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바로가기
삼화페인트는 1988년 선박용 도료 사업을 위해 일본 츄고쿠도료주식회사와 함께 합작사 츄코구삼화페인트를 설립했다. 츄고쿠도료는 2002년 전략적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삼화페인트 지분 6.82%를 취득하며 주요 주주로 합류했다.
한때 츄고쿠도료의 지분율은 11%까지 확대됐으나 몇 차례에 걸쳐 주식 매각에 나서면서 지난해 기준 5% 미만으로 지분율이 낮아졌다. 츄고쿠도료는 올해 3월까지 삼화페인트 지분 약 4.1%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4% 지분, 윤家와의 지분 격차 '완충지대'
츄고쿠도료가 보유한 삼화페인트 지분은 사업 파트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김씨 집안과 윤씨 집안이 공동으로 창업해 경영을 이어오다 2000년대 초반 갈라섰기 때문이다.
이후 최대주주인 김씨 집안은 윤씨 집안과 지분 격차를 유지해 오며 경영권을 차지해 왔다. 츄고쿠도료가 보유한 삼화페인트 지분은 윤씨 집안이 적극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수 없었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2002년 츄고쿠도료가 삼화페인트 주주로 참여할 당시 삼화페인트의 공동창업주인 고(故) 윤희중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었다. 일본 동경전수대를 졸업한 윤 회장이 츄고쿠도료를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 회장 사망 이후에 김씨와 윤씨 집안이 갈라섰으나 츄고쿠도료는 계속해서 삼화페인트 지분을 늘리면서 김씨 집안과의 사업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왔다. 츄고쿠도료는 2022년까지 삼화페인트 지분을 취득한 배경으로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밝혀왔다.
츄고쿠도료는 지난해 삼화페인트 지분을 매각하며 '자본비용과 거래 상태와 기타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일부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3월 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자본 비용과 거래 조건을 고려한 결과 포지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기재돼 있다.
츄고쿠도료는 현재 삼화페인트 지분에 대해 철저히 시장 가치에 따라 처분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츄고쿠도료는 삼화페인트 지분을 2000원대에 매입했다. 지난해 매각 가격은 6000원대로 3배 정도의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츄고쿠도료는 지난해 연간 사업보고서에서 4% 수준의 남은 지분에 대해서는 당분간 '포지션을 계속 유지'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츄고쿠도료가 보유한 지분이 계속해서 김씨 일가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츄고쿠도료, 합작법인 유일한 한국 진출 창구
츄고쿠도료는 합작법인 츄고쿠삼화페인트 지분 59.46%를 보유하고 있다. 츄고쿠삼화페인트를 통해 국내 상장사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츄고쿠삼화페인트는 지난해 135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국내 조선업이 다시 한번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선박용 도료 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선박용 페인트는 일반적으로 선주 측이 발주 때 도료를 지정한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도료제조회사들은 대부분 해외 유명 도료제조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화학, 동주산업, 조광페인트 등 경쟁사 대부분 글로벌 도료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국내 선박용 도료 사업자들이 쟁쟁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손을 잡고 있는 만큼 츄고쿠도료 측이 삼화페인트와 파트너십을 포기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츄고쿠도료는 선박용 도료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사업보고서(2023년 4월~2024년 3월)를 살펴보면 9560억원의 매출을 선박용도료로 벌어들였다. 두번째로 매출액 비중이 높은 산업용 도료(1198억원)의 8배 이상 비중이 높다.
선박용 페인트 매출 비중이 높은 츄고쿠도료에게 한국 시장은 단일 국가 기준으로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
'Governance > 지배구조 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아이에스지주그룹, 대주주 2세 승계 축 ‘일신홀딩스’ (0) | 2024.12.09 |
---|---|
[어바웃 G] 골드클래스, 박철홍 회장 '1인 주주체제' 구축 배경은 (0) | 2024.12.09 |
[어바웃 G] 한동주 모아주택산업 회장, 지분 100% 확보한 까닭은 (0) | 2024.12.03 |
[NPX 톺아보기]① 사세확장? 비상탈출? 투믹스서 수성웹툰까지 눈에 띄는 지배구조 변화 (0) | 2024.11.29 |
[어바웃 G] SK디앤디, 최창원 SK 부회장 '미완의 부동산' 퍼즐조각 자리매김 (0) | 2024.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