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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1위 프레시지 휘청이는데…지원 여력없는 앵커PE

Numbers_ 2024. 12. 1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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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1위 프레시지 휘청이는데…지원 여력없는 앵커PE

사모펀드 앵커PE가 최대주주로 있는 밀키트 1위 업체 프레시지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밀키트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실적이 추락하고 있는데다 인수한 회사들이 모두 순손실을 기록하며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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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시장 1위 프레시지가 볼트온 전략의 실패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  사진 = 프레시지 홈페이지 갈무리

 

사모펀드 앵커PE가 최대주주로 있는 밀키트 1위 업체 프레시지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밀키트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실적이 추락하고 있는데다 인수한 회사들이 모두 순손실을 기록하며 재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앵커PE의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이 마저도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프레시지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차례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21년에 528억원이던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앵커PE에 인수된 이후인 2022년에는 1106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도 비숫한 수준인 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전년 대비 37.7% 감소한 3306억원, 순손실은 2239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2016년 사업을 시작한 프레시지는 펜데믹 당시 국내서 가정간편식(HMR)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창사 5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밀키트 시장은 펜데믹을 맞아 2018년 345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3821억원으로 5년 새 10배 넘게 커졌다. 하지만 엔데믹을 기점으로 시장 성장세가 정체되자, 프레시지의 성장도 멈췄다.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21년 3003억원, 2022년 3408억원에 머물렀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엔데믹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편의점 등이 자체브랜드(PB)로 밀키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경쟁이 격화된 것도 밀키트 시장에 타격을 줬다. 3대 대형마트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각각 피코크, 시그니처, 요리하다 등의 PB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편의점 GS25도 '심플리쿡'을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유통사 자체 브랜드는 밀키트 시장에서 점유율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PE는 앞서 2021년 밀키트 시장의 성장을 눈여겨보고 프레시지에 투자를 단행했다. 그해 10월 앵커PE는 약 3000억원을 들여 프레시지의 최대주주 (지분율 64.43%)로 올라섰다. 앵커PE는 유사 업종의 기업을 인수합병(M&A)해 기업가치를 빠르게 높이는 전략인 '볼트온'을 주특기로 사용하는 사모펀드다. 앞서 앵커PE는 2013년 지오영에 15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인수한 후 케어베스트, 성창약품, 동부약품, 남산약품, 연합약품 등 연관 중소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합병한 후 2019년 블랙스톤에 1조 1000억원에 매각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2012년 헬스밸런스에 투자한 이후에도 천지양, 베베쿡 등을 추가 인수해 종합 건강식품 브랜드로 성장시킨 후 2020년 매각했다. 

앵커PE는 프레시지에도 볼트온 전략을 적용해 같은 업종 기업을 대상으로 M&A를 단행했다. 프레시지는 2021년 11월 건강·특수식 업체 닥터키친을 시작으로 간편식 업체 허닭, 물류업체 라인물류시스템, 밀키트 업체 테이스티나인 등을 연달아 인수했다. 

하지만 프레시지의 실적이 악화와 더불어 자회사들도 실적을 내지 못하며 볼트온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허닭과 라인물류시스템은 지난해 각각 95억원, 6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닥터키친과 테이스티나인도 프레시지에 인수된 이후 쭉 순손실을 내다가 지난해 프레시지에 합병됐다. 

프레시지는 앵커PE의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인수 회사들에 지원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프레시지가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76억원인데, 지난해 영업활동에 쓴 현금 규모는 408억원이다. 즉, 올해에 지난해 수준으로 영업활동을 한다면 현금은 바닥나게 되며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다. 외부 수혈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산 매각이나 채무조정, 구조조정 등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 신청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앵커PE역시 쉽사리 투자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지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앵커PE가 추가 투자를 단행하려면 출자자 동의를 얻어내야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앵커PE가 프레시지를 지원해 줄 여력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앵커PE는 2022년 투썸플레이스 엑시트에 성공한 이후로 자금 회수가 중단된 상황이다. 앵커PE가 주요로 투자한 기업들은 큐텐·큐익스프레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라인게임즈, 카카오픽코마, 컬리 등으로 총 투자 금액은 1조5950억원 가량이다. 이들은 경영시스템 부실화, 사법 문제 등 각종 리스크가 발생하며 기업공개(IPO) 등의 엑시트 가능성이 낮아져 투자금 회수가 요원한 상태다. 

권재윤 기자 kwo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