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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와 투자은행(IB) 등 금융사, 회계법인, 로펌 등의 자문사는 자본의 흐름과 국내 산업을 움직이는 시장 내 핵심 플레이어로 꼽힌다. 블로터·넘버스는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올 한해 자본시장을 되짚어봤다.
올해 자본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꼽혔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역할론에서 나아가 산업 전반에도 여러 시사점을 던진 이슈인 만큼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블로터>와 <넘버스>가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자본시장 관계자 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24년 자본시장에서 가장 이슈가 된 딜’을 고르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82%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선택했다. 총 67명 중 55명이 답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국내 PEF 운용사와 산업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PEF 운용사의 행동주의 펀드로서의 역할을 확인하는 한편 장기간 지속된 오너의 경영과 오너 리스크 등 거버넌스 개선이 필요한 국내 기업에도 시사점을 던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PEF 운용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론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왔다. 그간 PEF 운용사가 유망 기업이나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한 투자로 회사의 성장을 도운 만큼 국가 경제에 이바지해 온 역할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종합 비철금속 제련 회사로, 아연과 연의 생산 및 판매를 주업종으로 영위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모기업인 영풍그룹은 1949년 11월 최기호·장병희 공동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고(故) 장병희, 최기호 창업자가 1949년 영풍그룹의 모태인 영풍기업사를 공동 창업하면서 두 가문의 동업이 시작됐다. 이후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은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해왔다. 분리 경영 체제였지만 상대방 계열사 주식을 서로 보유하는 방식으로 공동 경영을 이어왔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다툼은 2~3년 전부터 조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은 차입 없이 보수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반면, 최 회장 측은 이차전지 소재,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해 경영방침에 대한 이견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또한, 고려아연이 한화, 현대차그룹 등 여러 협력사와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우호 세력을 확장해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줄어든 상태였다.
양측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을 겪었다. 고려아연 주장에 따르면, 영풍은 자사가 운영하는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의 폐기물을 고려아연이 운영하는 울산 울진군 온산제련소에서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을 대신해 석포제련소 폐기물을 처리하다 회사의 법적·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가 될 수 있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PEF 운용사 대표는 “영풍의 최대 사업장인 석포 제련소는 낙동강 수원보호구역에 위치해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오염 산업인데, 위치 때문에 폐기물 처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올 2월 주주총회에서 배당안을 두고도 입장차를 보이며서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영풍의 배당 확대 요구를 고려아연 측이 거부했다. 결국 영풍은 9월 국내 최대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원아시아파트너스펀드 투자 △하바나 1호 투자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사례를 근거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성과를 공격하며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맞은 편에서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PEF 운용사 베인캐피탈과 손을 잡고 자사주 공개매수로 대응에 나서면서 양측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졌다. 양측이 주식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자 회사의 주가는 연초(1월2일 48만6000원)대비 두 배를 훌쩍 웃도는 121만9000원(12월26일)까지 뛴 상태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현재 장기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자기주식을 제외한 의결권주식 총수 기준으로는 46.7%를 확보해 과반을 눈앞에 뒀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일가 및 우군을 포함한 지분은 33.89%로 집계된다.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7.08%p다. 관건은 MBK-영풍 연합이 이사회에 진입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최 회장 측은 내달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체 이사 수를 제한하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안건을 상정하며 MBK-영풍 연합의 이사회 진입을 막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뒤를 잇는 자본시장 이슈는 SK그룹의 리밸런싱으로 집계됐다. 응답률은 9%, 응답 인원수는 6명이다. SK그룹의 리밸런싱 핵심은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사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알짜 계열사를 매각했다는 데 있다.
올해 초부터 SK매직은 가스 및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사업의 영업권을 경동나비엔에 양도했다. SK스퀘어의 11번가 역시 기업가치 하락 등으로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면서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8월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SK렌터카는 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매각됐다. SK㈜는 특수가수 제조사 SK스페셜티를 한앤컴퍼니에 지분 85%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최근 SKC는 자회사 SK엔펄스의 CMP(웨이퍼 식각용 패드) 사업부를 분사해 한앤코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K넥실리스 박막사업부(950억원) 등도 매각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SK스페셜티와 SK렌터카는 각각 연간 2400억원, 6819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내는 등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알짜 자회사로 평가받았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며 롯데렌탈 매각 등 롯데그룹의 리밸런싱이 ‘자본시장에서 이슈가 된 딜’ 3위를 기록했다. 응답률은 7%로, 5명의 선택을 받았다.
연장선에서 올해 자본시장 핵심 키워드를 묻는 질의에는 응답자의 50%가 대기업 그룹사의 리밸런싱을 선택했다. 총 67명 중 33명이 답했다. 2024년 자본시장에서는 SK와 롯데그룹뿐만 아니라 CJ그룹(바이오사업부, CJ피드앤케어), GS그룹(GS엘리베이터, GS이니마), KT그룹(이니텍) 등 대기업발(發) 구조조정 매물이 출회됐다.
대기업 그룹사의 리밸런싱 뒤를 잇는 응답은 국내 기업의 경영권 분쟁이었다. 응답률은 28%, 응답자는 19명이다. 올해 고려아연 외에도 한미약품, 아워홈 등 다수의 기업이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이외에도 올해 에프앤가이드, 레몽래인, 대양금속 등 다수의 코스닥 상장사 내부에서도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이번 설문에는 총 61곳의 자본시장 관계자 67명이 참여했다. IB 등의 금융사와 기관투자자 등의 LP는 17곳 19명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LP는 BNK투자증권, IBK캐피탈, KB국민은행, KB증권, NH농협은행, 대신증권, 무림캐피탈, 메리츠증권, 부국증권, 삼성증권(2명), 새마을금고중앙회, 신한은행(2명), 신한캐피탈, 키움증권, 하나은행, 하나증권, 한국교직원공제회 등이다.
PEF 운용사 등의 GP는 33곳의 관계자 34명이 응답했다. ATU파트너스, H&Q코리아, IBK기업은행(2명), IMM인베스트먼트, IMM프라이빗에쿼티, JC파트너스, KB증권, MBK파트너스, NH투자증권, SG프라이빗에쿼티, UCK파트너스, VIG파트너스, 글랜우드PE, 노틱인베스트먼트, 다올프라이빗에쿼티, 더함파트너스, 데일리파트너스,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스틱인베스트먼트, 신한투자증권, 아이젠PE, 아주IB투자, 웰투시인베스트먼트, 이음프라이빗에쿼티, 큐리어스파트너스, 큐이디에쿼티(구 노틱캐피탈코리아), 큐캐피탈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하나증권,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 등이 참여했다.
자문사에는 14곳의 관계자 총 14명이 응답했다. EY한영(회계법인), KB증권, 김앤장(법무법인), 디엘지(법무법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브릿지코드, 삼덕(회계법인), 삼일PwC, 삼정KPMG, 율촌(법무법인), 지평(법무법인), 케이알앤파트너스, 태평양(법무법인), 화우(법무법인) 등이 설문에 답했다.
위 기업명은 가나다순으로 나열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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