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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지주, 한투캐피탈 구하기…1500억 규모 신종자본증권 전액 인수

Numbers_ 2024. 12. 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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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지주, 한투캐피탈 구하기…1500억 규모 신종자본증권 전액 인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자회사인 한투캐피탈의 사모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인수해간다. 캐피털 업계 전반적으로 업황이 비우호적인 데다가 한투캐피탈의 주요 포트폴리오였던 부동산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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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국투자금융지주 본사 /사진=임초롱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자회사인 한투캐피탈의 사모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인수해간다. 캐피털 업계 전반적으로 업황이 비우호적인 데다가 한투캐피탈의 주요 포트폴리오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여파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부채로 분류되는 일반 채권과 달리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투캐피탈 입장에서는 지주사의 든든한 지원 아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수 있게 된 모양새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투캐피탈은 지난 20일자로 1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한국금융지주에 발행했다. 공모형이 아닌 사모형으로 발행됐기 때문에 한국금융지주가 전액 가져간 것이다.

금리 조건은 6.96%로 책정됐다. 한투캐피탈이 이달 이사회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했을 당시 6~7% 사이에서 시장 환경에 따라 금리 수준을 확정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예상 밴드의 최상단으로 확정된 셈이다. 채권 금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채권 가격은 저렴해지는데, 한투캐피탈의 신종자본증권 역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국금융지주가 한투캐피탈의 구원투수로 나선 배경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6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투캐피탈에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520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모두 한투캐피탈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지주사는 그룹사 전체의 자본을 조정하고 배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계열사 채권 인수나 유상증자 참여 역시 그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일반 채권과 달리 자본으로도 인정되기 때문에 한투캐피탈 입장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에도 도움을 받는다. 신종자본증권은 일반적으로 만기 30년에다 추가로 연장할 수 있어 원리금 상환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콜옵션을 행사해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만기가 10년 이상으로 긴 후순위채와 함께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는 자본성증권의 일종으로 꼽힌다.

한투캐피탈 실적을 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22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전년 대비 78% 급감한 수준이다. 한투캐피탈의 주요 영업자산인 부동산금융이 경기 악화로 부실채권이 크게 늘면서다. 한투캐피탈은 한국투자증권 등 계열사의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 2014년 출범해 기업금융·부동산금융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쌓아오며 2021년까지 급성장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한국투자캐피탈 영업자산 현황 /자료=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한투캐피탈의 총영업자산 4조7976억원 중 38%가 부동산금융자산이다. 여기에 가계대출에 포함된 중도금대출까지 포함하면 전체 부동산금융 관련 자산이 영업자산의 약 64%를 차지한다. 실적과 자산건전성지표 모두 부동산 경기 민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면 1분기 말 3.6%에서 3분기 말 10.6%로 급증했다. 고정이하여신 4497억원 중 95%인 4252억원이 부동산PF로 구성돼 있는 상태다.

오유나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한투캐피탈은 부동산금융에 집중된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지난해부터 개인 신용대출 등 리테일사업을 시작했고, 투자금융자산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과거 70%를 웃돌던 부동산금융 관련 자산 비중이 낮아졌으나, 여전히 부담수준은 높은 편이며 실적과 건전성 지표 역시 부동산경기 민감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투캐피탈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재무비율을 개선하는 한편 유동성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신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사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데 높은 이자를 주고서라도 재무건전성 개선 차원에서의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번에 확정된 한투캐피탈의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올해 한투캐피탈이 발행했던 사모·공모형 채권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투캐피탈 측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유동성 확대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한다"며 "이번에 확보한 자금으로는 운영자금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