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롯데케미칼 크레딧 점검] 회사채서 유동화증권으로…달라진 차입구조

Numbers_ 2024. 12. 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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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크레딧 점검] 회사채서 유동화증권으로…달라진 차입구조

롯데케미칼은 증설 등 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투자를 진행해온 만큼 대규모 자금 유치로 유상증자와 공모사채 등을 주로 이용했다. 지난 1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사채를 발행한 단골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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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사진 제공=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증설 등 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투자를 진행해온 만큼 대규모 자금 유치로 유상증자와 공모사채 등을 주로 이용했다. 

지난 1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사채를 발행한 단골 손님이지만 작년 롯데케미칼은 한번도 공모사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화학 시황 부진과 금리 인상 여파를 딛고 대안 책으로 유동화증권을 적극 활용했다. 

 

대규모 투자때마다 회사채 발행


지난 10년 중 롯데케미칼이 진행한 주요 투자 사례로 △미국 에탄 크래커 합작사업 △여수 에틸렌 공장 증설 △전해액 유기용매 신규사업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인수 △인도네시아 크래커 사업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미국,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한 설비 투자와 삼성정밀화학·일진머티리얼즈 딜에 가장 많은 자금이 소요됐다. 

롯데그룹이 미국 현지 기업인 엑시올과 추진한 에탄 크래커 사업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총 31억 달러(4조3517억)가 소요된 대규모 투자였다. 롯데케미칼과 자회사 LC타이탄은 총 12억8000만 달러(1조7969억)를 투자했다. 미국에서 생산한 저가의 에틸렌을 활용해 에틸렌글리콜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당시 에틸렌글리콜은 견조한 수요가 예상됐기 때문에 공급망 경쟁력을 갖춘 롯데그룹은 상당한 기대를 품었다.

미국 투자가 진행되는 무렵인 2016년 롯데그룹은 삼성과 빅딜을 단행한다. 롯데케미칼은 삼성SDI의 케미칼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총 3조원에 인수했다. 훗날 케미칼사업부문은 롯데첨단소재로 사명을 변경했다, 롯데케미칼에 흡수됐다. 삼성정밀화학은 롯데정밀화학으로, 삼성BP화학은 롯데이네오스화학으로 각각 변경됐다. 

2021년 롯데케미칼은 일명 라인 프로젝트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크래커 건설 투자를 결정했다. 인도네시아는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등 기초 화학 제품 수입국이자 신흥 시장으로 꼽혀 향후 상업 생산을 시작하면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봤다. 당시 미국 투자를 끝낸 직후였지만 과감하게 총 774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2023년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전지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약 2조7000억원의 인수대금을 치러 시장에선 M&A 승부사로 평가했다. 

롯데케미칼은 △2016년 7584억원 △2019년 3989억원 △2021년 3889억원 △2022년 9975억원 △2023년 7490억원 평년 대비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앞서 언급한 투자 시기와 일치한다. 2023년에는 주주배정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방식의 유상증자로 약 1조2000억원을 조달했다. 

/자료 제공=세이브로

 

재무비율 부담 없는 유동화증 대체 시장으로 부상


올해 조달 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이 자취를 감췄다. 크레딧업계는 롯데케미칼의 시장 입지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근본적인 원인은 화학 업황 둔화다. 2011년부터 10년간 유지한 'AA+' 신용등급도 2023년 'AA'로 내려왔으며 올해 정기 평가때는 아웃룩(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시야를 넓혀 대체 시장을 찾았다. 기업어음(CP)과 유동화증권(ABSTB, ABCP)을 병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급전이 필요한 기업들이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은 롯데케미칼 입장에선 생소한 조달 방식이었다. 대부분 1년 미만으로 만기가 빨리 도래하는 것이 단점이지만 조달 비용이 저렴하고 보증만 받는다면 신용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 

특히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악화 우려도 없다. 실질적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특수목적법(SPC)에 부채가 남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카드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사용했다. 카드사와 맺은 계약을 기초로 SPC가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추후 롯데케미칼이 결제일에 맞춰 카드대금 원금과 수수료를 SPC에 지급하면 이를 SPC가 투자자에 돌려주는 구조다. 사전에 고지하면 결제일을 늦출 수 있어 편리하다. 이런 방식으로 롯데케미칼은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이달 롯데케미칼은 기한이익상실(EOD) 사유를 풀기 위해 사채권자와 대면한다. 향후 회사채 시장 복귀를 위해선 반드시 이번에 투자자와 협상을 잘 마쳐야 한다.

시장 관계자는 "영업활동 현금 창출 회복이 지연되면서 시장에서 평판이 이전같지 않다"며  "이번 기한이익 상실 요인으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이달 사채권자와 협의를 잘 마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