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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딜 인사이드] 모회사 삼키는 자회사…라이프시맨틱스 '역합병'의 비밀

Numbers_ 2024. 12. 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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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딜 인사이드] 모회사 삼키는 자회사…라이프시맨틱스 '역합병'의 비밀

라이프시맨틱스가 모회사 스피어코리아를 흡수합병하는 역합병을 추진하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합병은 스피어코리아가 비상장사라는 점에서 사실상 우회상장이 아니냐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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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이프시맨틱스 홈페이지 캡처


라이프시맨틱스가 모회사 스피어코리아를 흡수합병하는 역합병을 추진하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합병은 스피어코리아가 비상장사라는 점에서 사실상 우회상장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스피어코리아가 보유한 ‘라이프시맨틱스 지분 18%’가 합병 후 자사주로 전환되면 최광수 스피어코리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회상장·지배력 강화…최광수 판짜기 눈길

 

코스닥 상장사 라이프시맨틱스는 모회사 스피어코리아 흡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존속회사는 라이프시맨틱스이고 소멸회사는 스피어코리아다. 라이프시맨틱스와 스피어코리아의 합병가액은 각각 3645원, 60만원이며 합병비율은 1대 164.6090535다. 합병기일은 내년 3월 1일이다.

라이프시맨틱스의 스피어코리아 합병 일정.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흡수합병이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비상장사 스피어코리아는 사실상 우회상장 효과를 거두면서 상장사로 거듭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흡수합병이 끝난 뒤 존속법인의 사명 변경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양사는 결합 목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제시했다. 디지털 AI 헬스케어 전문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와 우주발사체 특수합금 사업을 영위하는 스피어코리아를 결합해 수익원을 다변화시키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더 눈에 띄는 것은 최광수 대표의 합병 후 지배력이다. 라이프시맨틱스 주식 1주당 스피어코리아 주식 164.6주가 교부되는 합병비율을 적용하면 합병신주는 1646만904주, 합병 후 라이프시맨틱스의 발행주식총수는 3684만2917주다.

이에 스피어코리아 주식 8만5000주(85%)를 갖고 있는 최 대표는 1399만1768주의 합병신주를 받는다. 여기에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최 대표 측이 보유한 라이프시맨틱스 주식수는 총 1629만6294주이고 지분율로 환산하면 44.23%에 달한다.

아울러 자사주 증가에 따른 지배력 강화도 기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역합병 거래는 대량의 자사주를 발생시킨다. 자회사가 모회사를 흡수하면 모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 지분이 모두 자사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스피어코리아는 현재 라이프시맨틱스 주식 361만5686주(17.74%)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합병 후 라이프시맨틱스의 자사주로 바뀐다. 여기에 잔여 주식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16만4609주를 더하면 라이프시맨틱스의 자사주는 총 378만295주로 늘어난다.

합병 이후 라이프시맨틱스의 자사주 지분 규모는 10.26%를 기록할 전망이다. 통상 기업에 새로운 주식이 발생하면 기존 지분은 희석된다. 하지만 자사주는 상법상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지배주주들의 실질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발행주식 총수에서 자사주를 제외한 실질 지배력을 계산하면 최 대표의 개인 지분율은 42.32%,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은 49.29%다. 상장주식수 대비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 대표는 합병을 통해 상장사인 라이프시맨틱스를 발판 삼아 스피어코리아를 코스닥 시장에 입성시킬 뿐만 아니라, 49.29%라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향후 회사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인수합병(M&A)시 지분교환 수단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사주도 덤으로 얻었다.

 

조직 재편 기반 다진 M&A


IB업계에서는 역합병이 라이프시맨틱스 M&A 이후 3개월 만에 결정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실상 M&A 전부터 역합병을 염두에 뒀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스피어코리아는 라이프시맨틱스를 인수할 때 기존 최대주주의 구주를 거의 인수하지 않고 대부분 신주만 매입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지난 9월3일 최대주주 변경 소식을 알렸다. 기존 최대주주 송승재 대표는 보유 지분(316만1850주)을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선 럭키W신기술투자조합1호와 지오에너지링크에 112억원에 매각했다. 잔금 납입일 전날(9월2일) 스피어코리아를 대상으로 57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까지 마쳤다. 스피어코리아는 신주 333만2400주를 인수했고 유증 대금 납입 이후에는 28만3286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구주는 주당 3530원에 매각된 반면, 신주는 10% 할인율을 적용한 1906원에 발행됐다. 새 주인은 낮은 발행가로 지분을 취득해 지배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전 주인의 프리미엄은 FI가 챙겨주는 구조다. 시장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수의 신주를 취득했에 이번 역합병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최대주주 지분 주식양수도계약 내용(위), 스피어코리아 대상 유상증자 내용(아래)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피어코리아는 M&A 이후 곧바로 라이프시맨틱스의 자금조달을 추진하며 안정적인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주주총회를 열고 CB, BW로 최대 4000억원까지 조달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특히 발행 가능한 총 주식수를 기존 5000만주에서 5억주로 10배 늘렸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관련 액면총액을 모두 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다.

라이프시맨틱스는 CB(3·4회차) 발행과 두 차례의 유상증자로 각각 302억원, 53억원씩 총 355억원을 조달했다. 이때 위드윈투자조합78호, 플리트파트너스, 갤럭시제1호투자조합, 에이치와이조합 등 다양한 투자조합이 FI로 참여했다. 위드윈투자조합78호의 최다출자자인 위드윈인베스트먼트는 송 대표의 구주를 인수했던 럭키W신기술투자조합1호의 대표조합원이기도 하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양사의 사업 시너지 창출이 M&A를 한 가장 큰 목적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합병 등 다양한 방안을 염두에 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합병을 처음부터 계획하고 M&A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