주는 우선 회사에 그대로 보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주주 실망감, 적극적 행동주의 변화할까


HL홀딩스의 자사주 무상 출연 결정은 2014년 한라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 한라홀딩스가 ㈜한라가 보유한 만도 주식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수해준 결정과 유사하다는 평이다.

한라홀딩스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을 목적으로 만도를 분할해 신설한 한라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출범했다. 한라홀딩스는 한라가 보유한 만도 지분 17.29%(162만4079주)를 22만3500원에 사들였는데 이는 당시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16% 이상 높은 가격이었다.

당시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리포트를 발행해 해당 지분 매입에 대해 "일반 투자자의 소외", "시장의 기대를 저버린 이벤트"라고 평했다.


VIP자산운용은 이번 자사주 무상 출연 결정이 사외이사의 견제 없이 이뤄진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HL홀딩스 이사회는 자사주 처분 결정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해당 결정을 철회할 때도 사외이사를 포함한 모든 이사회 구성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연대 행동주의를 표방한 VIP자산운용도 적극적 행동주의 전략를 구사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주주 교체 등 급진적 방식이 아니더라도 견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요구를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