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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미주총괄(DSA)을 담당해 온 한진만 부사장이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 선임됐다. 반도체 기술 개발부터 기획, 마케팅을 거치며 시장 대응 경험까지 갖춘 한 사장은 고객사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결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도체 기술·사업 감각 겸비
1966년생인 한 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사업부 D램설계팀에서 일했다. 1997년 회사를 떠나 2002년부터 미국 마이크론에서 근무하다 2008년에 삼성전자로 복귀했다. 돌아온 뒤에도 메모리사업부 소속으로 낸드플래시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개발하며 경력을 쌓았다.
2017년에 개발 조직을 벗어나 전략마케팅실에서 상품기획팀을 담당했다. 반도체 전략마케팅은 고객의 수요를 분석해 새로운 메모리를 기획하고 사업화하는 역할을 하며 고객과의 접점이 넓다. 한 사장은 상품기획팀장으로 차량용 메모리와 그래픽D램(GDDR) 시장 창출에 앞장섰고 고객 가치 극대화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최하는 '삼성테크데이'에 연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같은 전략마케팅 조직 아래 상품기획팀에서 마케팅팀으로 자리를 옮긴 2020년부터는 삼성전자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 메모리사업부 담당 임원으로 참석해 사업 현황과 전망을 설명했다. 회사의 연례 투자자 행사인 '인베스터 포럼'에도 연사로 나서 투자자들을 만났다. 이듬해에는 개발실장과 함께 사업부 내 핵심으로 분류되면 전략마케팅실장에 올랐다. 현재 삼성전자의 DS부문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 역시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한 사장이 맡고 있는 DSA는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연구개발(R&D)과 영업, 마케팅, 고객지원 역량을 결집하는 역할을 한다. DS부문 산하 사업부의 북미 시장 확대와 고객 협력 강화를 이끌었다.
한 사장이 갖춘 강점은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상품 기획과 마케팅 감각을 갖췄다는 사실이다. 한 사장에 앞서 파운드리사업부장을 역임한 인사들은 모두 반도체 공정, 제조 기술 전문가다. 2017년부터 초대 파운드리사업부장을 지낸 정은승 전 사장은 반도체 공정개발 전문가다. 최시영 현 사장은 공정 개발과 제조 부문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부의 공정 기술을 끌어올리고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더욱 고객 친화적인 자세로 사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략마케팅과 DSA를 거친 인물이 사업부장에 오르는 만큼 고객사와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반도체·미국 투자 해법 찾아야
메모리와 파운드리 간 시너지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메모리를 동시에 제조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업이다. 엔비디아와 같은 팹리스 기업이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지 업체를 각각 사용할 때보다 반도체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한 사장도 DSA를 총괄하던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4에서 파운드리와 메모리의 시너지가 AI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I 메모리인 HBM에서도 전통적인 D램 기업과 파운드리 업체 간 협력이 가시화하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TSMC와 협력해 고객 맞춤형 기능을 포함할 계획이다. HBM의 가장 밑단인 로직다이에 고객사의 설계자산(IP)을 반영하고, 이를 TSMC의 첨단 공정에서 생산하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HBM4를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고객사 요청에 따라 로직 다이는 TSMC를 비롯한 외부 파운드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열어뒀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추진하는 신규 반도체 공장 투자는 풀어야 할 숙제다. 건설과 설비 등에 400억달러(약 55조8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이미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64억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보조금까지 약속받았지만,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4월 공장 가동 시점을 올해 하반기에서 2026년으로 한 차례 미뤘다. 수주 부진과 실적 악화로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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